물 쏟은 김에

 


  작은아이가 혼자 물잔에 물을 따라 마신다고 하다가 물을 쏟는다. 그런데 아버지한테 말을 않고 꽁무니를 뺐다. 부엌바닥이 물바다 된 줄 나중에서야 알아채고는, 장판을 들추며 물바다를 치운다. 이 녀석아, 물을 쏟았으면 말을 해야지. 포옥 한숨을 쉬며 물바다를 치우다가 부엌바닥을 샅샅이 훔치고, 이렇게 훔치는 김에 마루도 훔친다.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쉬통에 안 누고 바지에 싸면서 평상이랑 이불이랑 방바닥이 오줌으로 흥건하다. 평상과 이불과 베개를 몽땅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 시키면서, 방바닥을 새삼스럽게 훔친다. 걸레를 새로 빨아 방바닥을 훔치다가 이것저것 새롭게 걸레질을 하며 먼지를 닦는다.


  작은아이가 오줌은 웬만큼 가리지만 똥은 아직 안 가리려 한다. 날마다 두세 차례 바지에 똥을 눈다. 똥은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툭툭 떨어진다. 똥을 치우는 김에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을 다시금 훔친다. 날마다 닦고 또 닦는다. 날마다 여러 차례 훔치고 다시 훔친다.


  하루에 걸레질을 얼마나 하고, 날마다 걸레를 몇 차례 빨아서 쓰는가 돌아보다가, 아이들이 아버지더러 ‘우리 집 한결 깨끗하게 치우고 쓸고 닦아 주셔요’ 하고 말없는 말을 들려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4346.8.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