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네모빵

 


  읍내 빵집에서 어제 사온 네모빵에 곰팡이가 피었다. 읍내 그 빵집에서 장만하는 네모빵에 가끔 곰팡이가 피곤 한다. 처음 살 적부터 곰팡이가 있던 셈이다. 안 팔렸기 때문이겠지. 안 팔린 채 여러 날 있었기 때문일 테지. 내가 먹은 네모빵 한 조각에만 곰팡이가 있을까. 다른 조각을 살핀다. 다른 조각에는 없다. 그래, 잘 되었다. 다른 식구는 모르는 채 곰팡이 안 핀 조각을 먹으면 되지. 읍내 빵집 일꾼은 그곳 네모빵이 잘 안 팔린 채 그대로 두면 며칠 안 지나 곰팡이가 피는 줄 알까. 알면서 그대로 두실까. 4346.9.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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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5 12:47   좋아요 0 | URL
이궁...빵에 곰팡이가 피었다니요...ㅠㅠ
앞으론 잘 살펴보시고 사셔야겠네요..
빵집 주인께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빵 좋아하는데...흑흑..

숲노래 2013-09-26 05:14   좋아요 0 | URL
네모빵(식방) 속에 피니까
열고서 살펴볼 수 없어요 ^^;;;

예전에는 롤케익 안에도 피곤 하더라고요... @.@

카스피 2013-09-25 23:10   좋아요 0 | URL
흠 곰팡이기 피는것은 방부제가 안들어 갔단 뜻이겠죠.요즘은 돈만 벌겠다고 사람몸에 안좋은 것을 너무 많이 사용하니....
그나저나 빵집쥔장한테 곰팡이 핀 사실을 확실히 알려주는것이 낫겠지요

숲노래 2013-09-26 05:13   좋아요 0 | URL
그 빵집 맞은편에 파리바게트 고흥 지점이 확장이전을 하면서
곰팡이가 피더라고요...

카스피 2013-09-26 19:32   좋아요 0 | URL
이런 그 시골까지 파리바게트가 들어서는군요ㅡ,ㅜ

숲노래 2013-09-26 21:46   좋아요 0 | URL
뭐, 베스킨라빈스도 있는걸요.
다만, 롯데리아는 고흥에 없답니다~
 

아이 손을 바라본다

 


  큰아이가 깍두기공책에 글씨 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이 손에 눈길이 멎는다. 나날이 차츰 자라는 큰아이요 작은아이인 만큼, 몸도 손도 날마다 자란다. 그러나, 아직 어버이인 내 손하고 대면 두 아이 모두 아주 작다. 이 작고 가녀린 손으로 힘을 내고 심부름을 한다. 이 작은 손으로 숟가락 들어 밥을 먹는다. 이 작은 손으로 비질도 하고 걸레질을 거든다. 이 작은 손으로 물놀이를 하고 동생을 살살 쓰다듬는다. 이 작은 손을 뻗어 잠자리에서 아버지 손을 끌어당긴다. 참 손이 곱고 따스하며 부드럽구나. 4346.9.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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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26] 날마다 자라는 호박
― 대문으로 넘어온 넝쿨

 


  씨앗은 바람 따라 멀리까지 날아갑니다. 넝쿨은 울타리나 나무를 타고 이웃집으로 넘어갑니다. 내가 뿌리지 않은 씨앗이지만, 풀씨가 우리 집으로 깃듭니다. 내가 심지 않은 감나무라 하더라도, 이웃집 감나무가 우리 집 울타리 너머로 살며시 가지를 뻗을 수 있습니다. 울타리 밑에 심은 호박은 울타리를 따라 씩씩하게 자라는데, 이웃집 울타리 안쪽에서만 자라지 않아요. 넝쿨심 얼마나 좋은지, 햇볕 먹으며 줄기 죽죽 뻗어 십 미터 이십 미터 삼십 미터 사십 미터까지 거침없이 잇닿습니다.

  우리 집과 돌울타리로 맞닿은 이웃 밭자락에서 울타리 따라 자라던 호박넝쿨 하나, 지난해에도 그러께에도 올해에도 우리 집 가까이로 넘어옵니다. 지난해까지는 넝쿨 끄트머리를 잘라서 우리 집 대문 언저리에서 더 뻗지 않더니, 올해에는 우리 집 대문까지 야무지게 넘어옵니다.


  호박넝쿨이 대문 위쪽 감싸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합니다. 옳거니, 아주 잘 되었네. 우리 식구들 먹을 호박도 얻고, 우리 집 대문도 무척 볼 만하게 되는걸. 대문은 파란 빛깔이지만, 마당은 온통 풀빛을 이루는 우리 풀집에 걸맞는 모습이 되는구나.


  대문을 드나들면서 호박이 날마다 자라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굵직하게 자라며 묵직한 호박알을 날마다 쓰다듬고, 곁에서 새로 알이 굵는 조그마한 호박알도 날마다 쓰다듬습니다. 너희는 어쩜 이렇게 알뜰히 맺니. 너희는 어쩜 이렇게 한꺼번에 안 맺고 하나씩 차근차근 맺으면서 우리 식구들 고운 밥이 꾸준히 되어 주니. 4346.9.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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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 먹기

 


  세 살이라지만 아직 서른 달째 함께 살아가는 작은아이가 오늘 아침에 또 크레파스를 몰래 씹어먹는다. 얘야, 크레파스에서 단물이 나오니. 크레파스 알록달록한 빛깔이 야금야금 씹어먹기에 맛나 보이니.


  작은아이 자그마한 이에 낀 크레파스를 손가락으로 빼낼 수 없다. 잇솔을 써서 살살 비벼 빼낸다. 잇솔로 안 되는 굵직한 조각은 포크를 써서 살살 바수어서 잇솔로 비벼 빼낸다. 이렇게 해도 다 빠지지 않으니, 잇솔에 잇약을 발라 이를 헹구면서 크레파스가 녹도록 한다. 한참 잇솔질을 하고 물을 입으로 가르르 하고 뱉으라 한 끝에 비로소 크레파스 기운을 다 빼낸다. 작은아이는 입을 앙 벌리느라 고되고, 아버지는 작은 입을 벌려 잇솔로 크레파스 조각 헹구느라 고단하다.


  배고프니? 배고플 적에는 배고프다고 말하렴. 밥을 차려서 먹자고 할 적에 배부르게 잘 먹으렴. 크레파스는 입에 넣지 않고, 손에 쥐어 그림을 곱게 그릴 때에 쓴단다. 4346.9.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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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2 13:44   좋아요 0 | URL
귀여운 작은아이 덕분에 크레파스 이름을 간만에 여기서 보네요.^^
크레파스 안 본직도 참 오래 되었고요..
크레파스는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데...
작은아이는 괜찮지요?

숲노래 2013-09-23 08:29   좋아요 0 | URL
네, 하도 자주 먹다 보니까... @.@
그리고, 크레파스는 고스란히 똥으로 나와요.
똥에 크레파스 조각이 촘촘히 박힌 채 나와요 @.@
 

함께 하면 된다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이나 마을 바깥으로 다닐 적에, 우리 아이들은 집이나 마을에서처럼 쉬잖고 뛰거나 달리면서 놀려 한다. 어디에서나 거침없고 언제라도 즐겁게 놀 생각만 한다. 참 기운차게 뛰노는 두 아이 바라보며 늘 생각한다. 그래, 너희가 옳아. 너희가 맞아. 너희가 예뻐. 언제나 똑같은 마음과 몸과 삶일 때에 아름답고 즐겁지. 너희가 찻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아버지, 나 발 아파. 신 벗고 맨발로 갈래.” 하고 외치는 소리는 참으로 옳아. 순천이나 서울이나 부산 같은 곳 시내 한복판 길거리는 길바닥이 지저분할 테지만, 너희는 그런 길바닥이 지저분하거나 말거나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너희한테 그 길바닥은 하나도 안 지저분해. 아버지는 너희 발바닥이 지저분해지면 저 발바닥을 어디에서 닦아 주고 신은 어디에서 빨아야 하나 하고 생각하니까, 스스로 일거리를 만드는 셈이지.


  얘들아, 너희 어머니가 몸과 마음이 아프고 힘들기에, 늘 너희 아버지가 너희를 도맡아 데리고 다니지. 너희 아버지처럼 아이들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집일에다 바깥일 모두 하는 아저씨는 거의 없단다. 아이들 돌보면서 데리고 돌아다니는 몫은 ‘남녀평등’이라 하는 오늘날에도 으레 어머니(아줌마) 몫이란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도 너희 아버지가 너희를 데리고 여덟아홉 시간 마실길을 다니면 놀란 눈으로 쳐다보지. 그런데, 왜 놀란 눈으로 쳐다볼까. 아버지는 두 아이를 데리고 먼 마실을 못 다니기 때문일까. 가시내가 할 몫을 사내가 맡으니까 바보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사내는 아이들을 따숩게 돌볼 줄 모르고 보드랍게 보살피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자가용 아닌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여덟아홉 시간에 걸쳐 먼 마실을 다니자면 어른도 힘들 테지만, 누구보다 너희 어린 아이들이 힘들리라 생각한다. 몸이 힘들다기보다 실컷 뛰놀지 못하고 목소리마저 낮게 죽여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니. 생각해 보렴. 어른들은 말이야, 어른들더러 좁은 책걸상에 척 앉혀서 몇 시간 동안 꼼짝 못하게 하면 아마 미쳐서 죽을는지 몰라. 고흥에서 서울로 달리는 시외버스에서 으레 두어 시간 뒷간조차 못 가며 좁은 걸상에 앉아야 하는데, 아이들더러 걸상에 올라가지 말라 하고 노래하지 말라 하며 떠들지 말라 하면, 아이들더러 죽으라는 소리하고 똑같은 줄, 어른들은 참말 모르고 못 느낀단다.


  아이들은 기차에서 이 골마루 저 골마루 뛰고 싶지. 얼마나 답답한데. 어른들은 기차에서 술이라도 마신다지만, 아이들은 무얼 하겠니. 아이들은 뛰어야 하는걸. 아이들이 골마루를 거침없이 뛰고 달릴 수 있을 만한 자리가 따로 있어야 해. 갓난쟁이를 조용히 재우며 자장노래 부를 수 있을 만한 자리가 따로 있어야 해. 그런데, 기차나 버스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하지 않아. 모두 어른들 눈높이로만 해. 게다가 어른 눈높이도 ‘비장애인 어른’ 눈높이야. 언제 한 번 고속열차에 ‘유아방’ 따로 있대서 그곳에 탔지만, 아이들이 조금 뛰고 노래하니 그곳에서조차 그곳에 탄 다른 어른들이 싫어하더구나. 왜 아이도 없이 ‘유아방’ 칸에 타서 아이한테 눈치를 줄까.


  한가위 언저리에 버스나 기차를 어린 아이들과 타는 아저씨(아버지)들을 가만히 살펴보았지. 참하고 멋진 아저씨도 더러 있었으리라 느끼지만, 퉁명스럽고 거친 아저씨가 참말 많더구나. 볼기나 팔뚝 찰싹찰싹 얻어맞는 소리를 곧잘 들었어. 말을 안 듣는대서 때린다는데, 어른은 얼마나 아이들 말을 잘 듣기에 그렇게 여린 아이들을 때릴 수 있을까. 맞으면서 자란 어른들이라 이녁 아이들한테도 손찌검을 해야 할까.


  음성 시골마을에서 고흥 시골마을로 돌아오는 여덟 시간 반 걸리는 길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너희도 아버지도 똑같이 힘들지만, 힘이 든대서 축 처지거나 이맛살 찡그리면 서로 더 힘들 뿐인 줄 다시금 생각했다. 먼길을 서로 힘들게 다니면 그야말로 힘들 테지. 그래서, 힘들다 싶으면 노래를 불렀고, 새롭게 힘을 내어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라도 너희와 놀면서 오려고 했어. 노래를 부르니 노랫소리 흐르지만, 다른 사람들 손전화 떠드는 소리보다는 나즈막하지. 놀면서 조금 큰 소리가 나더라도 여느 어른들 수다 떠는 소리보다 훨씬 조용하지.


  함께 즐기기로 마음을 먹으면 다 즐겁게 이루어져. 함께 놀고 웃으면서 다니기로 생각을 하면 여덟 시간이건 열 시간이건 열두 시간이건, 어른과 아이는 씩씩하게 마실을 다닐 수 있어. 먼길 마실에서 돌아왔으니, 아이들아 새근새근 오래오래 깊이 자렴. 잘 자고 일어나서 오늘도 기운차게 뛰어놀렴. 4346.9.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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