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파스 먹기

 


  세 살이라지만 아직 서른 달째 함께 살아가는 작은아이가 오늘 아침에 또 크레파스를 몰래 씹어먹는다. 얘야, 크레파스에서 단물이 나오니. 크레파스 알록달록한 빛깔이 야금야금 씹어먹기에 맛나 보이니.


  작은아이 자그마한 이에 낀 크레파스를 손가락으로 빼낼 수 없다. 잇솔을 써서 살살 비벼 빼낸다. 잇솔로 안 되는 굵직한 조각은 포크를 써서 살살 바수어서 잇솔로 비벼 빼낸다. 이렇게 해도 다 빠지지 않으니, 잇솔에 잇약을 발라 이를 헹구면서 크레파스가 녹도록 한다. 한참 잇솔질을 하고 물을 입으로 가르르 하고 뱉으라 한 끝에 비로소 크레파스 기운을 다 빼낸다. 작은아이는 입을 앙 벌리느라 고되고, 아버지는 작은 입을 벌려 잇솔로 크레파스 조각 헹구느라 고단하다.


  배고프니? 배고플 적에는 배고프다고 말하렴. 밥을 차려서 먹자고 할 적에 배부르게 잘 먹으렴. 크레파스는 입에 넣지 않고, 손에 쥐어 그림을 곱게 그릴 때에 쓴단다. 4346.9.2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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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2 13:44   좋아요 0 | URL
귀여운 작은아이 덕분에 크레파스 이름을 간만에 여기서 보네요.^^
크레파스 안 본직도 참 오래 되었고요..
크레파스는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데...
작은아이는 괜찮지요?

파란놀 2013-09-23 08:29   좋아요 0 | URL
네, 하도 자주 먹다 보니까... @.@
그리고, 크레파스는 고스란히 똥으로 나와요.
똥에 크레파스 조각이 촘촘히 박힌 채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