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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설거지

 


  방 온도가 19도가 된 모습을 보고는 바닥에 불을 넣는다. 나 혼자 사는 집이라면 15도가 되어도 불을 안 넣을 테지 하고 생각하다가, 나 혼자 살더라도 15도쯤 되면 불을 넣을 노릇 아닌가 하고 생각을 고친다. 불넣기를 아끼려고 추위를 견디는 일은 즐겁지 않다. 몸을 아끼고 살피면서 살림을 꾸려야 맞다. 아이들도 옆지기도 따스하게 잠들고, 새벽에 개운하게 잠을 이룰 수 있어야 모두들 새 하루 기쁘게 맞이한다.


  바닥에 불을 넣고 새벽에 설거지를 한다. 따순물 흐르게 했더니 쇳내 나는 물이 나온다. 오랜만에 바닥불 넣었기에 쇳내가 나는구나 싶다. 봄부터 가을까지 바닥불은 거의 안 넣었으니 이럴 만하구나 싶다. 일부러 따순물 조금 세게 틀며 설거지를 한다. 손가락이 뜨겁지만 쇳내 잘 빠지기를 바라며 설거지를 한다.


  보일러 기름이 얼마쯤 남았는지 가늠한다. 얼른 기름통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달 끝무렵이나 다음달 첫무렵에 살림돈 될 일삯이 들어오면 거뜬히 기름통 채울 텐데, 이 일삯은 언제 들어오려나. 부디 추위가 닥치기 앞서 일삯이 쏙쏙 들어오기를 빈다.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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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방바닥 쓸고 치우며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난 뒤에 함께 방바닥을 쓸고 치울까 하다가 나 혼자 쓸고 치우기로 한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이나마 깨끗한 방바닥 모습을 보도록 하는 쪽이 나으리라 생각한다. 어제 낮에 아이들과 우체국 다녀오며 가을바람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목이 따갑고 재채기가 끊이지 않아, 저녁은 이럭저럭 먹이고 아이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은 늦게까지 놀며 잠든 듯한데, 새벽에 일어나 보니 방바닥이 온통 종잇조각투성이다. 종이를 오리며 놀았구나.


  어지른 것들 이리저리 치운다. 방바닥에 상자로 담은 내 책들 물끄러미 바라본다. 미루고 미루었기에 책들이 이렇게 쌓였으리라. 내 책들도 며칠쯤 바지런히 갈무리해서 모두 서재도서관으로 옮겨야겠다. 내 책들이 빠지고, 아이들 장난감도 알맞게 추스르면 방바닥이 한결 넓고 시원할 테지. 스스로 알뜰살뜰 여미지 못하면서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아이들한테 무언가 시킬 수 없다. 차근차근 지켜보고, 어버이인 내 삶 갈무리를 어떻게 하는가 스스로 돌아보면서 집살림 함께 꾸리자. 4346.10.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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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28] 무엇을 그릴까
― 아이와 그림놀이 즐기기

 


  큰아이가 세 살이 꽉 차지 않을 무렵까지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도시에서 그대로 살았더라면, 큰아이하고 어떤 그림놀이를 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무래도 골목마실 자주 다니면서 골목동네에서 만난 골목꽃이랑 골목나무를 그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그림그리기를 퍽 좋아할 무렵 시골로 보금자리 옮겨 살아가는 만큼, 아이는 늘 시골빛을 마주하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집 둘레 풀을 봅니다. 우리 집 마당 후박나무를 봅니다. 집 안팎에서 풀꽃과 들꽃을 바라봅니다. 자전거로 들길을 달리며 들내음 마시며, 이 기운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담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풀을 뜯어 밥상에 올리는데, 아이들이 먹고 남은 풀이 밥상에 그대로 있습니다. 큰아이는 밥그릇 치운 밥상을 책상으로 삼아 그림놀이를 합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책상 곁에 우리 마당에서 뜯은 풀이 꽃접시에 담긴 채 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다가, 그림놀이 즐기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 풀내음 살며시 아이 마음과 몸으로 스며들겠다고 느낍니다. 늘 풀을 마주보면서 풀빛을 그림에 담고, 언제나 풀을 먹으면서 풀내음을 그림으로 나타내겠구나 싶어요.


  무엇을 그림으로 그릴까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늘 바라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지요. 무엇을 그림으로 그리며 즐거울까요?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보금자리를 가꾸고 돌보면서 배우고 깨달으며 맞아들이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빚으며 즐겁지요. 4346.10.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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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작은아이 안고서 (2013.8.14.)

 


  경북 안동으로 마실을 간 여름날, 작은아이를 씻긴 뒤 옷을 갈아입히며 그림놀이를 한다. 토실토실 궁둥이 작은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기려고만 하고, 작은아이를 안은 채 그림을 척척 그린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라면 다 똑같을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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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25 09:14   좋아요 0 | URL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바람처럼 나무처럼 빛처럼..제 눈과 마음을 환하고
즐겁게 밝혀주는 좋은 아침입니다~
아버지와 보라의 모습도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0-25 09:11   좋아요 0 | URL
찍어 주신 분이 잘 찍어 주시기도 했어요~
어쩌다 얻는 이런 고마운 사진들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후애(厚愛) 2013-10-25 16:15   좋아요 0 | URL
아버지와 보라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좋은 추억이 남는 사진이 될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3-10-25 18:33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도 있으니,
녀석들
커서,
지 아버지가 여름 내내
선풍기 없이 늘 부채질로
땀을 식혀 준 줄
조금은 알아줄까요? ^^;;;;;
 

아이들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며

 


  아이들은 날마다 자란다. 아이들은 날마다 기운이 붙는다. 아이들은 날마다 몸무게 늘고 키가 큰다. 이와 달리 어버이는 날마다 키가 줄고 힘이 줄어든다. 참말 그렇기도 하네 하고 느끼는데, 어느 한편으로는 젊을 적과는 사뭇 다른 힘이 생긴다. 아주 젊은 나이였다 할 때하고 견주면 내 키는 2센티미터쯤, 또는 4∼5센티머터까지도 줄었으리라 느낀다. 그만큼 그동안 ‘책과 얽힌’ 일을 하면서 등짐을 어마어마하게 날랐고, 책 가득 담은 가방 짊어지고 골목이며 길이며 날마다 참 오래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게다가 시골로 삶터를 옮겨 책방마실 줄었다 하더라도, 아이들 안고 업고 하면서 책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를 내 무릎과 다리에 실었다. 예전에 아이들 태어나지 않을 적에는 책짐 나르면서 무릎이 시큰거린다고 느끼지 못했으나, 아이들 데리고 참 오래도록 걸어다니면서, 또 아이들 옷가지 짊어지면서 아이를 안고 다니면서, 무릎이 시큰거려도 씩씩하게 집까지 돌아왔고,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들 씻기고 먹이고 옷을 빨고 재우고 하면서 지내니, 그야말로 어느 하루 등허리와 팔다리 안 쑤시거나 안 결리는 날이 없다.


  큰아이 처음 태어나서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다닐 무렵, 수레 무게에 아이 무게 만만하지 않았는데, 큰아이 자라다가 작은아이 태어나 두 아이 나란히 수레에 태우고, 또 큰아이 부쩍 자라 샛자전거를 더 붙여 따로 태우는 요즈음, 외려 지난날보다 더 빠르고 다부지게 자전거를 달리는구나 싶다.

 

  키가 줄었는데에도 이 힘은 어디에서 샘솟을까. 나이를 먹는데에도 이 기운은 어디에서 생길까. 잘 모른다. 그렇지만 잘 살아가고, 날마다 새롭다. 4346.10.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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