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2. 개망초꽃 작은주홍부전나비 2013.6.24.
풀이 있어야 꽃이 피고, 꽃이 있어야 벌나비 춤을 춘다. 풀이 없으면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피지 않으면 벌나비 찾아들지 않는다. 한국말에는 ‘꽃을 담는 그릇’을 가리키는 낱말이 없다. 한국사람은 예부터 집 안쪽에 따로 꽃그릇(화분)을 두지 않았기에, 이런 그릇 가리키는 낱말을 지을 일 없다. 마당이 꽃밭이면서 텃밭이요, 집 둘레가 풀밭이면서 꽃밭이고, 울타리가 바로 꽃나무요 덩굴이다. 흙과 나무로 지은 집에 지붕은 온통 흙이고 짚으로 덮고, 지붕에서는 박이 자라 꽃을 피우니, 예부터 한겨레는 숱한 풀과 꽃으로 온 집안과 마을을 가꾸었다고 느낀다. 이제 시골마을마다 농약 비료 듬뿍 쓰고, 지붕 갈고 마당 시멘트 바르면서 들풀을 몹시 싫어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풀포기 조금만 자라도 모기 걱정을 하거나 뱀이 나온다고 근심한다. 그런데 풀이 자라지 않으면 누가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집 안팎에 풀이 흐드러지지 못하면 우리는 어떤 숨을 마실까. 철 따라 다른 풀이 자라고, 달마다 새로운 풀이 돋아, 푸르며 맑은 바람이 솔솔 불 때에, 비로소 우리들은 싱그러운 숨결 될 수 있지 않을까. 씩씩하게 자라는 개망초에 흰꽃 맺히고, 개망초꽃에 작은주홍부전나비 앉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