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 초피나무 범나비 2013.6.22.
아이들 저녁 먹이려고 부산하게 밥을 짓고 국을 끓인 다음, 마당 꽃밭에서 풀을 뜯다가, 갓 깨어나 날개를 말리는 범나비 한 마리 본다. 이야, 드디어 ‘우리 집 나비’를 만나는구나.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틀림없이 ‘우리 집 나비’가 꽤 태어났을 텐데, 제대로 알아본 적이 없다. 오늘 비로소 ‘허물벗기’까지 마친 범나비를 본다. 풀뜯기와 저녁차리기는 뒤로 미룬다. 작은아이가 아버지 사진 찍는 곁에 찰싹 달라붙는다. 큰아이는 마루에서 만화책 보느라 바쁘다. “보라야, 저 범나비는 바로 우리 집에서 알을 깬 나비란다. 우리 집 풀잎과 나뭇잎 실컷 뜯어먹고서 이제서야 예쁜 나비로 태어났지.” 곰곰이 생각하니, 올봄에 풀을 뜯다가 범나비 애벌레를 한 마리 보고는 “요 녀석, 너 혼자 이 풀 다 먹으면 안 돼. 우리 식구 다 같이 먹는 풀이야.” 하고 말한 적 있다. 그때 그 애벌레일까. 마을에 초피나무는 우리 집에만 있으니, 가을에도 또 알을 낳고, 이듬해에도 새롭게 알을 낳아 우리 마을에 나비춤 한껏 나누어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고흥 우리 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