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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요, 달님!>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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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먹어요>
2025-04-19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철을 잊은 사람 (2025.2.15.)

― 부산 〈카프카의 밤〉



  꽃물(약·보약)을 몸에 넣기에 몸이 바뀌지 않습니다. ‘꽃물’ 때문이 안 바뀝니다. ‘꽃물을 받아들이는 마음’ 때문이 바뀝니다. 고기빵(햄버거)을 먹기에 몸이 망가지지 않습니다. ‘고기빵’ 때문이 아닌 ‘고기빵을 먹는 마음’ 때문에 망가지거나 튼튼합니다.


  누구나 머리카락이 새로 돋고, 손톱이 새로 자라고, 살갗도 낱(세포)도 날마다 끝없이 바뀝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못 느끼거나 안 느끼려 할 뿐입니다. 아주 조그맣던 씨앗 한 톨이 어떻게 우람나무로 자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해와 바람과 비만 받아들이는 씨앗 한 톨인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납니다.


  사람들은 곧잘 ‘몸바꾸기(성형수술)’를 하지만, 아무리 몸을 칼로 째서 바꾼들 씨톨(유전자)은 안 바뀝니다. 샅(성기)을 바꾸고서 종이(주민등록증)에 적는 갈래(성별)를 바꾸더라도 씨톨(DNA)은 고스란합니다. 어떤 몸(성별)을 입고서 태어났는지 대수로이 여길 수 있지만, 순이몸은 순이몸일 뿐이고 돌이몸은 돌이몸일 뿐입니다. 낫거나 나쁜 몸이란 없습니다. 다른 몸으로 다른 삶을 받아들여서 누리다가, “나하고 다른 몸이지만, 나하고 같은 빛을 속으로 품은 너”를 알아보면서 비로소 손을 맞잡고서 같이 살림을 짓는 새길을 열 뿐입니다.


  부산 연산동 작은책집 〈글밭〉을 들러 아주 천천히 책을 읽고서 〈카프카의 밤〉으로 건너갑니다. 어느덧 훌쩍 건너온 둘쨋달과 셋쨋달 사이입니다. 달종이에 적힌 1·2·3 같은 이름으로 철이 바뀌지 않습니다. 푸른별을 감싸면서 도는 해에 따라서 철이 바뀌고, 해길(태양주기)에 따라서 바람이 바뀌며, 해바람에 맞추어 들빛이 바뀌며, 들빛에 따라서 모든 새와 짐승과 씨앗이 새길을 찾아서 움직입니다.


  텃새란 터를 한 곳에서 이루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새입니다. 철새를 철을 읽으며 터를 두 곳에서 나란히 이루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새입니다. 텃새가 낫거나 철새가 나쁘지 않습니다. 철새가 뛰어나거나 텃새가 안 뛰어나지 않습니다. 둘은 다른 몸과 빛과 숨과 넋으로 이 별에서 사람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누가 철을 잊은 사람인지 곱씹을 일입니다. 벼슬판을 쥐락펴락하는 그들만 철바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잊거나 등지는 누구나 철바보입니다. 들숲바다를 잊은 채 ‘사람이라는 빛’에는 눈감는 모두가 철바보예요.


  빈틈 하나 없이 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빈구석에 빈털터리로 살아가도 아름답습니다. 비울 줄 알기에 사랑으로 차오르도록 채울 수 있습니다. 가득가득 채우기에 새로 나누면서 노래하는 오늘을 사랑하게 마련입니다.


+


[숲노래 낱말책]

철새 (철 + 새) : 철을 읽고서 알맞고 넉넉하게 살아갈 터전을 헤아리며 두 곳을 살림터로 여기며 오가는 새. 한 해는 네철로 움직이기에, 알맞게 지낼 살림터는 아주 먼 곳에 있게 마련이라, 머나먼 길을 의젓하게 날면서 가로지르는 철눈을 어질게 품는 새. 철을 살펴서 보금자리를 꾸려 새끼를 낳아 돌본 뒤에, 새끼새하고 함께 예전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새. 철빛을 사람한테 보여주는 새. 스스로 제 숨결대로 살며 제 삶길을 여는 목숨. 여름새와 겨울새가 있다.


ㅍㄹㄴ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이타가키 류타/고영진·임경화 옮김, 푸른역사, 2024.2.1.첫/2024.2.22.2벌)

#板垣龍太

《백신의 배신》(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글/홍지수 옮김, Mid, 2024.12.11.)

《혼란 기쁨》(김비, 곳간, 2025.1.31.)

《짝 없는 여자들》(조지 기싱/구원 옮김, 코호북스, 2020.8.31.)

#TheOddWoman #GeorgeRobertGissing

《단지, 50년의 이야기》(빙그레·뉴포맷 엮음, 케이스스터디, 2024.12.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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