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4.
《촛불이 길을 밝혀 줄 거야》
게르다 마리 샤이들 글·마르쿠스 피스터 그림/박태식 옮김, 으뜸사랑, 2007.10.10.
한봄비가 쌀쌀하게 내리는 낮. 나래터로 가려고 탄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두 자락 쓴다. 빗물이 뿌리기에 걷는읽기나 걷는쓰기를 못 하지만, 빗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구름빛과 하늘결을 헤아린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봄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빗줄기가 굵다. 이 빗줄기에 멧새 열 마리가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서 노래를 한다. 처마밑에서 새바라기를 한다. 새가 포로롱 날아가고서야 부엌으로 가서 저녁밥을 끓인다. 《촛불이 길을 밝혀 줄 거야》는 조금 아쉽기는 해도 제법 잘 나온 그림책이라고 느끼는데, 일찌감치 판이 끊긴 듯싶다. 《무지개 물고기》를 그린 분이 일군 작은씨앗인데, 모든 그림지기 모든 그림책이 널리 읽히면서 사랑받지는 않을 수 있다. 곰곰이 보자니 《무지개 물고기》에서 아쉽다고 여긴 대목을 《촛불이 길을》에서도 느꼈다. ‘좋은길(주제·정의·공정)’이라는 덫에 사로잡히면 그만 ‘좋은말’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틀에 갇히기 쉽다. 삶이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삶은 늘 삶이다. 삶이라는 길을 “손수 살림하는 손”으로 풀어내면 된다. 때로는 울고 웃고 노래하고 멍하고 쉬고 잠들고 일어서고 걷고 달리는 하루를 그저 고스란히 담으면 된다. 꽃(영웅)만 찾다가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씨앗을 몽땅 잃는다.
#GerdaMarieScheidle
#MarcusPfister # FourCandlesforSimo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