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19. 마냥 제비



  아침에 길을 나선다. 마을앞에서 시골버스를 기다리자니 제비 한 마리가 코앞까지 날아와서 나를 자꾸 들여다본다. 크게 빙그르르 돌면서 길바닥이나 논배미에 거의 닿을 듯 아슬아슬 미끄러지다가 꼭 내 앞에서 휙 솟구쳐서 까치집 옆을 가볍게 스친다. 한참 바라보다가 버스를 탄다.


  흔들덜컹 춤추는 시골버스에서 노래 두 자락을 쓴다. 이제 고흥읍에서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자니, 읍내 제비 일고여덟 마리가 부드러우면서 기운차게 날갯짓이다. 읍내 제비를 한참 물끄러미 보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제비춤을 보느라 한동안 붓을 놓는다. 곧 들어올 버스를 살피며 다시 붓을 쥔다. 제비가 날고 노래할 적에 시끄럽다고 느낀 적이 없지만, 사람들이 덧없이 떠들 적에는 늘 귀가 따갑다고 느낀다. 우리 사람들 말소리는 어쩌다가 마음빛을 잃고서 시끌소리로 나뒹굴까? 새한테서 배우던 숲사람 눈길을 왜 잊었을까, 바람과 바다한테서 배우던 들사람 넋을 왜 잃을까?


  제비가 춤추고 노래하는 하늘을 보는 시골사람을 볼 수 없는 아침이 흐른다. 뭐, 그럴 수 있지. 제비와 꾀꼬리와 동박새와 뜸북새와 뱁새와 소쩍새를 그리면서 귀여겨듣고 바라보는 시골이었다면 처음부터 풀죽임물(농약)과 비닐은 아예 들어올 수 없었으리라. 부산이웃한테 드리려고 《토리빵 8》을 석 자락 더 장만했다. 부디 부산에서는 이 그림꽃을 반기는 눈망울을 만날 수 있기를 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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