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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9일

오늘 부산 마을책집 <카프카의 밤>에서 

'이응모임'을 꾸립니다.

오늘 나누는 밑글을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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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읽는 “이응모임” 12걸음

― 새롭게 있고, 찬찬히 읽고, 참하게 잇고, 느긋이 익히고



때 : 2025.4.19.토. 19시 30분

곳 : 부산 연산동 〈카프카의 밤〉

님 : 숲노래 × 곳간출판사

곁 : 《일하는 아이들》을 미리읽기, 또는 〈카프카의 밤〉에서 사기



줄거리

가. 하루글

 ㄱ 하루를 읽기

 ㄴ 늘 다른 하루

 ㄷ 어제 오늘 모레

 ㄹ 작은집에서 옹기종기

 ㅁ 철이 흐르다


나. 하루쓰기

 ㄱ 일기검사

 ㄴ 일기를 쓸 틈

 ㄷ 숙제를 할 짬

 ㄹ 준비물 살 돈

 ㅁ 집안일 집살림


다. 글씨

 ㄱ 한글을 배우지만

 ㄴ 동심천사주의와 교과서

 ㄷ 캐릭터북과 문해력

 ㄹ 어린이한테 안 묻다

 ㅁ 교육전문가끼리


라. 일없는 아이들

 ㄱ 자가용으로 모신다

 ㄴ 학원버스로 모신다

 ㄷ 집안일은 누가?

 ㄹ ‘살림’을 본 적 없는

 ㅁ ‘졸업장’과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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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걸음 : 하루글·하루쓰기


  우리는 그냥그냥 쓰는 말글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학교’에서 쓰거나, ‘사회’에서 쓰거나 ‘정부·공공기관’에서 쓰거나 ‘언론’에서 쓰거나 ‘책’에서 쓰면 곧이곧대로 외워서 따라해야 하는 듯 잘못 여기기 일쑤입니다.


  아직 학교에서는 ‘일기’를 쓰라고 얘기하고, 정부와 언론은 ‘일기예보’를 내놓습니다. 한글로 옮기면 ‘일기’이되, ‘日記·日氣’인 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어린이한테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여기에 ‘一技·一紀·一氣·一期’처럼 한자로 적는 다른 낱말이라면, 아이어른 모두 무슨 말인 줄 더욱 못 알아차리게 마련입니다.


  우리말에 ‘일기’란 없습니다. 중국말이거나 일본말입니다. 중국말이나 일본말을 쓸 수도 있되, 굳이 ‘일기’를 써야 할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우리말로 어린이부터 부드럽고 수월하게 알아들으면서 어른도 널리 생각을 나누는 낱말을 우리 나름대로 ‘사투리’로 새롭게 짓겠다는 마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일본말씨라고 여길 만한 ‘日記’는 ‘하루를 적다 = 하루쓰기 = 하루글’로 이야기할 만합니다. ‘日氣’는 ‘하루를 읽다 = 하루읽기 = 하루길’로 이야기할 만합니다. ‘일기(日氣)’를 놓고는 진작부터 ‘날·날씨’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날이 어떤가?”라든지 “날씨는 어떨까?” 하고 으레 말합니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날씨알림·날씨얘기’처럼 누구나 쉽게 곧바로 알아들을 말로 하루길이 어떠한가 하고 들려주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 정부와 언론이 ‘날씨알림·날씨얘기’처럼 말을 바꾸어야 알맞다고 목소리를 내지 못 합니다.


  아이를 낳거나 돌본 어른이라면, 다음처럼 이야기를 해보았을 만합니다. “자, 이제 일기를 쓰자.” “일끼? 일귀? 잇기?” “일기.” “일기? 일기가 뭐야?” “일기는 오늘 하루 지낸 이야기를 쓰는 글이야.” “오늘 하루 이야기? 그러면 오늘쓰기? 하루쓰기?”


  어린이한테 ‘일기’는 매우 어려운 낱말입니다. 열세 살이 아닌 열여섯 살이나 열아홉 살에 이르러도 못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스무 살이나 서른 살에 이르러도 속뜻을 못 읽을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오늘쓰기’나 ‘하루쓰기’라 하면 이내 알아차리면서 오늘과 하루를 가만히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오덕 님은 《일하는 아이들》이라는 어린이 글모음을 꾸리면서 ‘하루글·하루쓰기’가 아이들한테 얼마나 뜻깊으면서 빛날 만한지 가만히 밝혔습니다. 먼 옛날이나 앞날이 아닌, 바로 오늘 이곳에서 우리 스스로 느끼고 보고 생각하고 겪고 마음을 기울인 대로, 우리 손끝으로 찬찬히 적어 보자는 뜻을 나누었습니다. 오늘 늦잠이었다면 늦잠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오늘 아무것도 안 풀려서 아무 일도 못 했다면 이대로 쓰면 됩니다. 오늘 어쩐지 잘 풀렸으면 잘 풀린 그대로 쓰면 됩니다. 오늘 싫거나 좋거나 괴롭거나 반가운 일이 있으면 모두 그대로 쓰면 됩니다. 얻어맞았다든지 동생을 돌본 하루도 그저 그대로 쓰면 됩니다. 스스로 오늘을 읽고서 말할 수 있을 적에 스스로 자랍니다. 스스로 하루를 헤아리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 적에, 이 하루를 스스로 그리는 꿈과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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