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4.


《인디고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

 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궁리, 2018.12.28.



등허리가 아직 결리다만, 아침빨래를 마치고서 시골버스를 타고 고흥읍으로 나간다. 14시부터 ‘고흥 꿈꾸는 예술터―비주류 씨앗학교’ 이야기꽃을 편다. 읍내 나가는 시골버스는 11시 10분하고 14시. 일찌감치 나와서 나래터(우체국)에 깃든다. 노래꽃 두 꼭지를 새로 쓰고, 며칠 사이에 쓴 노래꽃을 빛종이에 옮겨적는다. 마음에 담는 말이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다면 누구나 노래(시)를 펼 수 있다. 마음을 등지거나 멋을 부리려 하니, 그만 허울을 쓰면서 노래를 잊고 잃는다. 《인디고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를 되읽는다. 몇 해 앞서 장만해서 읽었는데, 한켠 책더미에 얹고서 지나갔다. 다시 곰곰이 들춘다. 엮은이도 부산 푸름이도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다들 ‘대단한 책’이나 ‘값진 책’이나 ‘훌륭한 책’을 애써 읽으려고 한다. 이러면서 느낌글까지 ‘대단하거나 값지거나 훌륭하게 쓰려’는 굴레에 스스로 사로잡힌다. 굳이 대단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베스트·스테디 모두 아닌, 그저 ‘아름다운’ 책이나 ‘사랑스런’ 책이나 ‘숲빛으로 푸른’ 책을 살피면 된다. 글쓴이나 펴낸곳 이름값에 얽매여서는 ‘책 아닌 허울’ 꽁무니를 좇을 뿐이다. 《영리한 공주》하고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부터 읽어 보시기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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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3.


《사과꽃》

 김정배 글·김휘녕 그림, 공출판사, 2023.3.31.



어제그제 제법 걸어다니고 바깥일을 하면서 낮잠을 거른 터라, 새벽에 눈을 뜨면서도 찌뿌둥.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순천을 거쳐서 가기로 한다. 빗줄기가 온나라를 씻어 준다. 이 비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가. 푸른별에서는 ‘비’가 흐르고, 우리 몸에서는 ‘피’가 흐른다. ‘비 = 바닷물 = 바탕숨결’이요, ‘피 = 샘물 = 비 = 바닷물’이다. 모두 돌고돌아서 해질녘에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물도 말도 삶도 꿈도 늘 돌고돈다. 남을 미워할 수 없다. 내가 나를 미워하니 밉말이 온누리를 돌다가 나한테 오고, 내가 나를 사랑하니 사랑말이 온누리를 적시다가 나한테 온다. 구름이 짙다. 고흥에 드디어 닿아 집으로 돌아오는 한밤에, 개구리에 풀벌레에 멧새 노랫소리를 누린다. 《사과꽃》을 읽었다. 어쩐지 아쉽다. 줄거리를 살리도록 ‘우리말’에 더 마음을 쏟을 수 있었고, ‘섣부른 가지치기를 받은 나무’가 아닌, 들빛이며 숲빛대로 가지를 뻗는 나무를 붓끝으로 옮길 수 있었다. 나무는 나무로 살아야 나무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랑하기에 사람이다. 총칼로 나라를 세우거나 지킨다고 할 적에는 늘 싸움(전쟁)만 불거진다. 우리는 ‘나라(정부)’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사랑해야 서로 ‘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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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2.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샘터, 2005.7.25.



수봉산 기스락 숭의동 골목을 걸어서 나무전봇대를 스친다. 나무전봇대 우듬지에 풀씨가 내려앉아서 자란다. 처음 나무전봇대가 서던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무렵에는 흙길이었겠지. 잿돌(시멘트)전봇대로 바뀌고 한참 지나면서 나무전봇대는 뎅겅 잘려나가는데, 바탕이 나무이기에 잿더미로 메마른 곳에 조그마니 풀빛바람을 베풀어 주는구나. 한참 ‘나무전봇대 들풀’을 바라보고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간다. 강서구 발산어린배움터 옆 〈호수책장〉에 닿는다. 오늘은 바깥일이 있는지 늦게 여는 듯하다. 둘레에는 줄줄이 넘치는 학원. 이제 아이들은 마을이나 골목이나 집이 아닌 학원에서 놀아야 하나? 〈악어책방〉에서 어린씨랑 ‘노래꽃수다’를 편다. 늦은낮부터 새삼스레 내리는 비가 서울을 적신다.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을 되새긴다. 2005년에는 왜 ‘골목스럽지 않은 글’에 ‘김기찬 골목 사진’을 섞었는지 한숨이 나왔다. 2023년에 되읽어 보자니 ‘작은 골목집에 골목사람으로 깃들어 글씨앗을 심는 글바치’는 그때에나 이제나 드물게 마련이고, 사람들도 ‘골목 삶글’이 아닌 ‘골목 멋글(추억)’을 바라는구나 싶더라. 골목은 씨앗을 품는다. 골목은 서울(도시)도 멋(문화)도 안 품는다. 골목은 살림지기를 키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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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1.


《오십에 하는 나 공부》

 남혜경 글, 샨티, 2023.6.22.



인천으로 이야기를 펴러 가는 날이다. 읍내로 나와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타고, 전철로 갈아타서 인천으로 간다. 길에서 아홉 시간쯤 보낸다. 버스·전철에서 노래꽃(시)을 쓴다. 먼저 구월동 〈책방건짐〉을 찾아간다. 책내음을 헤아리고서 볕이 후끈후끈한 곳을 따라서 주안동으로 걷는다.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인천은 골목나무나 골목밭이나 골목꽃을 보면서 슬슬 거닐 만했지만, 골목을 뚝 잘라서 부릉부릉 매캐한 길이 너무 늘었다. 잿더미(아파트)가 하늘을 가리고 시끄러운 길은 더 걷고 싶지 않아서 시내버스를 타고 배다리로 간다. 〈나비날다〉하고 〈집현전〉하고 〈아벨서점〉에서 책을 장만한다. 다시 책빛을 품으면서 눈을 쉰다. 저녁 19시에 말밑풀이(어원해석) 이야기꽃을 편다. 오늘은 ‘늘·비’하고 ‘빚다’가 얽힌 실타래를 들려준다. 《오십에 하는 나 공부》를 읽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쉰 살에 나를 배운다”고 한다면, ‘쉰·쉼·쉽·숲·수수’라는 ‘수’가 말밑인 우리말을 읽어낼 줄 알 노릇이라고 본다. 쉬어가면서 숲을 수수하게 품고 풀어내는 철빛이 쉰(50)이라는 나이일 테니까. 둘레(사회)에 길든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영어로는 하나도 안 ‘쉽’고 ‘숲’하고도 멀다. 숲을 등지면 누구나 빛을 잃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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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2.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

 레오 리오니 글·그림/김난령 옮김, 시공주니어, 2019.6.10.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온다. 지난 한가위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간 뒤 거의 보름 만이다. 사이에 쉼날이 잦았고, 일산·여수·부산을 바람처럼 오가면서 틈을 내기도 빠듯했다. 들길을 달리다가 길죽음을 본다. 사납새(맹금류)이다. ‘황조롱이’일까? 이모저모 찾아보니 ‘붉은꼬리황조롱이’ 같다. 그동안 쇳덩이(자동차)한테 숱하게 밟히면서 비를 맞고 또 밟힌 듯싶다. 납작주검을 들어서 풀숲으로 옮기려는데 매우 가볍다. 쇳덩이는 늘고, 시골사람은 줄고, 새하고 들숲바다는 망가지는 나날이다. 《알렉산더와 장난감 쥐》를 새삼스레 되읽었다. “시골쥐와 서울쥐”를 레오 리오니 님 나름대로 새롭게 풀어내어 여민 아름그림책이라고 느낀다. 우리는 어떤 하루일까? 무늬만 사람옷을 입은 채 종살이를 하지는 않는가? 허수아비나 꼭둑각시가 되어 서울살이 쳇바퀴에 스스로 갇힌 하루는 아닌가? 달종이 날짜는 늘 바뀌지만, 하루하루 해바람비가 늘 다른 줄 하나도 모르는 굴레이지 않나? 이따금 마당에서 만나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떠올려 본다. 우리는 붉은꼬리황조롱이하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을 적에 비로소 사람빛을 환하게 나누고 펴리라 본다. 사람은 사람이어야지. 장난감도 노리개도 탈도 아닌 오롯이 사람꽃이어야지.


#LeoLionni #AlexanderandtheWindUpMouse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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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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