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2.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샘터, 2005.7.25.



수봉산 기스락 숭의동 골목을 걸어서 나무전봇대를 스친다. 나무전봇대 우듬지에 풀씨가 내려앉아서 자란다. 처음 나무전봇대가 서던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무렵에는 흙길이었겠지. 잿돌(시멘트)전봇대로 바뀌고 한참 지나면서 나무전봇대는 뎅겅 잘려나가는데, 바탕이 나무이기에 잿더미로 메마른 곳에 조그마니 풀빛바람을 베풀어 주는구나. 한참 ‘나무전봇대 들풀’을 바라보고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간다. 강서구 발산어린배움터 옆 〈호수책장〉에 닿는다. 오늘은 바깥일이 있는지 늦게 여는 듯하다. 둘레에는 줄줄이 넘치는 학원. 이제 아이들은 마을이나 골목이나 집이 아닌 학원에서 놀아야 하나? 〈악어책방〉에서 어린씨랑 ‘노래꽃수다’를 편다. 늦은낮부터 새삼스레 내리는 비가 서울을 적신다.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을 되새긴다. 2005년에는 왜 ‘골목스럽지 않은 글’에 ‘김기찬 골목 사진’을 섞었는지 한숨이 나왔다. 2023년에 되읽어 보자니 ‘작은 골목집에 골목사람으로 깃들어 글씨앗을 심는 글바치’는 그때에나 이제나 드물게 마련이고, 사람들도 ‘골목 삶글’이 아닌 ‘골목 멋글(추억)’을 바라는구나 싶더라. 골목은 씨앗을 품는다. 골목은 서울(도시)도 멋(문화)도 안 품는다. 골목은 살림지기를 키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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