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31.


《루스 베네딕트》

 마거릿 미드 글/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2008.4.25.



밤부터 하루를 연다. 글살림을 꾸려 여수로 건너간다. 시외버스에서 이모저모 글을 여미어 열 살 어린이한테 들려준다. 글과 삶을 읽는 눈을 이야기하고서 눈을 붙일 길손집을 찾아가는데, ‘마주보지 않는(비대면)’ 곳이란다. 16시에 열릴 때까지 세 시간을 길에서 기다린다. 책을 읽고, 하루를 돌아보고, 낱말책을 여미면서 기다린다. 졸립고 눈이 뻑뻑할 때마다 해가 드는 곳에 서서 몸을 푼다. 드디어 16시에 이르러 길손집에 들어간다. 씻고 늦은밥을 먹고서 바로 곯아떨어진다. 《루스 베네딕트》를 읽었다. 알차고 뜻깊다고 생각한다만, 작고 가볍게 엮는 쪽이 맞다고 느낀다. 루스 베네딕트 님이 쓴 다른 글을 굳이 붙일 까닭이 없다. 이미 다른 옮김책이 있잖은가? ‘평전’이라는 책은 징검다리여야 한다. ‘평전만 읽고 끝!’이 아니라, ‘이 사람은 이런 길을 걸어왔고, 이 사람 넋을 더 헤아리고 싶으면, 이분이 쓴 여러 책이 이렇게 있다!’ 하고 알려줄 노릇이다. 그나저나 해가 지고 깜깜한 밤에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서 밖을 보는데, 별은 없이 ‘술집거리’ 불빛만 밝다. 술집거리에는 술에 전 사람들만 북적이겠지. 어린이나 푸름이는 잠자리에 들까, 배움수렁(입시학원)에 얽매일까? 술집거리가 사라지고 책집거리로 바뀌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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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30.


《광해군》

 한명기 글, 역사비평사, 2000.7.10.



한 해 열두걸음으로 우리말 이야기꽃을 펴는 틀을 짠다. 고흥에서 이웃고장으로 마실을 다녀오자면 한 달에 하루가 어울리더라. 양산도서관에 ‘우리말 말밑(어원)으로 헤아리는 글읽눈(문해력) 이야기꽃’ 글자락(강의계획안)을 보낸다. 아직 양산이란 고장엔 간 적이 없지만, 새해에 양산마실을 해볼 수 있기를 빈다. 가을볕이 넉넉하다. 앞으로 얼마나 이 볕살을 누리려나 헤아려 본다. 마당에 서서 해를 쬐고 손글을 쓴다. 매울음을 듣는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지만 매울음만 메아리처럼 퍼질 뿐, 어디에 있는지 안 보인다. 《광해군》을 새삼스레 읽는다. 1998년에 마지막으로 열린배움터 이야기꽃(대학교 강의)을 들을 적에 ‘시간강사 한명기’ 이야기를 꼬박꼬박 챙겼다. 발바닥하고 엉덩이로 짙땀을 흘리면서 옛자국을 찬찬히 짚는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교수’로 차분히 자리를 잡으셨구나. 우리가 쓰는 말이 어떤 뿌리인지 새기려면 발자취(역사)도 훑어야 하는데, ‘책뿐 아니라, 책에 안 남은 자취’를 훨씬 깊고 넓게 헤아려야 한다. 역사학도 국어학도 ‘글읽기’를 넘는 ‘삶읽기·마음읽기’가 나란해야 곧바르게 뼈대를 세운다. ‘세종·광해군’에 붙는 ‘종·군’이란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 들려준 말이 참 와닿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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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


《두고 온 시》

 고은 글, 창작과비평사, 2002.1.15.



엊저녁부터 비가 새로 쏟아진다. 여러모로 비를 느껴 본다. 마당에 서서 비를 죽죽 맞으면서, 마루에 앉거나 부엌에서 밥하면서, 등허리를 펴려고 누워서 빗소리를 헤아린다. 빗물이 씻는 하늘과 땅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는지 헤아린다. 비를 머금기에 빛날 수 있는가? 비를 멀리하면서 빚지듯 빈껍데기로 구르는가? 고흥읍으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다녀온다. 새삼스럽지만, 오늘날 우리나라는 늘 우리말은 뒷전(비주류)이다. 입으로는 ‘K-’에 ‘한류’를 들먹이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제대로 안 배우고, 이웃(외국인)이 우리말을 어떻게 배워야 서로 즐겁고 아름다울는지 헤아리지도 않는다. 《두고 온 시》를 곰곰이 읽었다. 응큼질에 웃사내 노릇을 저지른 발자취가 꽤 드러난 고은인데, 어느 글발에 이런 응큼질이며 웃사내 씨앗이 드러났는지 짚으려고 일부러 읽는다. 사람들은 왜 이런 머저리 글바치한테 홀렸는지 차근차근 새겨 본다. 그런데 ‘작가회의’는 ‘성추행범 고은’을 아직도 감싼다. 이름난 여러 글바치도 매한가지. 가만히 보면, 다들 한통속에 똑같이 노닥거렸다는 뜻 아닐까. 잊어버린 사람이 많을 텐데, 고흥내기 옛 인천시장 송영길은 ‘광주항쟁 기념일에 단란주점’에서 노닥거렸다. 단란주점이 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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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8.


《‘철도원 삼대’와 인천 걷기》

 이설야와 일곱 사람, 다인아트, 2023.5.22.



이른아침에 쏟아지는 비를 본다. 빗줄기를 보고, 빗방울을 머리랑 손이랑 발바닥이랑 몸에 맞아 본다. 빗소리는 새삼스레 온소리를 잡아먹는다. 아니, 온소리를 잠재운다. 시골에서는 비가 쏟아지면 길에 쇳덩이도 사람도 없다. 오롯이 빗소리만 받아들인다. 놀랍도록 싱그럽다. 이 비가 풀꽃나무를 살리고 들숲바다를 깨우고 사람을 일으킨다. 늦은아침부터 하늘이 갠다. 아주 파랗다. 작은아이하고 순천마실을 한다. 옷장만을 할 셈이다. 길을 걸으며 한참 생각한다. 우리가 나눌 마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 별을 살림터로 가꾸는지, 아니면 죽음터로 망가뜨리는지, 부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철도원 삼대’와 인천 걷기》를 읽었다. 나쁜책은 아닐 텐데 퍽 덧없다. 황석영 님이 쓴 글을 바탕으로 인천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어쩐지 글바치 이름값에 얽매이는구나 싶다. 마을도, 골목도, 고을과 고장도, 삶터도 집도, 들과 숲도, 이름값이 아닌 수수님(평민) 눈빛으로 헤아리면서 품어야 비로소 느끼면서 알 텐데. ‘사는(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는 눈과 걷는 다리도 인천을 보는 길 가운데 하나일 터이나, 텅텅 빈 수레가 구른다고 느낀다. 글바치가 아닌, 아이랑 마을에서 놀며 걸으면 될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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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7.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글, 읻다, 2023.6.14.



그야말로 느긋이 쉬면서 볕바라기를 한다. 이따금 이야기꽃(강의)을 하러 바깥마실을 다니기는 했으되, 드문드문 조금만 했다. 올해에는 꽤 여러 곳을 돌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흥에서는 처음이라 할 만큼 여러 어린이에 푸름이에 어른을 마주하면서 삶노래가 어떻게 태어나고 흐르면서 깨어나는지를 들려주는 자리를 꾸린다. 누구나 삶노래님(시인)이다. 스스로 살림을 짓기에 살림빛이기도 하다. 손수 일구고 가꾸고 돌보기에 어느새 푸르게 사랑을 알아챈다. 우리는 어떤 하루를 그리면서 푸른노래를 누리는가. 네발나비를 맞이한다. 아이들이 묻는다. “네발나비? 왜 네발나비야?” “왜 그럴까? 나비를 보면서 생각해 봐. 그리고 너희가 스스로 나비한테 이름을 붙일 수 있어.”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읽었다. 저녁 여섯 시에 넘어가는 해를 느낀다. 여름이 저무는구나. ‘순수한 것’은 뭘까? 따로 있을까? 나는 아이들한테 ‘맑음·깨끗·갬·정갈·고요·티없음·하늘빛·물빛·바다·풀잎·꽃빛’을 말하기는 하되, 또 ‘사랑’하고 ‘숲’하고 ‘새’를 말하기는 하되, ‘순수한 것’은 아예 말조차 않는다. 왜 멋을 부리거나 치레를 할까? 왜 우리 넋을 밝히지는 않을까? ‘마음·말·맑다·많다·마(마녘)’는 말밑이 같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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