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4.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

 엔도 키미오 글/이은옥 옮김, 이담북스, 2009.12.21.



밤새 다시 왼무릎을 앓으며 땀을 흠뻑 쏟았다. 왼무릎이 거의 나아서 어제 구례 시골길도 거닐었는데, 이웃님하고 탄 쇳덩이(자동차)를 어느 할배가 뒤에서 세게 들이받았다. 삐끗한 목은 살짝 결리기만 했으나, 왼무릎이 새삼스레 찌릿했다. 나는 무릎이 아파 절뚝이며 제대로 걷지 못 했으나, 함께 쇳덩이에 탄 분은 멀쩡하다 보니, 내가 무릎이 왜 아픈 줄 하나도 못 느끼고 모른다. 온하루를 자주 눕고 쉬면서 집일을 조금만 한다. 저녁나절에는 구름이 조금 덮는다. 모처럼 가을비가 올까.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를 읽었다. 2023년에서야 이 책을 뒤늦게 알았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 탓이 크다고도 하지만, 이에 못잖게 우리 스스로 범을 미워하는 마음이 컸고, 범을 잡으면 목돈을 번다고 여기는 마음도 컸다. 이 땅에서 왜 곰도 여우도 늑대도 자취를 감췄겠는가. 일본 탓만 할 수 없다. 숲짐승이 살아갈 숲을 바로 우리 스스로 망가뜨리고 짓밟았다. 이제 이 땅에서 뱀이나 개구리나 맹꽁이나 참새조차 사라질 수 있다. 두루미뿐 아니라, 흔하다고 여기는 오리나 왜가리도 사라질 수 있다. 이웃이 어떻게 아프거나 앓는지 못 느끼고 안 보는 마음이 대단히 깊으니, 사람도 숲짐승도 풀꽃나무도 들숲바다도 모두 아프고 앓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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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3.


《두 하늘 한 하늘》

 문익환 글, 창작과비평사, 1989.6.15.



새벽에 부른 택시로 고흥읍으로 간다. 06시 20분 여수버스를 탄다. 마을길을 따라 어린배움터(초등학교)로 걷는데, 사람이 걸을 자리엔 왼오른 모두 쇳덩이(자동차)가 섰다. 뒤에서 다른 쇳덩이가 오면, 사람은 길가에 선 쇳덩이 사이로 들어가야 한다. 배움터 둘레 마을길에 선 이 쇳덩이는 뭘까? 오늘치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를 마치고서 순천으로 간다. 순천기차나루에 마실꾼(관광객)이 넘실거린다. 구례구로 가는 기차를 겨우 타고 건너간다. 시골마을에 깃든 〈봉서리책방〉으로 간다. 마을에 안긴 책집이 아늑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시골에 ‘마을책집’을 여는 이웃님이 드물지만 조금씩 는다. 으레 ‘사람 많은 서울(도시)’에서 책집을 열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사람 적은 시골’로 옮겨서 살아가며 책집을 열어야 이 나라가 바뀔 만하다. ‘책 좀 읽은’ 사람부터 서울을 떠나야지. 《두 하늘 한 하늘》을 서른 해 만에 되읽었다. 예전에 지나친 아쉽던 대목이 새록새록 보인다. 늦봄 어른은 ‘낮은 데로 가려’고 했다. 그래, 그래서 틀렸구나. 처음부터 스스로 ‘낮은 데서 살지’ 않은 채 ‘낮은 데로 가려’고 했으니 말글이 어긋나겠구나. 우리는 ‘바닥(바다·바탕)’에서 살면 된다. 바닥에서 살아야 바람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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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글, 후마니타스, 2020.3.30.



아침부터 안 서늘하다. 아니, 좀 덥다. 가을볕에 빨래가 일찍 마른다. 두바퀴를 달려 나래터를 다녀온다. 서울에 대면 티끌이라 하겠으나, 시골에도 쇳덩이(자동차)가 너무 많다. 갈수록 시골에 쇳덩이가 넘실댄다. 더구나 이제 나라에서는 ‘전기쇳덩이’를 장만하는 사람한테 돈을 크게 대준다. 걸어다니거나 두바퀴를 달리는 사람한테 ‘푸른삯(친환경보조금)’을 주어야 옳지 않을까? 쇳덩이에 돈을 보태면서 허울로 ‘친환경’을 외치는 나라이다. ‘친-’을 붙인 굴레가 아닌, 그저 ‘푸른-’ 살림을 서울에서는 ‘마당 있는 골목집’으로 꾸리면 되고, 시골에서는 그저 시골집 둘레를 보금자리숲으로 돌보면 된다. 《임계장 이야기》는 아주 조용히 사라졌다. 왜 사라져야 했는지 ‘한겨레·경향·오마이’는 아예 입조차 벙긋 않는다. 그들은 그럴 만하다. ‘임옥상 성추행’도 ‘주호민 막짓’도 입벙긋을 안 하는걸. 글감(소재)을 ‘여린이 쪽(약자 편)’에 서서 다루기에 ‘좋은책’일 수 없다. 숱한 글바치(교수·작가)는 ‘책을 읽을 틈이 없는 가난하고 작은 사람’이 읽을 수조차 없는 엉터리에 어려운 글발로 책을 쓴다. 예순 살이 넘도록 가난한 적도 힘든 적도 없던 이가 ‘글감만’ 붙잡았대서 가난한 쪽에 섰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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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


《도로 위의 야생동물》

 최태영 글, 국립생태원, 2016.10.31.



우리나라로 돈을 벌려고 찾아온 사람을 ‘노숙인’이라 하던 열 살 어린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더라. 이레 앞서 하던 말을 잊은 듯한 아이들을 보면서 《영리한 공주》라는 책을 장만해서 엄마아빠한테 소리를 내어 읽어 주면 좋겠다고 보탠다. ‘세 가지 바람(소원)’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얻을 적에 무엇을 바랐는지 들려주면서, 저마다 어떤 세 가지 꿈을 이루고 싶은지 종이에 적어 보자고 했다. 이러고서 ‘매’하고 ‘바보’라는 우리말이 어떻게 태어나고 뻗었는지 들려준다. 《도로 위의 야생동물》을 읽었다. ‘도로 위’는 ‘노상’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옮김말씨(번역체)로 잘못 푼 글이다. 우리말로 “길 위 = 하늘”이다. 제대로 옮기자면 “길에 선 들짐승”이 옳다. 길바닥에 발바닥을 붙인다. 글쓴이는 ‘어쩔 수 없이’ 쇳덩이(자동차)를 탈는지 모르나, 숲짐승을 살피는 일을 하며 두바퀴(자전거)만 달린다면, 이 책이 확 달랐으리라. 쇳덩이를 몰며 살필 적에는 ‘길에서 뭇숨결이 얼마나 많이 죽는지’ 제대로 못 느끼기 쉽다. 뭔가 이야기가 나오려다가 어영부영 끝나서 아쉽다. 숲노래 씨는 예전에 ‘길죽음’이란 말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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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31.


《루스 베네딕트》

 마거릿 미드 글/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2008.4.25.



밤부터 하루를 연다. 글살림을 꾸려 여수로 건너간다. 시외버스에서 이모저모 글을 여미어 열 살 어린이한테 들려준다. 글과 삶을 읽는 눈을 이야기하고서 눈을 붙일 길손집을 찾아가는데, ‘마주보지 않는(비대면)’ 곳이란다. 16시에 열릴 때까지 세 시간을 길에서 기다린다. 책을 읽고, 하루를 돌아보고, 낱말책을 여미면서 기다린다. 졸립고 눈이 뻑뻑할 때마다 해가 드는 곳에 서서 몸을 푼다. 드디어 16시에 이르러 길손집에 들어간다. 씻고 늦은밥을 먹고서 바로 곯아떨어진다. 《루스 베네딕트》를 읽었다. 알차고 뜻깊다고 생각한다만, 작고 가볍게 엮는 쪽이 맞다고 느낀다. 루스 베네딕트 님이 쓴 다른 글을 굳이 붙일 까닭이 없다. 이미 다른 옮김책이 있잖은가? ‘평전’이라는 책은 징검다리여야 한다. ‘평전만 읽고 끝!’이 아니라, ‘이 사람은 이런 길을 걸어왔고, 이 사람 넋을 더 헤아리고 싶으면, 이분이 쓴 여러 책이 이렇게 있다!’ 하고 알려줄 노릇이다. 그나저나 해가 지고 깜깜한 밤에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서 밖을 보는데, 별은 없이 ‘술집거리’ 불빛만 밝다. 술집거리에는 술에 전 사람들만 북적이겠지. 어린이나 푸름이는 잠자리에 들까, 배움수렁(입시학원)에 얽매일까? 술집거리가 사라지고 책집거리로 바뀌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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