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8.


《‘철도원 삼대’와 인천 걷기》

 이설야와 일곱 사람, 다인아트, 2023.5.22.



이른아침에 쏟아지는 비를 본다. 빗줄기를 보고, 빗방울을 머리랑 손이랑 발바닥이랑 몸에 맞아 본다. 빗소리는 새삼스레 온소리를 잡아먹는다. 아니, 온소리를 잠재운다. 시골에서는 비가 쏟아지면 길에 쇳덩이도 사람도 없다. 오롯이 빗소리만 받아들인다. 놀랍도록 싱그럽다. 이 비가 풀꽃나무를 살리고 들숲바다를 깨우고 사람을 일으킨다. 늦은아침부터 하늘이 갠다. 아주 파랗다. 작은아이하고 순천마실을 한다. 옷장만을 할 셈이다. 길을 걸으며 한참 생각한다. 우리가 나눌 마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이 별을 살림터로 가꾸는지, 아니면 죽음터로 망가뜨리는지, 부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철도원 삼대’와 인천 걷기》를 읽었다. 나쁜책은 아닐 텐데 퍽 덧없다. 황석영 님이 쓴 글을 바탕으로 인천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어쩐지 글바치 이름값에 얽매이는구나 싶다. 마을도, 골목도, 고을과 고장도, 삶터도 집도, 들과 숲도, 이름값이 아닌 수수님(평민) 눈빛으로 헤아리면서 품어야 비로소 느끼면서 알 텐데. ‘사는(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는 눈과 걷는 다리도 인천을 보는 길 가운데 하나일 터이나, 텅텅 빈 수레가 구른다고 느낀다. 글바치가 아닌, 아이랑 마을에서 놀며 걸으면 될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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