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7.


《희망을 새긴 판화가 오윤》

 성완경·허진무 글, 나무숲, 2005.12.30.



새벽길을 걷는다. 차츰 밝는 하늘을 느낀다. 소매 있는 옷을 걸쳤지만 “안 춥냐?”고 묻는 어린이를 마주한다. “스스로 춥다는 마음을 심으면 춥다”고 들려준다. 요새는 글붓집(문방구)을 찾기 매우 힘들다. 배움터 곁에서 글붓집이 사라졌다. ‘다이소’가 글붓집 노릇을 한다. 여수에서 순천으로 건너와서 종이를 사러 한참 걷고, 다시 한참 걸어서 〈책방 심다〉를 들른다. 웬 경찰버스 여럿이 골목까지 들어찼다. 뭐지? 그무렵 ‘꼭두지기 곁님’이 ‘순천 아랫장’ 나들이를 했다더구나. 집에 닿아 폭 쓰러진다. 《희망을 새긴 판화가 오윤》을 읽는다. 진작 장만해 놓고서 거의 열 해쯤 묵혔다. 칼노래를 새기기도 했으나, 바탕은 언제나 들노래요 흙노래요 살림노래요 시골노래였던 오윤 님이라고 느낀다. 모든 사람이 ‘너희 힘꾼’처럼 칼을 쥐고서 확 베어넘길 수 있다는 하늘빛을 그림으로 담아낸 분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희망’이라? 다들 이 한자말을 그냥그냥 쓰는 듯한데, 우리말은 ‘바라다’이다. ‘바라’기에 ‘바람’으로 거듭난다. 바람은 하늘을 파랗게 덮는 숨결이다. 우리가 바라보기에, 바람을 품고 바다를 안으며 밭을 짓고 바탕을 깨닫고, 아직 ‘바보(밥보)’일지라도 넉넉히 어깨동무하는 밝은 넋이게 마련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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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6.


《거창한 꿈》

 장 자끄 상뻬 글·그림/윤정임 옮김, 열린책들, 2001.4.25.



밤새 우르르쾅쾅 비바람이 몰아쳤다. 오랜만이로구나. 곁님 셈틀을 안고서 읍내로 간다. 며칠 앞서부터 먹통이다. 요모조모 손보려 해도 듣지를 않았다. 시골버스는 참 사납다. 서울(도시)에서 버스를 이렇게 몰면 버스일꾼이 잘리지 않을까? 다른 시골도 고흥 같지는 않다고 느낀다. 고흥버스는 버스나루에서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고, 사납게 몬다. 버스나루에서 지켜보니, 여러 어린이나 푸름이도 ‘담배 피우던 아재’가 몰면 “아! 저 사람이 모네! 싫어라!” 하고 혼잣말을 하더라. 셈틀집에 맡기니 한 시간쯤 지나 알려온다. “멀쩡한데요? 잘 움직이고 말썽인 데가 없습니다.” 큰아이가 속삭인다. “아버지, 이 아이(셈틀)가 바람을 쐬니까 즐거워서 스스로 낫지 않았을까요? 다른 사람들은 컴퓨터한테 마음이 없다고 여기지만, 컴퓨터한테 어떻게 마음이 없을 수 있어요?” 《거창한 꿈》을 읽었다. 책이름이 너무 ‘크’다. 아니, 우리말 ‘큰꿈’이나 “커다란 꿈”으로 붙일 만한데, 이렇게 수수한 우리말조차 못 쓴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일까? “대단한 꿈”이나 “으리으리 꿈”이나 “번쩍번쩍 꿈”이나 “하늘같은 꿈”처럼, 스스로 마음을 밝히고 넓힐 적에 누구나 비로소 깨어나리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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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5.


《평화의 눈으로 본 세계의 무력 분쟁》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3.7.27.



어제오늘 밤새 끙끙 앓으며 땀을 쏟았다. 아침에 씻고 낮에 다시 씻을 적에 때가 잔뜩 나온다. 땀하고 때란 무엇일까? 몸앓이를 하면서 허물을 벗는 셈이지 싶다. 낮부터 빗방울이 듣는다. 퍽 시원하게 내린다. 저녁에 비가 그치자 풀벌레노래가 흐른다. 아직 잠들지 않았네. 조금 더 가을빛을 밝혀 주려고 하네. 11월 늦가을 풀노래는 새삼스레 그윽하다. 이 노래를 온누리 누구나 듣는다면 더없이 아름다우리라. 《평화의 눈으로 본 세계의 무력 분쟁》을 읽었다. ‘평화학’은 으레 ‘전쟁’을 다룬다. 어떻게 치고받았는가를 짚어야 ‘안 치고받을 길’을 어림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평화학’은 ‘오롯이 평화’가 무엇인지 다룬 적이 없다. ‘페미니즘’에서도 비슷하다. 숱한 웃사내가 멍청짓을 틀림없이 오랫동안 얼간이처럼 저질렀다. 그런데 ‘웃사내 멍청짓 타박’만 한다면 페미니즘일 수 있을까? 순이돌이가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새롭게 나아갈 아름길과 사랑길을 밝혀야 참답게 페미니즘 아닌가? “평화라는 눈으로 본 평화”를 다루고 알리고 나눌 뿐 아니라, 스스로 이 길을 걸어갈 적에 비로소 ‘평화학’이 된다. 사전이 사전이려면 ‘누구나 스스로 말짓기를 하는 길’을 밝히듯 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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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4.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

 엔도 키미오 글/이은옥 옮김, 이담북스, 2009.12.21.



밤새 다시 왼무릎을 앓으며 땀을 흠뻑 쏟았다. 왼무릎이 거의 나아서 어제 구례 시골길도 거닐었는데, 이웃님하고 탄 쇳덩이(자동차)를 어느 할배가 뒤에서 세게 들이받았다. 삐끗한 목은 살짝 결리기만 했으나, 왼무릎이 새삼스레 찌릿했다. 나는 무릎이 아파 절뚝이며 제대로 걷지 못 했으나, 함께 쇳덩이에 탄 분은 멀쩡하다 보니, 내가 무릎이 왜 아픈 줄 하나도 못 느끼고 모른다. 온하루를 자주 눕고 쉬면서 집일을 조금만 한다. 저녁나절에는 구름이 조금 덮는다. 모처럼 가을비가 올까.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를 읽었다. 2023년에서야 이 책을 뒤늦게 알았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 탓이 크다고도 하지만, 이에 못잖게 우리 스스로 범을 미워하는 마음이 컸고, 범을 잡으면 목돈을 번다고 여기는 마음도 컸다. 이 땅에서 왜 곰도 여우도 늑대도 자취를 감췄겠는가. 일본 탓만 할 수 없다. 숲짐승이 살아갈 숲을 바로 우리 스스로 망가뜨리고 짓밟았다. 이제 이 땅에서 뱀이나 개구리나 맹꽁이나 참새조차 사라질 수 있다. 두루미뿐 아니라, 흔하다고 여기는 오리나 왜가리도 사라질 수 있다. 이웃이 어떻게 아프거나 앓는지 못 느끼고 안 보는 마음이 대단히 깊으니, 사람도 숲짐승도 풀꽃나무도 들숲바다도 모두 아프고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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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3.


《두 하늘 한 하늘》

 문익환 글, 창작과비평사, 1989.6.15.



새벽에 부른 택시로 고흥읍으로 간다. 06시 20분 여수버스를 탄다. 마을길을 따라 어린배움터(초등학교)로 걷는데, 사람이 걸을 자리엔 왼오른 모두 쇳덩이(자동차)가 섰다. 뒤에서 다른 쇳덩이가 오면, 사람은 길가에 선 쇳덩이 사이로 들어가야 한다. 배움터 둘레 마을길에 선 이 쇳덩이는 뭘까? 오늘치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를 마치고서 순천으로 간다. 순천기차나루에 마실꾼(관광객)이 넘실거린다. 구례구로 가는 기차를 겨우 타고 건너간다. 시골마을에 깃든 〈봉서리책방〉으로 간다. 마을에 안긴 책집이 아늑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시골에 ‘마을책집’을 여는 이웃님이 드물지만 조금씩 는다. 으레 ‘사람 많은 서울(도시)’에서 책집을 열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사람 적은 시골’로 옮겨서 살아가며 책집을 열어야 이 나라가 바뀔 만하다. ‘책 좀 읽은’ 사람부터 서울을 떠나야지. 《두 하늘 한 하늘》을 서른 해 만에 되읽었다. 예전에 지나친 아쉽던 대목이 새록새록 보인다. 늦봄 어른은 ‘낮은 데로 가려’고 했다. 그래, 그래서 틀렸구나. 처음부터 스스로 ‘낮은 데서 살지’ 않은 채 ‘낮은 데로 가려’고 했으니 말글이 어긋나겠구나. 우리는 ‘바닥(바다·바탕)’에서 살면 된다. 바닥에서 살아야 바람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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