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2.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김수정 글, 포르체, 2022.8.3.



몸앓이는 나아가는데 목앓이로 옮아간다. 말소리를 내기 벅차다. ‘고삭부리’란 이럴 적에 쓰는 말일 테지. 가만히 돌아보면 어릴 적에는 늘 앓았고 툭하면 쓰러졌다. 이런 몸으로 용케 스무 살 언저리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했고, 곧이어 싸울아비(군인)로 스물여섯 달을 살았구나. 시골로 터전을 옮긴 뒤로는 앓는 날이 확 줄었지만 이따금 드러눕는다. 새벽바람으로 여수에 가서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펴고서 고흥에 돌아온다. 저잣마실을 하고서 곧장 택시에 오른다. 집으로 온다. 아이들이 지은 따뜻밥을 한 그릇 먹고는 이내 곯아떨어진다.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를 읽었다. ‘얼굴을 가지다’는 옮김말씨이고, ‘사랑의 얼굴을 가지다’는 옮김말씨+일본말씨이다. 우리말씨로 손질하자면 “우리는 사랑하는 얼굴이고”나 “우리는 사랑스런 얼굴이고”이다. 또는 “우리 얼굴은 사랑스럽고”나 “우리 얼굴은 사랑이고”이다. “얼굴을 가지다”처럼 뜬금없는 옮김말씨가 얄궂은 줄 못 느끼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면, 이제는 이런 옮김말씨가 안 얄궂다고 여기는 사람이 훨씬 많다면, ‘우리말이 바뀌었다’고 쳐야 할까? 잘못 쓰거나 틀린 말씨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쓰’면 안 틀린 말로 탈바꿈을 하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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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1.


《초록의 공명》

 지율 글, 삼인, 2005.11.10.



몸살이 왔다. 앓고 일어나고, 또 앓고 일하고, 또 앓고 빨래하고, 다시 앓고 집안일을 하고, 거듭 앓고, 책을 추스르고, 자꾸 앓고 면사무소 손님을 맞이한다. 드디어 저녁에는 나가떨어진다. 밤새 끙끙거리면서 땀을 쏟는다. 《초록의 공명》을 되읽었다. 고맙게도 판이 안 끊어졌다. 경상도 양산에 생겼다는 〈평산책방〉에서 이 책을 들여놓았을는지 궁금하다. 삽질(토목건설)은 저쪽만 해대지 않았다. 저쪽은 저쪽대로 이쪽은 이쪽대로 그쪽은 그쪽대로 마구마구 삽질을 벌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전라도가 개발이 안 되었다’고 말하지만, 이 전라도에서 열 몇 해를 살면서 지켜보니 ‘전라도 개발 삽질’도 무시무시하다. 온나라가 삽질로 뒷돈이나 몰래돈을 허벌나게 해처먹는다. ‘먹다’도 ‘해먹다’도 ‘처먹다’도 아닌 ‘해처먹다’란 말을 써야 어울린다. 다만, 지율 스님한테 빠진 대목이 있다. 푸른숲을 바라보려고는 했되, 푸른넋으로 나아가는 길잡이에 열쇠에 고리인 ‘푸른말’은 볼 줄 몰랐다. 권정생 글마저 안 읽은 삶은 자랑이 아니다. 뒤늦게라도 《몽실 언니》나 《바닷가 아이들》쯤은 읽으셨을까? “푸르게 울다”라 말하지 못 하는, 푸른숲을 ‘푸르다’에 ‘숲’으로 품지 못 한 대목은 이제라도 느끼시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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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0.


《최무선》

 강학태 글, 자음과모음, 2006.10.16.



어쩐지 으슬으슬하다. 푹 쉬고 다시 쉰다. 빨래를 하고 또 쉰다. 밥을 차리고서 새로 쉰다. 책더미를 추스르고서 새삼 쉰다. 끙끙거리노라면 조금씩 풀린다. 바람이 휭휭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 해가 지고서 별이 돋는다. 쏟아지는 별을 하나씩 헤아린다. 여태 천천히 왔는데, 앞으로 더 찬찬히 걸어가자고 생각한다. 《최무선》을 읽었다. 문득 돌아보니 요사이는 우리 옛사람을 차근차근 다루는 책이 뜻밖에 얼마 없다. 어릴 적이던 1980년 무렵에는 마을 할아버지가 마을 어린이한테 최무선이며 문익점이며 강감찬이며 옛사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마을 할배는 ‘책으로 배운 대목’이 아니라 ‘입으로 물려받은 말’을 그대로 풀었다. 최무선이라는 옛사람이 어떻게 일본 싸울아비를 물리쳤느냐는 안 대수롭다고 본다. 그토록 온힘을 쏟는 동안, ‘최무선 집안’은 어떠했는지, 곁님하고 아이는 어떤 나날이었는지, 마을사람은 어떤 살림이었는지, 어리석은 웃대가리는 어떤 노닥질에 빠져서 넋이 나갔는지, 이 나라 들숲바다는 어떤 빛이요 숨결이었는지, 지난날에는 범도 곰도 늑대도 여우도 흔했을 텐데, 둘레 삶터가 어떠했는지 밝히면서 풀어내는 글이나 말이나 이야기는, 이제 찾아볼 수 없는지 모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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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9.


《오오쿠 14》

 요시나가 후미 글·그림/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7.11.30.



맑고 밝은 하루이다. 그저 폭 쉬려고 한다. 늦가을비가 지나간 요즈음 밤하늘은 눈부신 별밭이다. 고흥에 사는 어떤 분은 별을 보러 강원도에 간다는데, 불빛 없는 고흥 어디에서나 밤하늘을 품으면 된다. 왜 먼발치에서 별을 찾나? 왜 이 두멧시골 별자락은 눈여겨보지 않을까? 그러나 이 고장을 몰라보거나 등지는 사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이 고장 길잡이(교사)·벼슬아치(공무원)·고을지기(군수·국회의원·군의원)만 엉성하지 않다. 온나라가 싸움판으로 바뀌어 서로 미움질을 일삼는다. 한쪽만 옳아야 하고, 맞은쪽은 몽땅 죽거나 사라져야 한다고 여긴다. 어깨동무를 말하는 사람은 설 만한 자리가 없다. 이웃을 돕거나 동무를 사랑하자는 말은 마치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여긴다. 손전화를 쓰건 고기빵(햄버거)을 먹건 대수롭지 않다. 마음을 사랑으로 돌보면서 밝힌다면 모두 포근하게 풀어낸다. 《오오쿠 14》를 읽다가 그만둔다. 요시나가 후미 님이 선보인 그림꽃 가운데 《오오쿠》는 몹시 따분하고 떨어진다. 《어제 뭐 먹었어?》도 재미없다. 《사랑해야 하는 딸뜰》이나 《아이의 체온》처럼 토막그림꽃은 잘 그렸다. 《서양골동 양과자점》처럼 넉걸음 즈음으로 단출히 매듭을 지어야 어울릴 텐데, 질질 끌면 지질할 뿐인 줄 모르나.


#よしながふみ #大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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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8.


《올빼미와 부엉이》

 맷 슈얼 글·그림/최은영 옮김, 클, 2019.4.22.



바람을 본다. 구름을 읽는다. 하늘을 느낀다. 날씨를 품는다. 저잣마실을 나간다. 큰아이하고 읍내로 간다. 시골버스는 오늘도 시끌노래이다. 큰고장에서 버스를 타면 라디오로 시끄럽고, 시골에서는 ‘철없는 노래’를 크게 틀어서 시끄럽다. ‘고흥 꿈꾸는 예술터’에서 올해 여름·가을에 일군 열매를 펼쳐 보이는 자리에 가 본다. 가만히 서서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요즈음 곁님은 ‘해리포터’ 엉터리 옮김말을 곰곰이 새기고 손질해서 큰아이한테 들려준다. ‘해리포터’를 쓴 분은 ‘영어로 틀리게 쓴 대목’을 사람들이 짚어 주면 바로잡는다더라.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틀린 옮김말을 사람들이 나무라거나 알려주어도 펴냄터에서 꼼짝을 안 한다더라. 우리나라 글바치(작가·번역가·기자·교수·학자) 가운데 ‘우리말을 늘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가다듬고 갈고닦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있을까? 없지 않나? 낡은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에 갇힌 채 꾸역꾸역 돈벌이만 하지 않나? 《올빼미와 부엉이》를 진작에 읽었지만 매우 따분했다. 새바라기 우리 집 아이들도 슥 훑다가 내려놓았다. 왜 이렇게 다들 ‘우리말을 엉터리로 쓰는 글버릇’에 사로잡혀서 헤매는지, 그저 딱할 뿐이다. 스스로 ‘전문 번역가·작가’란 허울을 붙이지 말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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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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