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1.
《초록의 공명》
지율 글, 삼인, 2005.11.10.
몸살이 왔다. 앓고 일어나고, 또 앓고 일하고, 또 앓고 빨래하고, 다시 앓고 집안일을 하고, 거듭 앓고, 책을 추스르고, 자꾸 앓고 면사무소 손님을 맞이한다. 드디어 저녁에는 나가떨어진다. 밤새 끙끙거리면서 땀을 쏟는다. 《초록의 공명》을 되읽었다. 고맙게도 판이 안 끊어졌다. 경상도 양산에 생겼다는 〈평산책방〉에서 이 책을 들여놓았을는지 궁금하다. 삽질(토목건설)은 저쪽만 해대지 않았다. 저쪽은 저쪽대로 이쪽은 이쪽대로 그쪽은 그쪽대로 마구마구 삽질을 벌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전라도가 개발이 안 되었다’고 말하지만, 이 전라도에서 열 몇 해를 살면서 지켜보니 ‘전라도 개발 삽질’도 무시무시하다. 온나라가 삽질로 뒷돈이나 몰래돈을 허벌나게 해처먹는다. ‘먹다’도 ‘해먹다’도 ‘처먹다’도 아닌 ‘해처먹다’란 말을 써야 어울린다. 다만, 지율 스님한테 빠진 대목이 있다. 푸른숲을 바라보려고는 했되, 푸른넋으로 나아가는 길잡이에 열쇠에 고리인 ‘푸른말’은 볼 줄 몰랐다. 권정생 글마저 안 읽은 삶은 자랑이 아니다. 뒤늦게라도 《몽실 언니》나 《바닷가 아이들》쯤은 읽으셨을까? “푸르게 울다”라 말하지 못 하는, 푸른숲을 ‘푸르다’에 ‘숲’으로 품지 못 한 대목은 이제라도 느끼시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