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부터, 책을


  돈부터 벌려 하면 돈을 벌며 다른 것을 놓치거나 잃는다. 돈을 벌려 하면 돈을 벌면서 다른 것은 늘 그대로 흐른다. 책부터 읽으려 하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것을 모두 놓치거나 못 읽는다. 책을 읽어야 책을 읽고 삶을 읽는다. 책부터 읽으면서 다른 모두를 놓치는 사람이 어찌 살아가는가. 책을 읽으면서 삶을 짓는 사람은 이웃과 어떻게 지내는가. 4347.5.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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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곳에 부는 바람


  책을 읽고 싶다면 늘 읽는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전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책을 읽는다. 책이 무엇이기에 읽는가. 마음을 살찌우는 밥이기에? 생각을 가꾸는 숨결이기에? 그러나 어느 책이건 어디에서나 읽는다. 마음이 가면 읽는다. 생각이 열리면 읽는다.

  뜻이 맞는 이웃이 있을 적에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깊은 밤이건 어두운 곳이건 총알이 춤추는 곳이든 이야기꽃은 활짝 핀다. 어떻게 이야기꽃을 피울까? 어떤 넋으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가?

  책을 읽는 곳에 바람이 분다. 따스하게 분다. 보드랍게 분다. 살가이 분다.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손에 책을 쥔 사람한테 바람은 늘 싱그럽다. 사랑이 묻어나며 흐르는 바람이다. 꿈이 녹아들며 퍼지는 바람이다. 

  어느 책을 쥐어도 바람이 분다. 모든 책은 그예 책이다. 어떤 책을 몇 쪽 넘기든 바람이 분다. 살근살 바람이 불어 빙그레 웃는다. 4347.5.29.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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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으며


  시집을 읽으며 생각한다. 이 시로 꾸러미 하나 일군 분은 어떤 넋일까. 이 시를 펴낸 출판사는 어떤 꿈을 품었을까. 아름다운 노래를 내놓을 수 있어 즐거웠을까. 이름난 작가 하나를 이녁 출판사 도서목록에 올리니 뿌듯했을까.

  나이도 이름도 자리도 높다는 어느 시인이 일군 구슬을 읽는다. 두 아이를 이끌고 마실햐는 시외버스에서 읽는다. 멀미를 견디며 읽는다. 시도, 시 끝에 붙은 ㅊ대 국문과 교수 서평도 골이 아프다. 싯말이나 평론 가운데 아이한테 들려주거나 노래로 부를 만한 대목을 하나도 못 찾는다.

  시는 어떤 글인가. 산문시도 있고, 시가 꼭 노래로 부를 만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궁금하다. 노래하지 못하거나 노래할 수 없어도 시인가.

  웃음도 노래하고, 눈물도 노래한다. 시골도 노래하고, 도시도 노래한다. 사랑도 노래하고, 아픔도 노래한다. 꿈도 노래하고, 고단함도 노래한다. 새벽이든 공장이든 모두 노래가 된다. 노래도 삭히며 서로 어깨동무하는 빛을 담기에 시 한 줄, 이야기 한 자락이 아닌가.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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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있는 사람, 책 읽는 사람



  1950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를 읽으며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그린 이는 이녁 아들한테 보여주려고 그림책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책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를 보면, 암거위 피튜니아가 숲에서 책을 한 권 줍고는 날갯죽지에 꽂으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흐른다. 암거위 피튜니아는 ‘책 있는 짐승’이라고 다른 짐승 앞에서 뽐낸다. ‘책 있는 짐승’이니 이녁이 얼마나 잘나거나 자랑스러운가 하고 떠벌인다.


  그런데, 책은 가지고 다니라고 만들지 않는다. 책은 꽂아 놓으려고 만들지 않는다. 책은 모시기만 하려고 만들지 않는다. 책은 읽으려고 만든다. 그러니까, ‘책 있는’ 짐승은 딱하다. ‘책 읽는’ 짐승이 되어야 한다.


  학교를 다녀 졸업장을 거머쥔대서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박사나 석사 같은 학위를 딴들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지식을 많이 쌓거나 이런저런 달인이 된다 한들 아름다운 사람이 될까? 아니다.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읽은 뒤에 ‘살아가는’ 사람이 될 노릇이다.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 지내고, 사랑하는 사람답게 ‘꿈꾸는’ 사람으로 노래할 때에 비로소 아름답다.


  책은 재산이나 숫자로 거머쥘 때에 부질없다. 돈도 지식도 이름값도 힘도 거머쥘 때에는 덧없다. 있는 것을 제대로 읽어서 쓰고, 살아내며, 사랑하고, 꿈꾸는 빛을 나누어야지. 4347.5.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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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망치



  망치가 있어 못을 박는다. 망치가 있어 나무와 나무를 엮으면서 통통 두들겨 맞춘다. 망치가 있어 책꽂이를 짠다. 망치가 있어 책꽂이를 다시 뜯고, 망치가 있기에 책꽂이를 새로 짜서 새 곳에 놓는다.


  오랜 나날 못을 박거나 책꽂이를 짜던 망치를 내려놓는다. 망치야 너도 살짝 쉬렴. 그리고 조금 뒤에 다시 책꽂이를 야무지게 짜도록 네 힘을 보태어 주렴. 망치 네가 나누어 준 기운을 받아 책꽂이가 튼튼히 서고, 이 책들 모두 즐겁게 제자리를 찾는단다. 4347.5.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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