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곳에 부는 바람


  책을 읽고 싶다면 늘 읽는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전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책을 읽는다. 책이 무엇이기에 읽는가. 마음을 살찌우는 밥이기에? 생각을 가꾸는 숨결이기에? 그러나 어느 책이건 어디에서나 읽는다. 마음이 가면 읽는다. 생각이 열리면 읽는다.

  뜻이 맞는 이웃이 있을 적에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깊은 밤이건 어두운 곳이건 총알이 춤추는 곳이든 이야기꽃은 활짝 핀다. 어떻게 이야기꽃을 피울까? 어떤 넋으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가?

  책을 읽는 곳에 바람이 분다. 따스하게 분다. 보드랍게 분다. 살가이 분다.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손에 책을 쥔 사람한테 바람은 늘 싱그럽다. 사랑이 묻어나며 흐르는 바람이다. 꿈이 녹아들며 퍼지는 바람이다. 

  어느 책을 쥐어도 바람이 분다. 모든 책은 그예 책이다. 어떤 책을 몇 쪽 넘기든 바람이 분다. 살근살 바람이 불어 빙그레 웃는다. 4347.5.29.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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