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으며
시집을 읽으며 생각한다. 이 시로 꾸러미 하나 일군 분은 어떤 넋일까. 이 시를 펴낸 출판사는 어떤 꿈을 품었을까. 아름다운 노래를 내놓을 수 있어 즐거웠을까. 이름난 작가 하나를 이녁 출판사 도서목록에 올리니 뿌듯했을까.
나이도 이름도 자리도 높다는 어느 시인이 일군 구슬을 읽는다. 두 아이를 이끌고 마실햐는 시외버스에서 읽는다. 멀미를 견디며 읽는다. 시도, 시 끝에 붙은 ㅊ대 국문과 교수 서평도 골이 아프다. 싯말이나 평론 가운데 아이한테 들려주거나 노래로 부를 만한 대목을 하나도 못 찾는다.
시는 어떤 글인가. 산문시도 있고, 시가 꼭 노래로 부를 만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궁금하다. 노래하지 못하거나 노래할 수 없어도 시인가.
웃음도 노래하고, 눈물도 노래한다. 시골도 노래하고, 도시도 노래한다. 사랑도 노래하고, 아픔도 노래한다. 꿈도 노래하고, 고단함도 노래한다. 새벽이든 공장이든 모두 노래가 된다. 노래도 삭히며 서로 어깨동무하는 빛을 담기에 시 한 줄, 이야기 한 자락이 아닌가.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