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있는 사람, 책 읽는 사람



  1950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를 읽으며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그린 이는 이녁 아들한테 보여주려고 그림책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책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를 보면, 암거위 피튜니아가 숲에서 책을 한 권 줍고는 날갯죽지에 꽂으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흐른다. 암거위 피튜니아는 ‘책 있는 짐승’이라고 다른 짐승 앞에서 뽐낸다. ‘책 있는 짐승’이니 이녁이 얼마나 잘나거나 자랑스러운가 하고 떠벌인다.


  그런데, 책은 가지고 다니라고 만들지 않는다. 책은 꽂아 놓으려고 만들지 않는다. 책은 모시기만 하려고 만들지 않는다. 책은 읽으려고 만든다. 그러니까, ‘책 있는’ 짐승은 딱하다. ‘책 읽는’ 짐승이 되어야 한다.


  학교를 다녀 졸업장을 거머쥔대서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박사나 석사 같은 학위를 딴들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지식을 많이 쌓거나 이런저런 달인이 된다 한들 아름다운 사람이 될까? 아니다.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읽은 뒤에 ‘살아가는’ 사람이 될 노릇이다.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 지내고, 사랑하는 사람답게 ‘꿈꾸는’ 사람으로 노래할 때에 비로소 아름답다.


  책은 재산이나 숫자로 거머쥘 때에 부질없다. 돈도 지식도 이름값도 힘도 거머쥘 때에는 덧없다. 있는 것을 제대로 읽어서 쓰고, 살아내며, 사랑하고, 꿈꾸는 빛을 나누어야지. 4347.5.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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