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아이는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아이는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아이는 제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읽고 싶습니다. 아이는 제 마음에 빛이 되는 재미난 책을 읽고 싶습니다.


  어른도 어른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어른도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른은 읽고 싶지 않더라도 졸업장이나 자격증 때문에 억지로 책을 펼치곤 합니다. 재미없다고 느끼면서도 꾸역꾸역 책을 읽곤 합니다. 비평이나 평론을 해야 하기에, 또는 ‘새책 평가단’이 되었기에, 마음에도 없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살피느라 마음을 곱게 둘 책하고 자꾸 멀어지곤 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마음을 밝히는 아름다운 책을 가슴에 담으면 얼마나 즐거우랴 싶습니다. 다 함께 마음빛 될 책을 가슴에 품으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싶습니다. 시험공부를 해야 하기에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푸른 넋 살찌우는 빛을 누리고 배우려고 다니는 학교일 때에 얼마나 사랑스러우랴 싶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없는 책을 참말 읽는가 하고 돌아보면, 아마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마음에 없는 책을 읽는다기보다 ‘자격증과 졸업장 거머쥐려는 마음’으로 재미없는 책을 읽고 맙니다. 노리는 무언가 있다면서 재미없는 일을 하고 맙니다. 돈을 벌거나 이름을 날리려는 마음으로 재미없거나 따분하거나 올바르지 않은 책하고 자꾸 사귀는 셈 아닌가 싶어요.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넋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삶을 가꿀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사랑스러운 책을 읽으면서 사랑스러운 빛을 나눌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살고 싶은 보금자리를 돌보면서 살아요. 우리 모두 스스로 사랑하고 싶은 곁님을 사랑하면서 살아요. 우리 모두 스스로 놀고 싶은 놀이를 즐기고 일하고 싶은 일거리를 찾아 하루를 빛내요. 꿈을 먹으면서 내 마음이 환하고 푸르게 빛나도록 활짝 웃어요. 4346.1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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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27 09:22   좋아요 0 | URL
정말 책은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할 때~스스로의 삶이 즐겁고 기쁘지요~
그래서 어제도 서점에서 와락 마음에 들어 오는 책 몇 권, 집어왔답니다...^^;;

숲노래 2013-12-27 09:26   좋아요 0 | URL
가까이에 책방이 있으니
책방마실 즐겁게 누리시겠네요~

시골에서는 그저... 마음속에만 품습니다 ^^;;;;;
 

정치로는 책을 읽힐 수 없다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날 때에 비로소 책을 읽습니다. 누가 시켜서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이나 시험점수를 들이밀며 시킨들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입사시험이나 승진시험을 들먹이며 시킨들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재단에서 시키기에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시청이나 군청에서 시킨다 하더라도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시장이나 군수가 ‘책도시’나 ‘책마을’ 이름을 들먹이니까 책을 읽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제라도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날 때에 비로소 책을 읽습니다.


  올바른 사회가 되도록 하자면 사회운동을 해야 할까요? 올바른 정치가 되도록 하자면 정치투쟁을 해야 할까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막는 길은 무엇일까요? 국회투쟁을 하거나, 누군가 국회의원이 되거나, 누군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막을 수 있을까요? 밀양 송전탑을 어떻게 막을까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어떻게 막을까요? 미군기지 문제와 전쟁무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두 ‘정치’로 풀고 맺는 일인가요? 대통령 한 사람 떡하니 나타나야 풀 수 있을까요? 국회의원 몇 사람이 소매를 걷어붙여야 풀거나 맺을 일인가요?


  정치로는 책을 읽힐 수 없습니다. 정치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습니다. 정치로는 정치조차 바꾸지 못합니다.


  책은 저마다 다른 삶으로 읽습니다. 아이를 낳고 돌보며 살림을 꾸리는 바쁜 틈틈이 살짝살짝 말미를 내어 책을 읽습니다. 흙을 만지거나 기계를 다루면서 살짝 숨을 돌려 땀을 씻는 겨를에 조용조용 책을 읽습니다. 버스나 전철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잊고 덜덜 흔들리는 몸을 가누면서 아늑하게 책을 읽습니다.


  나한테 돈이 억수로 많아 아무 일을 안 할 수 있어야 책을 읽지 않습니다. 나한테 돈이 엄청나게 많아 어느 책이든 마음껏 장만할 수 있어야 책을 읽지 않습니다. 밥을 안 지어도 되거나 빨래를 안 해도 되기에 책을 읽지 않습니다. 아이들하고 놀아 주지 않아도 되거나 아이들 가르치는 몫을 남한테 떠맡겼기에 책을 읽지 않습니다. 자가용하고 헤어진들 책을 읽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책을 읽지 않습니다. 집에 따로 서재를 마련하니까 책을 읽나요? 돈이 많거나 대학교를 다녀야 책을 읽나요?


  올바른 정치가 서자면, 사람들 스스로 올바른 삶을 세워야 합니다.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가면 올바른 정치가 됩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끝장내자면, 사람들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합니다. 이 나라 사람들 모두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는데, 도시에서 태어났어도 시골로 갈 생각을 않는데, 온갖 자유무역협정이 끝없이 불거질밖에 없습니다. 멀리서 찾아와 도와주는 이들 있으니 밀양 송전탑 말썽을 풀는지 모릅니다만, 밑바탕이 달라지지 않아요. 송전탑은 밀양에만 있지 않아요. 온 나라에 엄청나게 많아요. 송전탑이 왜 설까요? 바로 사람들이 몽땅 도시에 몰려 살아가면서 엄청난 물질문명을 누리기 때문이에요. 도시에서 살더라도 전기를 집집마다 스스로 만들어 쓸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에요. 밀양 송전탑을 안 하면 청도 송전탑을 하면 될까요? 사람 없는 아름다운 숲을 망가뜨리며 송전탑을 놓으면 될까요? 평화 아닌 전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말썽이 불거집니다. 평화는 평화로 지킬 뿐인데, 전쟁무기가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줄 잘못 알기 때문에, 군부대를 끝없이 새로 짓고 늘리려는 정치 움직임이 나타나요. 스스로 삶이 아름다운 평화가 되도록 할 때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삶이 아름다운 평화가 되지 않으면, 언제나 싸움이요 정치요 투쟁이요 혁명만 외칠 뿐입니다.


  대통령이 바뀐대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책읽기 운동’을 한대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입시지옥이 버젓이 있는 까닭은 학력차별이 버젓이 있기 때문이고, 학력차별이 버젓이 있는 까닭은 계급차별이 버젓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온갖 차별은 정치로는 씻지도 풀지도 못합니다.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가면서, 저마다 제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건사하는 삶을 일굴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길로 나아갑니다. 교육감도 전교조도 교육부도 교사도 학교도 아무것도 못 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삶을 세우고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다스리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누릴 때에 비로소 모든 실타래가 풀리니까요. 삶을 읽을 때에 책을 읽고, 삶을 다스릴 때에 사회를 다스리며, 삶이 아름다울 때에 나라가 아름답습니다. 4346.12.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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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3-12-24 11:2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공감 백배!

숲노래 2013-12-24 12:34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사람들이 조용히 이녁 보금자리를 아름답게 일굴 적에
천천히, 시나브로, 차근차근
아름다운 마을과 사회와 나라가 이루어진다고 느껴요.

책으로 태어나는 이야기란
바로 이런 작은 아름다움을 나누는 사랑에서
태어나겠지요.
 

마음으로 읽는 책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 달라요. 아무리 훌륭하다는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짓궂거나 얄궂은 마음이라면 읽지 않는만 못할 수조차 있어요. 성경을 읽어야 착해지지 않아요. 착하게 살면서 성경을 읽어야지요. 동화책을 읽어야 맑은 마음 되지 않아요. 맑은 마음으로 살면서 동화책을 읽어야지요. 시집을 읽어야 문학을 알거나 소설책을 읽어야 문학을 누리지 않아요. 삶이 언제나 시처럼 흐르면서 시집을 읽고, 삶을 늘 소설처럼 이야기샘 솟도록 가꾸면서 소설책을 읽어야 아름답습니다.


  눈으로도 읽지만, 눈과 함께 마음으로 읽는 책이에요. 눈으로도 꽃을 바라보고 나무를 헤아리지만, 눈과 함께 마음으로 바라보는 꽃이요 마음으로 헤아리는 나무예요. 밥 한 그릇을 혀와 입으로 먹지만, 혀와 입과 함께 마음으로 먹어요. 밥을 지은 사람 마음을 느끼고, 밥으로 차리기까지 흙을 보살핀 흙지기 손길을 나란히 누려요. 4346.12.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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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3-12-21 20:25   좋아요 0 | URL
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착하게 살면서 성경을 읽어야지요>부분에서 우리 반 최고 꾸러기가 떠오르네요.
그 애가 교회는 정말 열심히 다니는데 삶이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숲노래 2013-12-21 20:43   좋아요 0 | URL
그 꾸러기를 수퍼남매님이 예쁘게 이끌어 주시면
앞으로 아름다운 길 걸어가겠지요~
 

마음을 열어야 읽는 책

 


  책을 읽고 싶으면, 책을 펼치기 앞서 마음을 펼쳐야 합니다. 내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 가만히 헤아리면서, 마음자락을 책 앞에 펼쳐야 합니다. 맑고 싱그러운 숨을 들이마시고 싶다면, 먼저 내 몸에 깃든 바람을 바깥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핏톨에 얹혀 온몸 구석구석 돌고 난 바람을 살그마니 바깥으로 내보낸 뒤에라야 맑고 싱그러운 숨이 내 몸으로 보드랍게 스며들어 새 기운 솟을 수 있도록 북돋웁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를 꼬옥 안자면 두 팔을 벌려야 합니다. 두 팔을 벌려야 안지, 두 팔을 안 벌려서는 아이를 안지 못해요. 콩씨를 심어야 콩을 거두고, 팥씨를 심어야 팥을 거두어요. 숲에 깃들어야 싱그러운 바람을 마시고, 흙을 일구어야 맛난 밥을 얻어요. 마음을 열 때에 책이 내 가슴으로 파고들어요. 마음을 열고 책을 손에 쥐어 한 장 두 장 넘길 적에 비로소 이야기 한 자락 내 가슴으로 스며들어요.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은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겉훑기로 그쳐요. 마음을 열지 않은 채 책을 손에 쥐면 지식이나 정보는 얻더라도 꿈과 사랑은 누리지 못해요. 마음을 열어 책을 읽으면, 지식이나 정보는 잘 모른다 하더라도 꿈과 사랑을 따사로이 누려요. 꿈과 사랑을 따사로이 누리는 사람은, 책으로 지식이나 정보를 못 얻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삶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찾아내요.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합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하면서 밥을 짓습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하면서 지은 밥을 먹고 기운을 내어 흙을 일구고 나무와 풀을 돌봅니다. 마음을 열어 사랑을 하면서 지은 밥을 먹고 기운을 내어 흙을 일구고 나무와 풀을 돌보던 손길로 곁님과 아이를 곱게 안으면서 하루를 즐겁게 누립니다. 책은 언제나 우리 가슴속에 있습니다. 4346.12.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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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에 책을 놓아

 


  아이들이 마룻바닥이나 평상이나 방바닥이나 어디에서나 가만히 앉아 무릎에 책을 얹은 모습을 바라보면, 더할 나위 없이 따사롭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러한 모습이 무척 포근하다. 책상맡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엎드리거나 누워서 책을 펼친 모습도 애틋하다.


  책을 읽는다 할 적에는 내가 이제껏 살아오며 겪거나 누리거나 헤아리거나 살피거나 받아들이거나 익힌 모두를 내려놓는다. 왜냐하면, 새롭게 배우고 싶어 책을 읽지, 하나도 안 배우고 싶어 책을 읽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이 많다 여기는 사람이 굳이 책을 읽을 까닭은 없다. 내 지식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뭐 하러 책을 읽겠는가.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인다. 무르익은 열매는 저절로 터진다. 익은 벼와 무르익은 열매는 고소하거나 달콤한 내음으로 온 마을 너그럽게 감싼다. 슬기로운 빛이 사람들 사이에서 맑게 흐르며 이야기씨앗 된다. 책 하나 마주하면서 빙그레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 새로 거듭나면서 지구별에 푸른 바람 흐르도록 북돋운다.


  자그마한 아이들 자그마한 손길이 자그마한 집살림 살리고, 자그마한 마을살림 살찌우며, 자그마한 지구별 사랑스레 품는다. 오늘도 어제도 모레도 따스한 눈빛으로 신나게 뛰놀고 기쁘게 책을 펼칠 수 있기를 빈다. 4346.12.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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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3-12-15 02:22   좋아요 0 | URL
발가락에 힘주고 있는거좀 보세요. ^^

숲노래 2013-12-15 02:34   좋아요 0 | URL
애들은 이렇게 책을 보면서 발가락놀이 꼬물딱꼬물딱
얼마나 귀여운지요~

그렇게혜윰 2013-12-15 03:48   좋아요 0 | URL
저 발ㅋㅋ 아궁~~^^

숲노래 2013-12-15 04:17   좋아요 0 | URL
저녁에 방에서 조 꼼지락 발을 사진으로 담느라
퍽 힘들었어요 ^^;;

쉴새없이 움직이는데
아주 살짝 1/5초쯤 멈출 때를 기다려
겨우 한 장! 얻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