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5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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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40



사마귀랑 아이들이 함께 있는 풀밭

― 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권혁도 글·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2011.11.20.



  권혁도 님이 빚은 그림책 《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길벗어린이,2011)를 가만히 읽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집 둘레에서 늘 사마귀를 만납니다. 마을에서도 보고, 고샅이나 논둑에서도 으레 봅니다. 언제나 가까이에서 어우러지는 이웃인 사마귀입니다.


  우리 집 마당이나 뒤꼍에서 사마귀가 산다면, 사마귀한테 먹이가 될 만한 다른 풀벌레가 많다는 뜻입니다. 참말 우리 집에는 온갖 딱정벌레가 함께 삽니다. 농약을 안 치는 집이니까 딱정벌레도 개구리도 뱀도 구렁이도 이 집에서 함께 삽니다. 나비하고 벌하고 새가 함께 살고, 곧잘 지네가 기어다니며, 마을고양이는 우리 집 광에서 새끼를 낳고는 모과나무 언저리나 섬돌 둘레에서 밤잠을 이룹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먹잇감이었던 곤충들도 보이지 않아. 배고픈 사마귀는 풀숲을 돌아다니며 두세 개의 알집을 만들어 놓고 기운이 다해 죽었어. (12쪽)



  권혁도 님은 사마귀가 어른벌레일 적부터 알을 거쳐 새끼벌레가 되다가 다시 어른벌레가 되는 모습까지 차근차근 지켜본 뒤 그림으로 담습니다. 아직 어린 사마귀가 다른 벌레한테 잡아먹히거나 밀리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잇달아 허물벗기를 하면서 차츰 몸이 커지는 동안 비로소 다른 벌레를 기운차게 잡아먹는 모습을 그림으로 밝힙니다.


  숲에서는 모든 목숨이 서로 잡아먹거나 잡아먹힙니다. 모든 목숨이 서로 얼크러지면서 숲이 이루어집니다. 어느 한 가지 목숨만 늘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목숨이 알맞게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숲이 됩니다. 알에서 깨어나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어 알을 낳으며, 다시 알에서 깨어나 아이로 자란 뒤, 새롭게 어른으로 자라서 기쁘게 알을 낳습니다.




어느새 나뭇가지에 돋아난 새잎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려. 작은 풀꽃과 새싹들 사이로 알에서 깨어난 어린 메뚜기들이 톡톡 튀어 다니지만, 여전히 사마귀 알집은 말라 죽은 듯이 그대로 있어. (16쪽)



  사마귀한테는 날개가 있습니다. 다른 수많은 딱정벌레도 으레 날개가 있습니다. 풀밭이랑 숲에서 풀꽃하고 나무꽃에 기대어 사는 벌레는 바람을 가볍게 타면서 제법 멀리 날아다닙니다. 먹이를 찾아 마실을 하고, 짝을 찾아 나들이를 합니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누리면서 날고, 싱그럽게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납니다.


  한 해를 살고서 죽는 사마귀는 봄이랑 여름이랑 가을을 한껏 누립니다. 겨울을 앞두고 알을 낳은 뒤 몸을 내려놓습니다. 기쁘게 누린 한 해 이야기를 알에 고이 담으면서 추위를 견딥니다. 겨울이 끝나고 새봄이 찾아와서 새삼스레 고운 볕이 드리울 적에 찬찬히 깨어납니다. 어미벌레가 물려준 씨톨(유전자)은 새끼벌레 온몸에 고스란히 흐릅니다. 새로 태어난 기쁨을 노래하면서 풀밭에서 풀노래를 부릅니다.


  사마귀가 부르는 풀노래는 다른 풀벌레한테 무시무시할는지 모르나, 사마귀로서는 새가 부르는 봄노래가 무시무시할 만합니다. 새는 또 사람이 내는 기곗소리가 무시무시하다고 느낄 테지요.




어린 사마귀는 작은 진딧물을 먹으려다 개미에게 들켰어. 화가 난 개미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나뭇잎 끝에서 풀쩍 뛰어내렸지. 어린 사마귀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먼 풀밭까지 날아갔어. (23쪽)



  새벽 세 시 즈음 되면 시골마을은 고요합니다.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 개구리가 우렁차게 울어대는데, 개구리 노래잔치는 밤 한두 시를 고빗사위로 조금씩 사그라듭니다. 새벽 세 시 언저리에 개구리 노래잔치는 그치기 마련이고, 새벽 네 시를 앞두고는 거의 아무런 소리가 흐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즈음부터 시골사람이 기지개를 켜며 하루를 엽니다.


  풀벌레와 개구리가 사람을 느끼겠지요. 그래서 사람이 깨어날 즈음에는 고요히 잠들겠지요. 풀벌레를 잡아먹는 새는 사람이 깨어나서 움직이는 때하고 맞추어서 아침을 함께 열고, 꽃송이도 이무렵부터 천천히 봉오리를 다시 벌리며, 밤새 조용히 자던 풀잎하고 나뭇잎도 이제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이슬받이를 합니다.




하루 종일 보슬보슬 비가 내리면 풀숲은 고요히 잠든 것처럼 평화롭게 보여. 비가 오면 곤충들은 나뭇잎이나 풀덤불 속에 숨어서 조용히 쉬지만, 며칠을 굶은 사마귀는 두리번거리며 사냥감을 찾아. (26쪽)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삶입니다. 풀이 돋고 나무가 자랍니다. 풀벌레가 있고 새와 개구리와 뱀이 있습니다. 숲짐승이 있으며 물고기가 헤엄칩니다. 여기에 사람이 나란히 살면서 지구별이 너른 별누리에서 반짝하고 빛납니다.


  눈을 크게 뜨면서 사마귀 한살이를 곰곰이 바라봅니다. 눈을 살며시 감고 생각에 잠기면서 지구별이 깃든 너른 별누리를 되새깁니다. 눈을 크게 뜨지 않고서는 알아보기 어려운 숲벌레나 풀벌레 한살이입니다. 눈을 찬찬히 가누지 않고서는 알아채기 어려운 지구별이나 별누리 흐름입니다.


  지구별이 아름답다면 사람들이 서로 아끼면서 숲을 가꾸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지구별이 사랑스럽다면 사람들이 서로 보살피면서 숲을 노래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사마귀 한 마리가 풀숲에 깃들고, 아이들이 풀밭을 헤치면서 놉니다. 사마귀 한 마리가 새로운 봄과 여름과 가을을 기쁘게 누리고, 아이들이 봄부터 겨울까지 깔깔깔 웃고 노래하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같은 그림책은 우리 둘레를 따스히 바라보는 눈길을 북돋우는 이야기꾸러미라고 느낍니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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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지킨 새색시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4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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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8



따스하면서 고운 불씨를 지키는 살림

― 불씨 지킨 새색시

 홍영우 글·그림

 보리 펴냄, 2010.11.10.



  가스불을 켜면 어느 집에서나 손쉽게 밥을 지을 수 있는 오늘날입니다. 불씨를 지킨다든지, 불씨를 그러모은다든지, 불을 지핀다는 생각이나 걱정이 없는 오늘날입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불씨를 건사하려고 몹시 애썼습니다. 늘 나무를 해서 갈무리하고, 부엌에서 지피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여러모로 마음을 기울였습니다.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도 불을 지필 줄 알아야 했고,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스스로 불을 지필 줄 알았습니다.


  곰곰이 헤아리면, 지난날에는 불을 지피는 일뿐 아니라, 호미질이나 낫질을 누구나 다 알았고, 지게질이라든지 절구질도 누구나 할 줄 알았습니다. 키질이나 절구질을 모르고서야 집살림을 할 수 없습니다.



어느 마을에 불씨를 한 번도 꺼뜨리지 않고 고스란히 지켜 온 집이 있었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또 그 할아버지 때부터 말이야. (2쪽)



  홍영우 님이 살가운 그림결로 되살린 옛이야기 그림책인 《불씨 지킨 새색시》(보리,2010)를 찬찬히 읽습니다. 서른 해 남짓 앞서 이 옛이야기를 말로 들을 적에 몹시 조마조마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새색시’는 여러 날 잇달아 불씨를 꺼뜨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새색시가 잘못해서 불씨가 꺼지지 않습니다. 새벽마다 무슨 일이 생겨서 누군가 불씨를 몰래 꺼뜨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시어머니는 새색시를 나무라기만 합니다. 왜 불씨가 꺼졌는가를 헤아리거나 살피지 않고 새색시를 꾸짖기만 합니다. 오랜 옛날부터 불씨를 안 꺼뜨리고 이었는데, 새색시 때문에 집안이 무너지겠다면서 울고 불고 부아를 냅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새색시가 일어나 부엌에 내려가 보니 불씨항아리에 담은 불씨가 꺼져 있지 않겠어? “아이쿠, 이를 어째!” 새색시는 그만 눈앞이 캄캄해졌어. (8쪽)



  백 해이든 이백 해이든, 또 오백 해이든 천 해이든, 불씨를 안 꺼뜨리고 이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씨는 하루아침에 꺼질 수 있습니다. 불이 꺼졌으면 어떡해야 할까요? 다시 피우면 돼요. 불을 지펴서 밥을 끓여 먹을 수 있다면, 불은 언제이든 다시 지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날처럼 성냥이나 라이터나 가스불이 없을 뿐, 불을 지피는 길을 아니까 아궁이에 불을 땝니다. 들이나 마당에서도 모닥불을 지필 수 있어요.


  시어머니가 새색시를 나무라는 까닭은 ‘며느리로 들어온 가시내’가 오래도록 불씨를 안 꺼뜨린 ‘발자취(역사)’를 새색시가 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불씨를 꺼뜨리면 참말 큰일이 일어날까요?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큰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큰일은 좋을까요, 나쁠까요? 큰일을 일으킨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씨는 무척 소담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며느리도 사위도 모두 애틋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불씨는 무척 아낄 만합니다. 그렇지만,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도, 아이들도 모두 아낄 숨결이요 목숨이며 한집 사람들입니다.


  기둥 한쪽이 무너졌으면 다시 세우면 됩니다. 지겟다리가 부러졌으면 새 다리를 받치면 됩니다. 논둑이 무너졌으면 다시 쌓으면 됩니다. 그러면, 사람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색시는 몰래 다가가 여자애 치맛자락에다 명주실을 꿰었어. 날이 밝으면 어느 집 애인지 찾아가 혼꾸멍내 주려고. 불씨가 다 죽은 것을 본 여자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 (23쪽)




  옛이야기 《불씨 지킨 새색시》는 그저 ‘불씨’만 다루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오랫동안 안 꺼뜨린 불씨가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오래도록 불씨를 안 꺼뜨렸으니 하늘에서 선물을 내린 옛이야기라고만 읽어도 될는지 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불씨를 아낄 줄 아는 마음을 하늘이 곱게 여겨서 선물을 내릴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한식구가 서로 따사로이 아끼면서 너른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라는 뜻이리라 느낍니다.


  그림책 《불씨 지킨 새색시》를 보면 시어머니가 산삼밭을 보고는 아주 좋아서 춤을 추는 대목이 나오면서 끝을 맺습니다. 이대로 끝을 맺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산삼밭을 찾아서 떼돈을 벌어들일 수 있어서 ‘며느리를 다시 본다’는 대목은 어쩐지 서글픕니다. 불씨를 꺼뜨렸어도, 큰돈을 벌어들였기에 잘못을 봐준다는 흐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불씨 지킨 새색시》를 보면서, 시아버지가 새색시를 여러 차례 너그러이 봐주는 대목이 반가웠습니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불같이 부아를 내도, 시아버지는 너그러이 새 불씨를 새색시한테 주었습니다. 새색시는 밤마다 뜬눈으로 불씨를 지키는데, 새벽녘에는 너무 졸려서 그만 까무룩 졸고, 살짝 존 틈에 다시 불씨가 꺼졌습니다. 마침내 새벽까지 한숨을 안 자고 지킨 날, 불씨를 꺼뜨린 ‘숲님(산삼님)’을 알아채고는 숲님 치맛자락에 명주실을 꿰었어요.



식구들은 서로 밀고 당기면서 바위로 기어 올라갔어. 올라가서 보니 바위 틈에 풀 무더기가 있는데, 풀잎 하나에 명주실에 매여 있지 않겠어? (29쪽)



  ‘너그러이 한식구를 품는 마음’이 흐르는 옛이야기이면서, ‘집살림을 알뜰히 지키려고 애쓰려는 마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옛이야기가 《불씨 지킨 새색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옛이야기를 빌어서 아이들한테 불씨를 어떻게 건사하는가를 알려주고, 불을 함부로 다루지 말도록 가르쳤으리라 느껴요. 불씨가 우리 삶에 얼마나 고마운가를 새롭게 돌아보도록 알려주려고 옛사람은 이러한 옛이야기를 빚었을 테고, 불씨처럼 넉넉하고 포근한 숨결로 온누리를 비추는 해님을 그리고, 숲과 들과 꽃을 모두 아끼자는 생각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려고 했으리라 느낍니다. 밥과 국과 물을 끓이도록 도와주는 불씨 하나는 언제나 따스하면서 아름답습니다. 4348.6.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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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의 숨바꼭질
기타무라 사토시 지음 / 사계절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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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2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면 즐겁지

― 금붕어의 숨바꼭질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편집부 옮김

 사계절 펴냄, 1998.1.30.



  물고기는 물에서 삽니다. 물에서 사는 고기이기에 물고기입니다. 물고기는 따로 사람이 기르는 고기가 아니라, ‘흐르는 물’에서 저희 스스로 사는 목숨입니다. 흐르지 않는 물이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흐르지 못하는 물은 고이는 물이요, 고이는 물에서는 새로운 ‘물속 바람’이 생기지 못해서 숨이 막히기 때문입니다. 흐르지 못해서 고이는 물은 이내 썩습니다.


  사람들은 집에 ‘어항’이라고 하는 ‘물고기 그릇’이나 ‘물고기 독’을 두기도 합니다. 어항은 ‘고인 물’입니다. 그래서 집에 어항을 둘 적에는 이 어항에 둔 물이 썩지 않도록 자주 갈아 주고, 때로는 물속에서 새 바람이 일어나도록 장치를 달기도 해요. 집에 어항을 둘 적에는 수많은 물고기 가운데 금붕어를 가장 많이 기르지 싶습니다.



.. 하이디야, 안녕? 나랑 숨바꼭질할래? ..  (2쪽)




  기타무라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금붕어의 숨바꼭질》(사계절,1998)을 읽습니다. 기타무라 사토시 님은 《나야? 고양이야?》라든지 《밀리의 특별한 모자》라든지 《날마다 꿈꾸는 천재 고양이 부츠》 같은 재미나고 아기자기한 그림책을 꾸준히 선보입니다. 《금붕어의 숨바꼭질》도 재미나면서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금붕어의 숨바꼭질》을 펴면, 처음에 금붕어 두 마리가 나와서 서로 숨바꼭질을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한 마리가 숨고 다른 한 마리가 찾는데, 한 마리가 어디에 숨었는지 다른 한 마리가 도무지 못 찾습니다. 이리 찾고 저리 찾으면서 온 ‘물밭’을 헤맵니다. 다른 물고기한테 묻고, 커다란 물고기와 거북한테도 묻다가, 금붕어는 ‘물 바깥’으로 폴짝 뛰어나옵니다.



.. 얘들아, 하이디 못 봤니? “못 봤어. 우린 농구하느라 바빠.” ..  (8쪽)



  그런데, 물 바깥으로 폴짝 뛰어나온 금붕어는 ‘어항’에서 뛰어나왔습니다. 어라, 그러면 여태 숨바꼭질도 어항에서 했네요. 어항은 물고기 두 마리가 조그맣게 깃든 자그마한 집인데, 한 아이가 어디에 숨었기에 다른 한 아이가 여태 못 찾았을까요. 그나저나, 어항 바깥, 그러니까 물 바깥으로 날아서 뛰어나간 아이는 무엇을 할까요.




.. 와우! 내가 난다, 날아. 야, 정말 재미있다. 아이쿠, 내가 떨어지고 있어 ..  (18∼19쪽)



  물 바깥으로 뛰어나간 금붕어는 고양이를 만납니다. 고양이는 금붕어를 보고는 너를 잡아먹어야겠네 하고 여기지만, 금붕어는 고양이더러 ‘나랑 춤추지 않을래?’ 하고 묻습니다. 고양이는 이 말을 듣고 ‘옳거니’ 춤을 추면 한결 재미있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이리하여, 금붕어는 고양이하고 손을 맞잡고 춤을 춥니다. 춤을 추는 두 아이(숨결·목숨)는 사이가 좋습니다. 즐겁게 웃습니다. 이러다가 금붕어는 고양이 손을 놓치고, 다시 하늘을 날아 어항에 퐁당 빠져요.


  가만히 보면, 춤을 추고 노래할 적에는 다 같이 웃습니다.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웃는 사람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춤이랑 노래랑 웃음이 어우러져서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한테는 ‘적군·아군’이 따로 없습니다. 서로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다 함께 지구별 이웃이면서 동무입니다. 우리가 이 지구별에서 다 함께 사이좋게 지내자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웃어야 해요. 두 손에 전쟁무기를 들지 말고, 그러니까 우리 두 손은 서로서로 네 두 손을 맞잡고 빙그레 웃으며 마주볼 수 있어야 사랑이 피어나고 꿈이 자랍니다.




.. 우린 숨바꼭질을 너무 오래 했어. 난 춤추는 게 더 좋아. 같이 춤추지 않을래? ..  (24쪽)



  그림책 《금붕어의 숨바꼭질》은 숨바꼭질 놀이를 마무리지으면서 끝이 납니다. 물고기 두 마리는 숨바꼭질은 이제 그만하자고 합니다. 두 아이(두 작은 목숨)는 춤을 추면서 놀기로 합니다. 두 아이가 춤을 추면서 다른 수많은 이웃이나 동무도 나와서 춤을 춥니다. 고양이도 춤을 함께 춥니다. 다만, 이 춤놀이와 춤노래에 ‘사람’은 안 보입니다. 물고기와 고양이가 춤을 추면서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곳이니 사람이 안 보일 만할 수 있지만, 머잖아 사람들도 다른 뭇짐승하고 사이좋게 어울릴 수 있겠지요(고양이가 ‘사람’을 빗대어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지구별 모든 사람들도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놀고 일하면서 웃고 노래하는 삶을 누릴 수 있겠지요. 작은 목숨도 아끼고, 작은 풀꽃도 사랑하면서, 오늘 하루를 아름답게 가꾸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겠지요. 4348.6.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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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층짜리 집 (양장) 100층짜리 집 2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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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7



지구별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

― 지하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10.11.10.



  이와이 도시오 님은 ‘100층짜리 집’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빚습니다. 먼저 《100층짜리 집》(2009)이 나왔고, 《지하 100층짜리 집》(2010)이 나왔으며, 《바다 100층짜리 집》(2014)이 나왔어요. 지구별에 100층으로 솟은 집 이야기 다음으로는 땅속으로 파고드는 100층짜리 집이요, 다음으로는 바닷속으로 파고드는 100층짜리 집이니, 앞으로는 지구별 바깥으로 뻗는 100층짜리 집이 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몸속에 아주 조그마한 핏톨이나 세포가 어우러진 100층짜리 집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구름 위로 뻗는 100층짜리 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지개를 타고 흐르는 100층짜리 집을 그릴 수 있어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커다란 바윗돌에 깃든 100층짜리 집이나 큼지막한 나무 안쪽에 있는 100층짜리 집도 헤아릴 만합니다.



.. 어느 날, 쿠가 목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쿠, 지하 100층에 있는 우리 집에서 곧 잔치가 열려. 놀러 오지 않을래?” ..  (2쪽)




  그림책 《지하 100층짜리 집》(북뱅크,2010)을 차근차근 넘깁니다. 열 층마다 새로운 이웃이나 동무가 나옵니다. 열 층을 두고 한 가지 짐승이나 벌레가 요모조모 알뜰살뜰 살림을 꾸립니다. ‘지하 100층짜리 집’을 찾아가는 ‘쿠’라는 아이는 열 층을 지날 적마다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마주하면서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다른 짐승이나 벌레도 사람하고 비슷하게 살림을 가꾸는구나 하고 깨닫고는 즐겁게 어우러져서 놀거나 일손을 거듭니다.


  그나저나, 쿠라는 아이는 어떻게 지하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갈 수 있을까요? 아마 여느 때에 땅속 나라를 찬찬히 헤아리거나 생각하면서 살았겠지요. 다른 100층자리 집 그림책에서도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가는 아이들은 여느 때에 생각이 깊고 마음이 넓습니다. 착한 마음결로 살아가는 아이들이기에 사람이 아닌 별님이 속삭이는 소리라든지, 거북이가 읊는 말이라든지, 풀잎이나 꽃씨가 노래하는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고운 마음씨로 살아가는 아이들이기에 바람을 읽고 해님을 읽으며 냇물을 읽습니다.



.. 지하 50층에 다다랐습니다. 다음 층에는 누가 살까요 ..  (15쪽)




  곰곰이 돌아보면, 어른들은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못 갑니다. 시멘트나 쇠붙이로 척척 올려세운 도시 한복판 100층짜리 집에 일터가 있을는지는 모르나, 별나라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바닷마을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땅속 나라 100층짜리 집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구름이나 무지개하고 동무하지 못하는 어른이요, 별빛이나 햇빛이 들려주는 노래를 못 듣는 어른이며, 풀벌레랑 개구리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삶을 모르는 어른입니다.


  어른들은 도룡뇽이 사는 집이나 마을을 하루아침에 허뭅니다. 어른들은 두더지나 수달이 사는 집이나 마을을 우지끈 뚝딱 무너뜨립니다. 어른들은 꾀꼬리와 제비가 지은 집이나 마을을 아무렇지 않게 부숩니다. 더군다나 어른들은 사람이 지은 집과 마을조차 함부로 망가뜨려요. 전쟁무기를 밀어붙여서 망가뜨리기도 하고, 재개발을 한다면서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 지하 100층에는 거북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오늘로 100살이 되셔.” “아, 생일잔치였구나! 거북 할머니 안녕하세요? 생신 축하드려요!” ..  (26∼27쪽)




  지구별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 오붓하게 어깨동무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별 이웃을 아끼려는 마음이 있다면 전쟁무기랑 군대는 다 같이 몽땅 없애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별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언제나 평화와 평등을 가르치고 나누는 사회와 학교와 경제와 문화와 과학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100층짜리 집으로 나들이를 다녀온 아이는 이웃이랑 동무를 더욱 살뜰히 바라봅니다. 우리(사람)를 둘러싼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우리(사람)하고 오순도순 지내는 이웃이 얼마나 따스하고 살가우며 아름다운가를 새롭게 배웁니다. 이 마음을 한결같이 보듬을 수 있으면, 아이들은 앞으로 이 지구별에 따스한 사랑하고 푸른 꿈을 넉넉히 심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리라 봅니다.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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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 작은 곰자리 8
신자와 도시히코 지음,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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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6



기쁘게 어깨동무를 해야 웃는다

―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

 신자와 도시히코 글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책읽는곰 펴냄, 2009.2.25.



  아이들이 다툴 적에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면, 아이들은 내가 옳으니 네가 그르니 하면서 더 다툽니다. 아이들이 다툴 적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다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새로운’ 길을 헤아려야 합니다.


  어른들이 다툴 적에도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하면, 어른들은 네가 옳으니 내가 그르니 하면서 자꾸 다투기만 합니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하지 말고,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사랑스레 가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 산이가 진흙으로 공을 만들고 있었어요. “있지, 나 여기에 꽃씨를 좀 심고 싶은데.” “안 돼. 안 돼! 저리 가.” ..  (4쪽)



  신자와 도시히코 님이 글을 쓰고, 오시마 다에코 님이 그림을 그린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책읽는곰,2009)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에 붙은 이름처럼 온누리에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기쁨을 가득 누릴 수 있고, 누구나 기쁨을 널리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어디에서나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있지만, 언제 어디에서도 기쁨을 못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늘 기쁨을 듬뿍 나누는 사람이 있으나, 언제나 기쁨하고 등을 진 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누군가는 늘 기쁨을 누리고, 왜 누군가는 언제나 기쁨을 못 누릴까요? 돈이 없거나 힘이 여리거나 이름이 안 알려져서 기쁨을 못 느낄까요? 돈이 있거나 힘이 세거나 이름이 널리 퍼져서 기쁨을 잘 느낄까요?




.. “저기 말이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산이가 빚은 진흙 공으로 꽃밭을 만들면 어때? 꽃밭에 꽃이 가득 피면 너희도 좋고 다른 애들도 좋아할 거야.” ..  (7쪽)



  그림책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은 유치원 어린이가 서로 주고받는 기쁨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 실컷 놀겠다고 다투는 아이들이 나오지만, 이 아이들 곁에서 함께 노는 기쁨을 찾자고 말하면서 달래는 동무가 있습니다.



  이때에, 다투던 아이들은 말리는 아이 말을 안 들을 수 있습니다. 그냥 내처 다툴 수 있어요. 그러나, 다투던 아이들도 마음속으로는 서로 기쁘게 웃으면서 사이좋게 놀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하루가 되리라고 느끼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곁에서 말리는 동무 말을 고분고분 듣고는 활짝 웃음꽃을 터뜨리는 길로 나아가겠지요.




.. “나도 너희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 그래! 나는 빨래를 잘하니까 너희를 깨끗하게 씻어 줄게.” ..  (22쪽)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흙을 파며 놀 적에만 사이좋은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사이좋은 이야기가 흐를 수 있습니다. 어린이도 놀이터에서 서로 툭탁거리면서 치고받거나 때릴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어른들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온갖 전쟁무기와 군대를 두고는 서로 죽이고 죽는 짓을 일삼습니다. 아이들은 바로 이 같은 어른들 몸짓을 고스란히 흉내내면서 툭탁거립니다. 어른들은 전쟁무기를 써서 곧바로 서로 죽인다면, 아이들은 말로 다투고 앙칼진 목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마음에 생채기를 남깁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곁에서 따사롭게 달래는 동무가 있어서 부아와 골을 누그러뜨리고는 빙그레 웃음짓습니다. 꽉 움켜쥔 주먹을 풀고는 보드라운 손길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른들은 전쟁무기와 군대를 모두 없앤 다음, 지구별에 평화와 평등과 자유와 민주가 넘실거리도록 온 슬기와 힘과 돈과 품을 모아야겠지요.




.. “나에게 기쁨이 되는 일이 너에게도 기쁨이 됐으면. 너에게 기쁨이 되는 일이 모두에게 기쁨이 됐으면. 우리 이 세상을 기쁨 꽃으로 가득 한가득 넘쳐나게 하자. 우리 이 세상을 기쁨 노래로 가득 한가득 넘쳐나게 하자.” ..  (29쪽)



  내가 기쁠 때에 네가 기쁘고, 네가 기쁠 때에 내가 기쁩니다. 나 혼자 기쁘다고 한다면, 이는 기쁨이 아닙니다. 너 혼자 기쁘다고 할 적에도, 이는 기쁨이 아니에요. 기쁨은 언제나 어깨동무를 합니다. 기쁨은 늘 어깨동무를 하면서 짓는 웃음꽃입니다. 기쁨은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꿈꾸며 사랑하는 따사로운 숨결입니다.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서 해서 나한테 기쁠 일이란 없습니다. 매서운 눈으로 째려본다고 해서 너한테 기쁠 일도 없어요.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눈길이 되어야 합니다. 밝으면서 넉넉한 손길이 되어야 합니다. 착하면서 참다운 마음길이 되어야 합니다. 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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