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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층짜리 집 (양장) ㅣ 100층짜리 집 2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0년 11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37
지구별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
― 지하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10.11.10.
이와이 도시오 님은 ‘100층짜리 집’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빚습니다. 먼저 《100층짜리 집》(2009)이 나왔고, 《지하 100층짜리 집》(2010)이 나왔으며, 《바다 100층짜리 집》(2014)이 나왔어요. 지구별에 100층으로 솟은 집 이야기 다음으로는 땅속으로 파고드는 100층짜리 집이요, 다음으로는 바닷속으로 파고드는 100층짜리 집이니, 앞으로는 지구별 바깥으로 뻗는 100층짜리 집이 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몸속에 아주 조그마한 핏톨이나 세포가 어우러진 100층짜리 집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구름 위로 뻗는 100층짜리 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지개를 타고 흐르는 100층짜리 집을 그릴 수 있어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커다란 바윗돌에 깃든 100층짜리 집이나 큼지막한 나무 안쪽에 있는 100층짜리 집도 헤아릴 만합니다.
.. 어느 날, 쿠가 목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쿠, 지하 100층에 있는 우리 집에서 곧 잔치가 열려. 놀러 오지 않을래?” .. (2쪽)
그림책 《지하 100층짜리 집》(북뱅크,2010)을 차근차근 넘깁니다. 열 층마다 새로운 이웃이나 동무가 나옵니다. 열 층을 두고 한 가지 짐승이나 벌레가 요모조모 알뜰살뜰 살림을 꾸립니다. ‘지하 100층짜리 집’을 찾아가는 ‘쿠’라는 아이는 열 층을 지날 적마다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마주하면서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다른 짐승이나 벌레도 사람하고 비슷하게 살림을 가꾸는구나 하고 깨닫고는 즐겁게 어우러져서 놀거나 일손을 거듭니다.
그나저나, 쿠라는 아이는 어떻게 지하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갈 수 있을까요? 아마 여느 때에 땅속 나라를 찬찬히 헤아리거나 생각하면서 살았겠지요. 다른 100층자리 집 그림책에서도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가는 아이들은 여느 때에 생각이 깊고 마음이 넓습니다. 착한 마음결로 살아가는 아이들이기에 사람이 아닌 별님이 속삭이는 소리라든지, 거북이가 읊는 말이라든지, 풀잎이나 꽃씨가 노래하는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고운 마음씨로 살아가는 아이들이기에 바람을 읽고 해님을 읽으며 냇물을 읽습니다.
.. 지하 50층에 다다랐습니다. 다음 층에는 누가 살까요 .. (15쪽)
곰곰이 돌아보면, 어른들은 100층짜리 집에 나들이를 못 갑니다. 시멘트나 쇠붙이로 척척 올려세운 도시 한복판 100층짜리 집에 일터가 있을는지는 모르나, 별나라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바닷마을 100층짜리 집이라든지 땅속 나라 100층짜리 집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구름이나 무지개하고 동무하지 못하는 어른이요, 별빛이나 햇빛이 들려주는 노래를 못 듣는 어른이며, 풀벌레랑 개구리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삶을 모르는 어른입니다.
어른들은 도룡뇽이 사는 집이나 마을을 하루아침에 허뭅니다. 어른들은 두더지나 수달이 사는 집이나 마을을 우지끈 뚝딱 무너뜨립니다. 어른들은 꾀꼬리와 제비가 지은 집이나 마을을 아무렇지 않게 부숩니다. 더군다나 어른들은 사람이 지은 집과 마을조차 함부로 망가뜨려요. 전쟁무기를 밀어붙여서 망가뜨리기도 하고, 재개발을 한다면서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 지하 100층에는 거북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오늘로 100살이 되셔.” “아, 생일잔치였구나! 거북 할머니 안녕하세요? 생신 축하드려요!” .. (26∼27쪽)
지구별 이웃을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 오붓하게 어깨동무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별 이웃을 아끼려는 마음이 있다면 전쟁무기랑 군대는 다 같이 몽땅 없애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별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언제나 평화와 평등을 가르치고 나누는 사회와 학교와 경제와 문화와 과학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100층짜리 집으로 나들이를 다녀온 아이는 이웃이랑 동무를 더욱 살뜰히 바라봅니다. 우리(사람)를 둘러싼 이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우리(사람)하고 오순도순 지내는 이웃이 얼마나 따스하고 살가우며 아름다운가를 새롭게 배웁니다. 이 마음을 한결같이 보듬을 수 있으면, 아이들은 앞으로 이 지구별에 따스한 사랑하고 푸른 꿈을 넉넉히 심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리라 봅니다.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