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새로 바꾼 이름을 놓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이 보입니다.
이름으로 비아냥거리는 짓은 몹시 볼썽사납습니다.
'하는 일'을 놓고 비판해야 올바릅니다.
진보나 개혁이나 혁명... 을 외친다는 이들 스스로
못 하거나 안 하는 일을
보수정당 우익정당 수구정당 기득권정당에서
알뜰히 해낸다면,
이런 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좋을까요.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이라는 버거운 굴레를
이 나라 사람들은 언제쯤 털어버릴 수 있을까요..
[함께 살아가는 말 86] 새누리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잘 모르지만, 시골 흙일꾼이라면 ‘새누리 벼’를 압니다. ‘새누리 벼’는 농협에서 유전자를 건드려 파는 볍씨입니다. 이른바 온갖 벌레와 비바람에 더 잘 견딘다는 볍씨가 되도록 유전자를 건드리기 때문에, 이 볍씨를 심어 벼를 거둔 다음 다시 이 볍씨를 논에 심으면 알곡이 제대로 여물지 않는다고 해요. 해마다 새 볍씨를 농협에서 사야 합니다.
한겨레 말글을 일찍부터 아끼거나 사랑하던 이들은 ‘새누리’라는 낱말을 퍽 좋아했습니다. 이 나라를 새롭게 바꾼다는 뜻과 느낌을 담는 ‘새누리’는 여러모로 어여쁩니다. 이 토박이말로 교회 이름을 짓는 곳이 있을 만큼 ‘새누리’라는 낱말은 싱그럽고 맑은 느낌을 두루 나누어 줍니다. 출판사 이름으로도 쓰이고, 어린이책 읽는 모임 이름으로도 쓰이며, 지역아동돌봄마당 이름으로도 쓰입니다. 2012년 2월에는 정당 이름으로까지 ‘새누리’가 쓰여요. 정당에서 한겨레말 ‘새누리’를 쓰는 대목은 몹시 놀랍습니다. 정치를 하는 이들은 한겨레말보다 중국말을 사랑할 뿐 아니라, 어설픈 영어를 아무 데나 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거든요. 기자나 지식인이 붙인 이름이라지만, 한국사람 이름을 DJ라느니 MB라느니 하고 부르는 모습은 참 슬픕니다. 국회의원은 ‘國’이라 새긴 이름표를 붙이고 싶다 하지 ‘나라’나 ‘국’이라 적는 이름표는 붙이고 싶다 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한국에서 푸른 누리 꿈꾼다는 이들조차 ‘푸른당’이나 ‘푸른누리당’이라는 이름을 안 쓰는데, 보수 우익이라 하는 이들이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을 쓰니 더 놀랍습니다. 새누리당 사람들이 훌륭한 이름을 쓰면서 안타까운 길을 걷더라도, 훌륭한 길을 걸으려 힘쓴다는 이들 스스로 안타까운 이름을 내거는 모습을 곰곰이 톺아보기를 바랍니다. (4345.2.3.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