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88] 노래목소리
넓게 펼쳐진 논 사이를 걷습니다. 첫째 아이는 어머니 손을 잡습니다. 둘째 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깁니다. 바람이 되게 붑니다. 된바람은 첫째 아이를 휭 하고 날려 넘어뜨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드센 바람이 부는 날 논둑길을 거닐다니 싶지만, 바람이 거세면 거센 대로 듬뿍 맞아들일 수 있는 봄날이 좋습니다. 봄이 되어 한결 홀가분하게 먹이를 찾으며 새끼를 돌볼 들새와 멧새가 휭휭 불어대는 바람을 가르며 납니다. 새들이 날며 내는 소리를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사람이 바라보기에 같은 갈래 새라 하더라도 지저귀는 소리가 다릅니다. 흔히 참새는 “짹짹”이라 하지만, 참새가 보옹 보옹 하고 날갯짓하며 지저귀는 소리를 듣자니, 어느 때에는 “째째째” 하고 어느 때에는 “찍찍찍” 하며 어느 때에는 “찌이찌이찌이” 합니다. 참새 스스로 때와 곳에 따라 스스로 읊는 소리가 다르고, 동무 참새한테 이야기하는 소리가 다를 테지요. 까마귀는 까마귀 소리로 서로 뜻을 나눕니다. 직박구리와 동박새는 직박구리와 동박새대로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와 옆지기와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사람과 삶대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아버지가 부르는 노랫소리와 어머니가 부르는 노랫소리하고 아이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다릅니다. 바람소리와 목소리와 노랫소리가 얼크러집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이스코리아’라는 풀그림을 가만히 보다가, 이제 ‘코리아’ 사람들 입에 ‘보이스’가 영어 아닌 한국말처럼 익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4345.3.25.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