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85] 능금씨
‘사과(沙果)’라는 이름은 옳지 않지만, 사람들은 ‘사과’라는 이름 아니고는 이 열매를 가리키지 못합니다. 예부터 이 열매를 가리키던 이름은 ‘능금나무 내(柰)’였습니다. ‘능금나무 내’는 ‘멋 내’라고도 적힙니다. 그러니까 우리 열매 이름은 ‘능금’이랑 ‘멋’이에요. 이와 비슷하게, ‘오얏 리(李)’라는 이름이 있어요. 이제는 ‘자두(紫桃)’라고만 하고 ‘오얏’이라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는데, 사람 성을 일컬을 때에 ‘자두 리’라 하는 사람은 없어요. ‘柰’라는 한자를 놓고도 ‘사과나무 내’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잃은 사람들은 능금나무이든 멋나무이든 생각하지 못해요. 생각을 잊은 사람들은 오얏나무를 헤아리지 않아요. 배꽃이라는 어여쁜 이름이 있어도 ‘이화(梨花)’라는 한자에 갇히는 한국사람이에요. 경성대학교라 안 하고 서울대학교라 하지만, 배꽃대학교라 말하지 못하고 이화(여자)대학교라 말하기만 해요. 새해에 다섯 살 된 우리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열다섯이 되고 스물다섯이 되면, 이 아이가 둘레 어른들 사이에서 듣고 나눌 말은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가 생각씨 담은 생각말을 들려줄 때에 예쁜 마음씨로 곱게 이야기꽃 피울 이웃은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새해 선물로 받은 능금 한 알 썰며 능금씨 하나 건사합니다. (4345.1.6.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