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84] 가장 좋아

 

 아이랑 즐겨부르는 노래는 노래말을 슬그머니 바꾸곤 합니다. 〈달려라 하니〉를 부르다 보면, “난 있잖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하고 나오는데, 나는 아이랑 “세상에서 가장 좋아.”로 바꿉니다. ‘세상’도 바꿀까 하다가 이 낱말은 그대로 둡니다. 아버지가 이 대목을 바꾸면 아이도 차츰 바꾸어 부르는 노래말에 익숙해지겠지요. 우리 아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가장 좋아” 하고 노래를 부를 텐데, 이 노래를 아는 다른 사람들은 “제일 좋아”가 맞다면서 우리 아이보고 노래말을 바로잡으라 이야기할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노래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렇지만 나는 우리 아이하고 서로 좋아하며 즐기는 노래이기 때문에 참으로 사랑스러우면서 좋은 노래말을 붙이고 싶어요. 우리 입에 따사로이 달라붙으면서 싱그러이 북돋울 만한 낱말을 혀로 굴리고 싶어요. 아이도 어른도 서로서로 좋은 말로 좋은 넋을 보살피면서 좋은 날을 일구고 싶어요. 나와 아이는 논문을 읽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와 아이는 논문을 읽더라도 사랑스러울 말마디로 아름답게 읽고 싶어요. 서로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말꽃과 말빛을 나누고 싶어요. (4344.12.2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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