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0] 하늘에 피는 꽃

 


  하늘에 꽃이 피면서 땅으로 꽃내음 물씬 담은 꽃볕살 드리웁니다. 하늘꽃은 하늘빛 머금은 하늘볕살 흩뿌립니다. 온 들판 숨결을 따사롭게 보듬습니다. 땅에서는 땅꽃이고, 하늘에서는 하늘꽃입니다. 땅에서는 땅숨을 푸르게 마시고, 하늘에서는 하늘숨 맑게 마십니다. 땅에서는 땅내음 구수하게 나누며, 하늘에서는 하늘내음 파랗게 나눕니다. 하늘꽃이 베푸는 하늘숨 마시면서 하늘마음 됩니다. 하늘마음 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하늘사랑 키우고, 하늘사랑은 어느새 하늘웃음으로 자라며, 하늘웃음은 이윽고 하늘꿈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늘노래를 부릅니다. 하늘이야기 주고받습니다. 하늘춤을 추는 이들은 하늘사람으로 거듭납니다. 하늘에는 하늘님 또는 하느님이라면 땅에는 땅님 또는 따님입니다. 어느 한 사람 가슴속에만 깃드는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사람 가슴속에서 살아가는 하느님입니다. 들풀 한 포기에도 하느님이 깃들고, 개똥벌레 한 마리한테도 하느님이 깃들어요. 하늘밥을 먹고 하늘놀이 함께 즐깁니다. 아이들은 하늘말 꽃피우는 하늘아이입니다. 어른들은 하늘두레로 어깨동무하는 하늘넋입니다. 봄들판 가득 빛내는 봄꽃이 하늘에도 피어나 봄하늘꽃 노랗게 환합니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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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39] 제비꽃빛

 


  제비꽃은 한 가지 아닙니다. 하얗게 꽃송이 피우는 제비꽃도 있고, 보라빛 어여쁜 제비꽃도 있어요. 제비꽃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 제비꽃이 어떤 빛깔인가 하고 나타낼 만한 낱말이 있을까 하고. 아무래도 없겠지요. 매화꽃 어떤 빛깔인가 하고 나타낼 만한 낱말도, 감꽃이나 살구꽃이나 탱자꽃이나 벚꽃이나 개나리꽃이나 민들레꽃 빛깔 그릴 만한 낱말도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가리켜야 할까요. 길은 꼭 하나입니다. 제비꽃은 제비꽃빛입니다. 살구꽃은 살구꽃빛입니다. 개나리꽃은 개나리꽃빛이에요. 하얀 제비꽃 떠올리고 싶으면 흰제비꽃빛이라 말합니다. 보라빛 제비꽃 헤아리고 싶으면 보라제비꽃빛이라 말합니다. 먼먼 옛날, 참으로 아스라하다 싶은 옛날부터 우리 겨레는 모든 빛깔을 이렇게 일컬었어요. 쪽빛이나 꼭두서니빛이나 잇빛 같은 낱말은 모두 꽃빛에서 태어났어요. 진달래빛도 봉숭아빛도 모조리 꽃빛에서 태어나지요.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빛 헤아립니다. 물을 마주하며 물빛 생각합니다. 불에서 불빛이요, 눈에서 눈빛입니다. 해에서 햇빛이며, 달에서 달빛이에요. 저마다 다르면서 저마다 고운 빛깔입니다. 내 마음은 어떤 빛일까요. 내 마음빛은 얼마나 맑거나 예쁠까요. 봄날 봄들 거닐며 봄꽃빛 생각합니다. 봄날 봄숲 마실하며 봄숲빛 헤아립니다. 4346.4.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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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4 15:10   좋아요 0 | URL
제비꽃과 흔히들 말하는 바이올렛꽃과는 다른 꽃일까요? 비슷한 것 같아서요~^^
근데 정말 살구꽃이나 탱자꽃 색깔이 궁금해요. 한 번도 못 봐서요..^^;;;
오늘 제 마음빛은 봄빛글 읽고나니, 봄빛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리며, 좋은 날 되세요. *^^*

숲노래 2013-04-04 16:43   좋아요 0 | URL
음... '바이올렛'이란 '제비꽃'을 가리키는 영어 이름인데, '바이올렛꽃'이라고 따로 또 있네요... '바이올렛꽃'은 좀 많이 엉터리로 쓰는 꽃이름 아닌가 싶어요. 외국꽃을 들여올 때에는 올바르게 번역해서 써야 할 텐데요.... 이궁...

살구꽃 사진은 아직 못 찍었는데, 탱자꽃은 곧 피어날 테니 다음에 보실 수 있어요. 지난해에 찍은 사진은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http://blog.aladin.co.kr/hbooks/5586056

요기에 있어요~
 

[함께 살아가는 말 138] 꽃동무

 


  책을 함께 즐기니 책동무입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누니 이야기동무입니다. 책동무는 책벗이기도 하고, 이야기동무는 이야기벗이기도 합니다. 같이 배우며 삶을 일구니 배움동무이자 배움벗이면서, 삶동무나 삶벗 됩니다. 먼길 나서며 도란도란 말을 섞기에 말동무이자 말벗이고, 길동무나 길벗 됩니다. 마실을 나란히 다니면서 마실동무나 마실벗 되고, 나들이동무나 나들이벗 되지요. 꽃을 바라보고, 풀을 들여다보며, 나무를 올려다봅니다. 우리는 서로 꽃동무나 꽃벗 되고, 풀동무나 풀벗 되며, 나무동무나 나무벗 됩니다. 영화를 함께 보면서 영화동무나 영화벗입니다. 만화책 함께 읽으면서 만화동무나 만화벗입니다.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노래동무나 노래벗 되고, 사진을 찍으러 같이 움직이니 사진동무나 사진벗 돼요. 글월 적어 띄우는 글월동무 또는 글동무 있어요. 글월벗이나 글벗도 되겠지요. 밥을 함께 먹어 밥동무이자 밥벗이요, 생각을 살뜰히 나누는 생각동무나 생각벗 있어요. 꿈을 함께 이루려는 꿈동무와 꿈벗 있으며, 사랑을 따스히 나누는 사랑동무와 사랑벗 있습니다. 마음으로 사귀는 마음동무와 마음벗입니다. 햇살처럼 환한 햇살동무와 햇살벗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동무를 사귈까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동무 되어 살아가나요. 어깨동무 일동무 놀이동무 소꿉동무에, 어떤 동무가 되는가요.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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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37] 쉼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힐링’을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힐링’이 무엇인지 모르고, 이 낱말이 어떤 영어인지 알아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힐링’을 말하던 사람들이 예전에는 ‘명상’을 말했고 ‘치유’를 말했거든요. 어느 무렵부터인지 사람들은 ‘멘붕’을 한다고 얘기합니다. 나는 ‘멘붕’ 또한 무엇인지 모르며, 이 낱말을 어떻게 엮어서 쓰는지 살피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멘붕’을 얘기하던 사람들이 예전에는 ‘분열’과 ‘정신’을 얘기했어요. 나는 내 말을 하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내 말을 하자고 생각합니다. 내 몸이 힘들면 나 스스로 쉽니다. 내 마음이 지치면 나 스스로 차분히 눈을 감고 쉽니다. 눈을 쉬고 귀를 쉬며 마음과 몸을 쉽니다. 고즈넉하게 쉬면 다시금 기운이 차오르고 힘이 솟아요.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다칠 때가 있을 테지만, 나 스스로 씩씩하면서 튼튼하면, 어느 누구한테서건 마음이 다칠 일이 없습니다. 남 때문에 무너지는 마음이라면, 참 하찮은 것에도 무너지는 마음입니다. 어떤 일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이라면, 참 아무것 아닌 일에도 흔들리는 마음이에요. 곧, 스스로 삶을 세우고 마음을 일으키면, 마음이 다치지도 무너지지도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즐겁게 생각하고 맑게 일하며 환하게 사랑할 때에는, 홀가분하게 쉴 수 있고 따사롭게 노래할 수 있어요. 4346.3.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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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36] 싸목싸목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군내버스는 시골 할매와 할배로 가득합니다. 할매는 할매끼리 할배는 할배끼리 이야기꽃 한창입니다. “싸목싸목 하쇼.” 앞자리 할매와 뒷자리 할매가 주고받던 이야기 사이에서 ‘싸목싸목’이라는 낱말 귀에 살짝 들어옵니다. 곧잘 뵙는 이웃마을 아재는 말을 하다가 으레 “싸목싸목 해야지.” 하고 한 마디 섞습니다. 서울사람들 흔히 전라도사람들 말투 가리켜 뭘 말해도 ‘거시기’를 섞는다 하는데, 우리 식구 전라남도 고흥에 깃들어 세 해째 살아가며 ‘거시기’라는 낱말 얼마 못 듣습니다. ‘거그’라는 낱말 퍽 자주 듣지만, ‘싸목싸목’이라는 낱말 꽤 자주 듣습니다. 재미삼아 전라도말 ‘거시기’로 뭉뚱그리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전라도사람 삶말은 너비가 한결 넓고 깊이도 한껏 깊습니다. 경상도말도 충청도말도 제주도말도 모두 새삼스럽고 아름다운 너비와 깊이가 있을 테지요. 그나저나, 서울사람 서울말에는 어떤 너비나 깊이가 있을까요. 서울을 보여주고 서울을 밝힐 만한 한 마디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4346.3.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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