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36] 싸목싸목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갑니다. 군내버스는 시골 할매와 할배로 가득합니다. 할매는 할매끼리 할배는 할배끼리 이야기꽃 한창입니다. “싸목싸목 하쇼.” 앞자리 할매와 뒷자리 할매가 주고받던 이야기 사이에서 ‘싸목싸목’이라는 낱말 귀에 살짝 들어옵니다. 곧잘 뵙는 이웃마을 아재는 말을 하다가 으레 “싸목싸목 해야지.” 하고 한 마디 섞습니다. 서울사람들 흔히 전라도사람들 말투 가리켜 뭘 말해도 ‘거시기’를 섞는다 하는데, 우리 식구 전라남도 고흥에 깃들어 세 해째 살아가며 ‘거시기’라는 낱말 얼마 못 듣습니다. ‘거그’라는 낱말 퍽 자주 듣지만, ‘싸목싸목’이라는 낱말 꽤 자주 듣습니다. 재미삼아 전라도말 ‘거시기’로 뭉뚱그리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전라도사람 삶말은 너비가 한결 넓고 깊이도 한껏 깊습니다. 경상도말도 충청도말도 제주도말도 모두 새삼스럽고 아름다운 너비와 깊이가 있을 테지요. 그나저나, 서울사람 서울말에는 어떤 너비나 깊이가 있을까요. 서울을 보여주고 서울을 밝힐 만한 한 마디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4346.3.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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