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란 무엇인가 - 과학문고 8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 바른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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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른사에서 나온 과학문고이다. 현재 품절된 책이다. 음... 나는 아이작 아시모프를 좋아한다. 과학과 유머가득한 소설 <아자젤>을 재미있게 읽고 그가 SF의 3대 거장이란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후로 그의 과학에세이나 SF소설을 틈틈이 보고 있다. 최근에 본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아이, 로봇>도 즐겁게 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일단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책은 청소년도 아닌 어린이 과학도서로 분류되어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과학수준이 이토록 높았던가? 과학책을 즐겨보는 나에게도 이 책은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짧은 분량에 에너지의 역사를 모두 담아냈다. 때문에 설명이 생략된 과학적 지식들이 너무나 많다. 배경지식이 없이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나또한 어린이 과학도서라는 출판사의 소개에 부담없이 보려했다가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이 책 결코 쉽지 않다. 어린이가 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마 아이작 아시모프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은 책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판단하기에 이 책은 성인용이다. 


 중간쯤 읽다가 '뭐야 어린이 책이 왜이렇게 어려워!' 라는 생각이 들면서 혼란스러웠다. 그 후에는 '이 책은 그냥 성인용 책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맘 편하게 일반인을 위한 책이라 생각하고 접근하시기 바란다. 에너지의 방대한 역사를 소개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유익한 책이다.  


 인류가 불을 굉장히 일찍부터 다뤘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호모 사피엔스 이전부터 불은 다룰 줄 아는 인류가 있었다. 불은 정말 유용했다. 고기를 익혀먹을 수도 있고, 밤에 따뜻하고 밝게 해주고, 무엇보다 다른 동물들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소중한 수호신이었다. 동굴 입구에 불을 피워놓으면 밤새 안심하고 잘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초기에 불을 다루는 것은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었다. 불씨는 너무나 소중했다. 나무를 태우다가, 기름에 이어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게 되었다. 석탄의 사용은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석탄은 보다 간편한 석유로 대체되었다. 핵에너지가 발견되어 원자력발전소가 세워졌다. 이제는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석탄과 석유는 값싼 연료이지만 환경을 오염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양도 한정되어있다. 최근에 태양열에너지가 점차 각광받고 있다. 어제 시사인을 보니 100% 재생에너지로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 아파트가 독일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고무적인 사실이다. 엘런 머스크도 태양에너지의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석유의 세상이 종말을 고하고 태양에너지, 태양전지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후손을 위해서도 이는 인류에 꼭 필요한 과제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어서 배경지식 부족과 잊어버린 과학지식으로 힘들었지만, 자세한 과학지식은 건너뛰고 에너지의 역사를 한 번 훑어볼 요량으로 읽으면 좋으실 것 같다. 1991년도 책이라 최신 과학지식과는 조금 괴리가 있지만, 그래도 좋은 과학교양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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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7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번역본의 원제가 궁금하군요. 8, 90년대에 나온 책 대부분은 원제가 소개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헌책방에 아시모프의 책을 만나면 원제부터 먼저 확인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0-27 16:11   좋아요 0 | URL
몰랐는데 원제가 소개되어있지 않네요. 8, 90년대에는 대부분 원제소개가 안 되어있었군요ㅎ

cyrus 2016-10-27 19:11   좋아요 1 | URL
오래 전에 나온 책들의 원제를 기억해두면 복간 여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헌책방에서 원제를 보지 않고, 유명 작가의 책을 산 적이 있었어요. 집에 도착해서 책에 대한 정보를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 번역으로 복간된 사실을 확인하면 속은 기분이 듭니다. ㅎㅎㅎ
 
화성 이주 프로젝트 -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 테드북스 TED Books 5
스티븐 L. 퍼트라넥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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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학동네에서 테드북스시리즈가 나왔습니다. TED 강연을 본래 좋아하는지라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한 때 혼자 밥 먹으면서 TED 강연 동영상을 보곤 했습니다. 재미있는 주제의 강연들이 많습니다. 그런 강연들을 얇은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화성이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과연 화성이주가 실현가능한지, 실현가능하다면 언제, 어떻게 가능한지, 화성이주의 장애물들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평전을 읽게 된 후, 화성이주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은 또다시 커다란 한 발자국을 내딛을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에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계획을 다소 이른 시기에 발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는 인류가 화성에 도착할 것입니다. 앞으로 불과 10~15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화성으로 이주해서 화성에 터전을 자리 잡기까지는 수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화성은 인류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산소, 물, 음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기압 또한 지구의 100분의 1이기 때문에 우주복을 입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습니다. 화성을 지구화시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문제는 시간과 비용입니다. 과학자들이 예상하기로는 천 년 정도의 시간이면 화성을 지구화 시킬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물론 이는 매우 비관적인 예측입니다.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화성의 극점에 있는 얼음을 녹여서 물을 만들고,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질소와 산소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화성이주를 상상해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여러 과학적인 지식들도 재미있습니다. 짧지만 알찬 책입니다. 앞으로도 테드북스 시리즈를 즐겁게 보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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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이후 사이언스 클래식 14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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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위대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예전부터 이 분의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읽기에도 바뻐서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마침내 읽고, (사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띄어 빌려 읽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평처럼 기품과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넓은 포용력과 과학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 또한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1980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과학교양서입니다. 다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사회 속의 과학과 인간 본성의 과학도 다루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980년대라서 시차가 꽤 많이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사실들이 그당시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이제 막 알려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36년의 시차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때문에 초반에는 책에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원빈과 이나영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놀라운 뉴스가 있어! 원빈이랑 이나영이랑 사귄대!" 라고 말하면 '그걸 이제 알았어? 나는 이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흥미롭지 않은 뉴스군.' 이런 심리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제게 이 책은 처음에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장동건이랑 고소영이랑 결혼한데!!" 라던가, "이승기랑 윤아랑 사귄대!!" 라던가, 모두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깊이를 더해가고 디테일해짐에 따라 저도 조금씩 관심이 생겼습니다. "원빈이랑 이나영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냐면 말이야." 부터 시작해서 첫데이트는 어땠으면 등등 몰랐던 사실들이 들어나면서 흥미로워졌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는 서로 다른 과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숙적이라 불립니다. 둘 모두 과학의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앞장 선 분들입니다. 유전자가 진화의 기본단위라는 부분, 진화가 점진적인지 급격하게 일어나는지, 혹은 진화와 진보와의 관계에서도 둘은 서로 조금씩 혹은 크게 견해를 달리합니다.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면 스티븐 제이 굴드를 까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물론 도킨스는 제이 굴드는 깊이 인정하고 존중하고 존경합니다만 견해가 다를 때는 가차없이 깝니다. 하지만 둘은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종교를 상대로는 함께 의기투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에서는 도킨스를 까는 내용은 둘째치고 도킨스에 대한 언급조차 없습니다. <이기적 유전자>가 1976년에 출판되었으니 이미 읽어봤을텐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도킨스씨는 개무시당합니다ㅠ; 

 저는 여기에 스티븐 제이 굴드와 도킨스의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제이 굴드의 글과 사고는 훨씬 포용력있으며 배려깊습니다. 과거에 잘못된 이론들도 그 이론의 배경과 시대상, 그 당시의 과학 수준 등을 면밀히 고찰해서(고생물학자 답습니다.) 때론 옹호해주기도 합니다. 진정한 과학자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강하게 믿지만 언제든지 반대되는 사실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그 이론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제이 굴드는 그런 자세를 보여줍니다. 물론 도킨스도 그렇지만, 제이 굴드의 글에서 더욱 강하게 그런 느낌이 나타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느낌일 뿐입니다.) 제이 굴드도 어리석은 사람들을 비판하고 풍자하긴 하지만, 도킨스보다 한층 여유롭습니다. 도킨스는 아주 가차없이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속 시원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도킨스의 매력이자면 매력입니다. 도킨스는 깔 땐 까고, 찬양할 때는 찬양합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도킨스의 글은 날카롭습니다. 그에 비해 칼 세이건, 제인 구달, 스티븐 제이 굴드는 부드럽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에서는 기품이 느껴집니다.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아, 이 사람 정말 기품있구나.'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글과 문체란 참 신기합니다. 멋진 과학자를 또 한 명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의 논쟁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이나 킴 스티렐니의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품격 과학교양서 <다윈 이후> 추천합니다!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만들어진 신》과 《이기적 유전자》 저자)  
: 스티븐 굴드의 글은 기품과 깊이와 재치와 일관성, 그리고 설득력이 있다. -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눈먼 시계공'의 저자, 진화 생물학자)

스티븐 킹 (소설가)  
: 그는 아이의 마음으로 질문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의 일생에서 그와 연이 닿았던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불꽃이 사위어 버린 것이 안타깝다. 
- 스티븐 킹('미저리','쇼생크 탈출'의 원작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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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9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윌슨 옹도 잊지 말아주세여... ㅠㅠ 만약에 도킨스와 굴드 중에 가장 선호하는 학자의 글을 고르라면 누굴 고르시겠습니까? ^^

고양이라디오 2016-09-29 15:40   좋아요 1 | URL
아직 에드워드 윌슨 옹의 저서는 못 만나봤습니다. <통섭> 부터 읽어봐야할까요?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굴드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아무래도 도킨스 쪽입니다ㅎ 도킨스는 정답을 제시해주는데 굴드는 독자 스스로 정답을 내리도록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선 도킨스가 편했지만, 문체의 따뜻함은 굴드가 좋았습니다ㅎ 가끔씩 도킨스의 글을 읽다보면 `이거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cyrus 2016-09-29 15:5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굴드의 책을 못 봤어요. ㅎㅎㅎ 제가 질문을 잘 한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이 굴드와 도킨스의 차이점을 쉽게 알려줬으니까요. ^^

윌슨 옹이 나이를 먹으면서 진화에 대한 관점을 수정했어요. 그래서 발표 연도순으로 읽으면 윌슨의 생각을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최근에 나온 책부터 읽기 시작해서 그다음으로 예전에 나온 책들을 읽으면 내용이 헷갈립니다. 저는 <인간 본성에 대하여>, <통섭>, <지구의 정복자>, <인간 존재의 의미> 순으로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9 21:54   좋아요 0 | URL
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윌슨 옹이 집단선택으로 빠져서 도킨스랑 굴드한테 많이 까이셨더라고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9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저는 굴드가 과학자 중에서 가장 기품 있는 글을 쓰는 과학자가 아니라 그냥 글 잘쓰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기품 있는 글을 쓰는, 뛰어난 글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굴드 빠입니다. 왠만한 책은 다 읽어봐았는데 정말 글을잘써요.. 김훈보다 글이 뛰어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9 21:57   좋아요 1 | URL
굴드빠시군요! 저도 굴드의 저서 더 많이 읽어봐야겠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신기하더라고요. 글에서 기품이 품격이 느껴져요.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높은 품격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30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내라 브ㅗㄴ토사우루스 읽어보세요. 끝내줍니다. 이게 진정한 과학 에세이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30 11:09   좋아요 0 | URL
다음 굴드 책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
 
짝짓기 -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2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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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해보니 요즘 진화관련 책들을 참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MID출판사 서평단에 당첨되어 <경계>를 재밌게 보았습니다. 같은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짝짓기>를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EBS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을 기초로 한 생명과학 시리즈 두번째 책입니다. 첫번째 책은 <멸종>입니다. 멸종도 흥미로운 주제라 읽어보고 싶습니다만... 이 책 <짝짓기>가 후반부에 극도로 지루해서 조금 주저하게 됩니다. (저는 지루할 때는 앞 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읽습니다. 저는 이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짝짓기>는 성의 진화에 관한 책입니다. 태초에는 단세포 생물, 원핵세포밖에 없었습니다. 원핵세포는 성이 없습니다. 성이 없이 자기 자신을 복제하면서 번식합니다. 이를 무성생식이라 합니다. 마치 분신술과 같습니다. 자신과 똑같은 자신을 쨘! 하고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요놈들도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복제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복제하는 것은 DNA를 복제하는 것입니다. DNA를 계속 복제하다보면 오류가 생깁니다. 예를들면 우리가 같은 책을 타이핑해서 배낀다면 아무리 공들여서 배껴도 오타가 하나 둘씩 생길 것입니다. 그 배낀 것을 다시 배끼고, 또 다시 배끼고 하다보면 오류는 축척되고 가끔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핵생물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습니다. 가끔 한 번씩 자신의 DNA를 반으로 나눴다가 다시 합치는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할 때마다 오류들이 수정되었습니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원핵생물의 유전자를 먹어치우거나 흡수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원핵생물들끼리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이 진핵생물로 진화했습니다. 본래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도 독자적인 원핵생물이었으나 다른 세포와 한집살림을 하게 된 경우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미토콘드리아라는 효율적인 에너지 공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쓰다보니 지루하고 읽으시는 분들도 지루할 것 같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처음에는 성이 없었습니다. 무성생식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성이 생겨났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원핵생물이 자신의 DNA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반으로 나눠서 다시 합치는 과정이 성의 기원인 것 같습니다. 성이 있는 유성생식은 많은 이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DNA에 다양성을 가져다 주었고,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그 돌연변이가 널리 퍼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돌연변이를 없애기 위해 성이 생겨났는데 오히려 돌연변이가 잘 퍼질 수 있는 방식이 되었다니 아이러니합니다.


 이 책은 성의 기원과 그 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초반부 성의 기원 부분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만 후반부에는 계속된 동물들의 성의 형태와 사례들이 나와서 많이 지루했습니다. 이미 알던 내용이 많아서 그다지 신기하지도 않고 지루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동성애나 인간의 다른 형태의 성, 예를들면 게이, 레즈비언, 간성, 트렌스젠더 등이 동물세계에서 특별한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동물들도 동성애가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성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오로지 암컷, 수컷, 그리고 이성애만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입니다. 자연은 더욱 다양한 것을 허락했습니다. 자연이 허락한 것을 인간이 거부하고 억압하는 것은 특정한 다수의 사고방식만을 차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기독교와 전통사회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훗날 동성애나 다른 형태의 성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보다 현명할테니까요. 저는 역사는 진보하다고 믿는 쪽입니다. 물론 아닐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핵전쟁 한 번이면 진보고 머고 끝장닙니다.) 어떤 역사의 갈래를 선택할지는 역사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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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28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큐는 역시 ebs 죠.. ㅎㅎ. 개인적으로 다큐를 좋아합니다. 다큐 영화제 때는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인데 전 극영화보다재미있더라고요...

고양이라디오 2016-09-28 15:03   좋아요 0 | URL
EBS 다큐프라임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믿고 보는 시리즈 중에 하나입니다. 다큐영화까지 좋아하시다니... 저는 페이크다큐영화는 좋은데, 아직 다큐영화는 거의 접해보질 못했습니다ㅎ 영화관에서 2편 본 기억이 있는데, 2편 다...

cyrus 2016-09-28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화 관련 책들을 세 권 이상만 봐도 그전에 봤던 내용들이 또 나오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저는 진화 책을 읽을 때 동물들의 생태를 소개한 내용을 중점으로 봅니다. 그게 더 재미있거든요. ^^

고양이라디오 2016-09-28 17:4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많이 겹치더라고요. 이 책에선 동물들의 생태가 전 지루했어요ㅠ 개별사례들 보다 이론적인 거에 더 관심이 있나봐요ㅎ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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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설계>는 21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는 스티븐 호킹의 얇지만 거대한 책이었습니다. 252p에 보통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끔 고전역학부터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이어 최신 궁극의 이론 'M이론' 까지 설명해냅니다. 그리고 궁극의 질문에도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 궁극의 질문은 바로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입니다.


 아마 누구나 한 번 쯤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것입니다. 스스로 어떤 답을 내렸거나 아니면 쓸데없는 의문이라 생각하고 무시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의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137억년의 역사를 가진 거대한 우주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우리는 빅뱅에 의해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 빅뱅 이전에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스티븐 호킹은 무신론자입니다. 그는 우주는 신이 창조했다는 간편한 해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해답은 필연적으로 다른 의문을 품게 합니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그 신은 누가 창조했을까요? 종교인들은 "신은 아무도 창조하지 않았다. 신은 처음부터 존재했다." 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주도 아무도 창조하지 않았고 본래부터 존재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요? 굳이 우주를 창조할 창조주가 필요할까요? 

 

 저는 신앙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신앙이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보고 그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 외에도 제게도 존경하는 훌륭한 신앙인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달라이 라마라던가, 마틴 루터 킹 목사라던가 말콤X... 라던가요. 물론 그 만큼 많은 혹은 그 이상의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신앙인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신앙이 과학적 사고를 억압하거나 부정하는 것만큼은 격렬하게 반대합니다. 신앙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지,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지, 인간을 신이 창조했는지, 진화에 의해 존재하는지, 우주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올바르게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오직 인간 이성과 과학만이 올바른 해답을 줄 수 있습니다. 과학은 누구에게나 같은 해답을 주지만 신앙은 각각의 종교마다 다른 답을 줍니다. 그리고 서로 자신이 맞다고 서로를 죽이기도 합니다. 물론 과학도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게 원래 좀 그렇지 않습니까.


 호킹은 쉽고 명쾌하게 과거부터 최근의 과학적 성취까지 보여줍니다. 그는 대중적인 글을 쓰는 탁월한 작가입니다.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읽고도 느꼈습니다만, 호킹은 최고의 작가입니다. 간결하고 또 우아하게 글을 씁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합니다. 어려운 개념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고 설명합니다. 그의 명료한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의 해답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의 해답은 현재 거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의 해답과 일치합니다. 다중우주론입니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다중우주론을 믿습니다. 우주는 우리 우주 단 하나가 아닙니다. 10의 500승 개의 무수히 많은 우주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생겨나고 소멸합니다. 우리 우주는 인간에게는 특별하지만 10의 500승 개 중에 하나의 우주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주는 거품처럼 무에서 생겨나 팽창하기도 하고, 팽창하다 수축하며 소멸하기도 합니다.(우리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고 있습니다.) 10의 500승 개라니요! 너무나 거대한 숫자입니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10의 500승은 1조 곱하기 1조를 40번 반복하고 거기에 1억을 곱한 숫자입니다!


 M이론에 따르면 다중우주론이 나오고 그리고 우리 우주는 4차원이 아닌 11차원이라고 합니다. 이쯤되면 차라리 신을 믿고 싶어집니다. 우주는 신이 창조했다. 얼마나 직관적이고 상식적이고 간결합니까? 하지만 예전에 버트런드 러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기억에 의존하는 지라 버트런드 러셀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만약 자신이 죽은 후 신이 "왜 나를 믿지 않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거라고 했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고요, 증거가!" 저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신을 믿기에는 제겐 증거가 너무나 부족하고 불충분하고 심지어 없습니다. 물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합리적인 이성에 바탕을 둔 신앙심을 존경하고 또 부러워합니다. 많은 사람이 제인 구달선생님처럼 혹은 현 교황처럼만큼만(혹은 그의 절반에 절반만이라도) 신앙심을 가진다면 세상은 정말 선하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저도 그런 신앙심을 가질 수 있다면 갖고 싶습니다.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불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의 존재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의 가르침, 즉 '사랑'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과학과 전혀 배치되지 않습니다. 과학은 오히려 전폭적으로 '사랑' 을 지지합니다. 과학과 신앙이 서로 화해하고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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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2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킹을 간결하고 대중적인 작가라고 평하시다니,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전 <시간의 역사>에 패배한 역사가 꽤 있었는데요 ㅠㅠ

혹시 `호킹 지수` 라는 말 아시나요.....

고양이라디오 2016-09-28 09:04   좋아요 0 | URL
네 압니다ㅎ 호킹지수로 책이야기 시작하려다가 말았습니다. <시간의 역사>의 악명은 자자하게 들었습니다ㅎ 토마 피케티의 <21세기의 자본>의 호킹지수가 30페이지라고 하던데, 제가 딱 30페이지쯤 읽다 말았습니다ㅎㅎㅎ

<시간의 역사>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와 <위대한 설계>는 대중의 눈높이로 낮춰서 쓴 책이기 때문에 syo님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cyrus 2016-09-27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 철학, 종교. 이 세 가지 사상이 서로 달라도 `사랑`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고, 절대로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7 14:21   좋아요 0 | URL
cyrus님 맞습니다^^ 휴머니즘이 밑바탕이 되지 않는 모든 사상은 갖다 버려야합니다. 과학, 철학, 종교 세가지에 문학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7 14:24   좋아요 0 | URL
cyrus님이 이 책에 대해 쓴 리뷰도 잘 읽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