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이후 사이언스 클래식 14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위대한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를 드디어 만났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예전부터 이 분의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읽기에도 바뻐서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마침내 읽고, (사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띄어 빌려 읽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평처럼 기품과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넓은 포용력과 과학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또한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1980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과학교양서입니다. 다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사회 속의 과학과 인간 본성의 과학도 다루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980년대라서 시차가 꽤 많이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사실들이 그당시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이제 막 알려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36년의 시차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때문에 초반에는 책에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원빈과 이나영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놀라운 뉴스가 있어! 원빈이랑 이나영이랑 사귄대!" 라고 말하면 '그걸 이제 알았어? 나는 이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흥미롭지 않은 뉴스군.' 이런 심리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제게 이 책은 처음에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장동건이랑 고소영이랑 결혼한데!!" 라던가, "이승기랑 윤아랑 사귄대!!" 라던가, 모두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깊이있고 디테일해짐에 따라 저도 조금씩 관심이 생겼습니다. "원빈이랑 이나영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냐면 말이야." 부터 시작해서 첫데이트는 어땠으면 등등 몰랐던 사실들이 들어나면서 흥미로워졌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는 서로 다른 과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숙적이라 불립니다. 둘 모두 과학의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앞장 선 분들입니다. 유전자가 진화의 기본단위라는 부분, 진화가 점진적인지 급격하게 일어나는지, 혹은 진화와 진보와의 관계에서도 둘은 서로 조금씩 혹은 크게 견해를 달리합니다.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면 스티븐 제이 굴드를 까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물론 도킨스는 제이 굴드는 깊이 인정하고 존중하고 존경합니다만 견해가 다를 때는 가차없이 깝니다. 하지만 둘은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종교를 상대로는 함께 의기투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에서는 도킨스를 까는 내용은 둘째치고 도킨스에 대한 언급조차 없습니다. <이기적 유전자>가 1976년에 출판되었으니 이미 읽어봤을텐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도킨스씨는 개무시당합니다ㅠ; 

 저는 여기에 스티븐 제이 굴드와 도킨스의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제이 굴드의 글과 사고는 훨씬 포용력있으며 배려깊습니다. 과거에 잘못된 이론들도 그 이론의 배경과 시대상, 그 당시의 과학 수준 등을 면밀히 고찰해서(고생물학자 답습니다.) 때론 옹호해주기도 합니다. 진정한 과학자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강하게 믿지만 언제든지 반대되는 사실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그 이론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제이 굴드는 그런 자세를 보여줍니다. 물론 도킨스도 그렇지만, 제이 굴드의 글에서 더욱 강하게 그런 느낌이 나타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느낌일 뿐입니다.) 제이 굴드도 어리석은 사람들을 비판하고 풍자하긴 하지만, 도킨스보다 한층 여유롭습니다. 도킨스는 아주 가차없이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합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속 시원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도킨스의 매력이자면 매력입니다. 도킨스는 깔 때 까고, 찬양할 때는 찬양합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도킨스는 가장 날카롭습니다. 그에 비해 칼 세이건, 제인 구달, 스티븐 제이 굴드는 부드럽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에서는 정말 기품이 느껴집니다. 아주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아, 이 사람 정말 기품있구나.' 그게 너무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글과 문체란 참 신기합니다. 멋진 과학자를 또 한 명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도킨스의 논쟁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이나 킴 스티렐니의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품격 과학교양서 <다윈 이후> 추천합니다!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 《만들어진 신》과 《이기적 유전자》 저자)  
: 스티븐 굴드의 글은 기품과 깊이와 재치와 일관성, 그리고 설득력이 있다. -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눈먼 시계공'의 저자, 진화 생물학자)

스티븐 킹 (소설가)  
: 그는 아이의 마음으로 질문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의 일생에서 그와 연이 닿았던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불꽃이 사위어 버린 것이 안타깝다. 
- 스티븐 킹('미저리','쇼생크 탈출'의 원작자, 소설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9-29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윌슨 옹도 잊지 말아주세여... ㅠㅠ 만약에 도킨스와 굴드 중에 가장 선호하는 학자의 글을 고르라면 누굴 고르시겠습니까? ^^

고양이라디오 2016-09-29 15:40   좋아요 1 | URL
아직 에드워드 윌슨 옹의 저서는 못 만나봤습니다. <통섭> 부터 읽어봐야할까요?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굴드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아무래도 도킨스 쪽입니다ㅎ 도킨스는 정답을 제시해주는데 굴드는 독자 스스로 정답을 내리도록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선 도킨스가 편했지만, 문체의 따뜻함은 굴드가 좋았습니다ㅎ 가끔씩 도킨스의 글을 읽다보면 `이거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cyrus 2016-09-29 15:51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굴드의 책을 못 봤어요. ㅎㅎㅎ 제가 질문을 잘 한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이 굴드와 도킨스의 차이점을 쉽게 알려줬으니까요. ^^

윌슨 옹이 나이를 먹으면서 진화에 대한 관점을 수정했어요. 그래서 발표 연도순으로 읽으면 윌슨의 생각을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최근에 나온 책부터 읽기 시작해서 그다음으로 예전에 나온 책들을 읽으면 내용이 헷갈립니다. 저는 <인간 본성에 대하여>, <통섭>, <지구의 정복자>, <인간 존재의 의미> 순으로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9 21:54   좋아요 0 | URL
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윌슨 옹이 집단선택으로 빠져서 도킨스랑 굴드한테 많이 까이셨더라고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9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저는 굴드가 과학자 중에서 가장 기품 있는 글을 쓰는 과학자가 아니라 그냥 글 잘쓰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기품 있는 글을 쓰는, 뛰어난 글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굴드 빠입니다. 왠만한 책은 다 읽어봐았는데 정말 글을잘써요.. 김훈보다 글이 뛰어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9 21:57   좋아요 1 | URL
굴드빠시군요! 저도 굴드의 저서 더 많이 읽어봐야겠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신기하더라고요. 글에서 기품이 품격이 느껴져요.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높은 품격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30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내라 브ㅗㄴ토사우루스 읽어보세요. 끝내줍니다. 이게 진정한 과학 에세이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30 11:09   좋아요 0 | URL
다음 굴드 책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