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위안 강석기의 과학카페 6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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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 출판사에서 반가운 책이 나왔다. 최신 과학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과학전문 작가 강석기씨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 신간은 강석기의 과학카페시리즈의 6번째 책 <과학의 위안>이다. 강석기 작가는 최근에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를 통해 알게 된 작가이다.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는 역시 MID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읽고 단숨에 강석기씨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다. 나는 그동안 우리 나라의 과학작가는 이은희, 장대익, 정재승 씨만 알고 있었는데 강석기 작가도 알게 되었다. 큰 수확이었다.

 

  책 제목은 6세기 로마의 철학자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에서 따왔다. 국정농단과 탄핵 때문에 어지러운 정국에서 과학을 통해 위안을 얻어 보자는 의미에서 제목을 <과학의 위안>으로 정했다. 비단 과학뿐만이 아니겠지만 독서라는 행위는 뭔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거 같다. 특히나 과학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면서 동시에 지적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강석기 작가의 글은 묘하게 이런 정서와 어울린다. 담백하고 차분하게 과학을 서술한다. 최신 과학을 소개하는데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독자는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접하며 지적 만족감을 느낀다.

 

  책은 주제별로 8파트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에서는 2016년 타계한 과학자 29명의 삶과 업적을 간략히 다루고 있다. 1파트는 힐링 토픽이라는 이름을 붙여 미소 짓게 할 만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2파트는 사회적, 윤리적 논란이 담긴 이슈들을 묶었다. 3파트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이다. 나는 요즘 부쩍 고인류학에 관심이 많아졌다. 인류의 기원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다 상세히 알고 싶다. 3파트는 그런 부분을 만족시켜주었다. 318만 년 전 인류 루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부터 석기에 대한 이야기.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우리 유전자에 남아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불의 사용과 결핵균의 이야기 모두 흥미로웠다.

  4파트는 생리학과 심리학을 다뤘다. 감각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들을 소개해줘서 인체의 신비에 대해 놀라게 되었다. 5파트는 수학과 물리학적 접근법으로 다른 분야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6파트는 화학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7파트는 400년 이상을 사는 것으로 알려진 그린란드상어를 비롯해 흥미로운 생물들과 생명현상을 소개했다. 그린란드 상어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오랜 세월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담으로 상어는 굉장히 성공한 종이다. 3억년 전 고생대 때부터 존재해왔으며 오늘날까지 신체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있는 화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상어는 고생대 때부터 지금까지 바다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종이다.

  8파트는 역사 속 과학이야기들을 다룬다. 특히나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세계 2차 대전 때 독일의 과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왜 보어를 방문했을까? 당시 하이젠베르크는 핵무기 개발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그가 어떤 목적에 의해 보어를 방문했는지 역사 속 진실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요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켜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과학은 잠시 현실에 대한 걱정을 씻어주고 위안을 주었다. 커피 한 잔이 어울리는 책이다. 강석기의 과학카페를 앞으로 종종 방문하게 될 것 같다. 그의 진하고 풍부한 커피 맛은 항상 변함없이 독자를 만족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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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생명 Life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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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글이 서문에 있어서 먼저 소개합니다.

 

 

 이 책은 <마음의 과학>, <컬쳐 쇼크>. <생각의 해부>, <우주의 통찰>에 이은 엣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온라인 살롱인 엣지에 실린 석학들의 인터뷰, 글, 대담 중 17편을 엄선해 실었다. 이러한 엣지의 콘텐츠들은 스트리밍 동영사응로 게재돼 있으며, 일반 대중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엣지는 오늘날의 지적. 기술적. 과학적 경관의 핵심에 있는 과학자, 예술가, 철학자, 기술자, 사업가가 주축을 이룬 모임이다. 강연, 특별 강좌는 물론 캘리포니아, 런던, 파리, 뉴욕에서 개최된 연례 만찬회를 통해 엣지는 우리 세계의 문화를 탐구하고 혁신하는 사상가들과 대중의 만남을 주선한다. -p6 

 

 평소 진화론이나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도킨스씨의 책을 토대로 여러 책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도킨스의 유전자 주의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도킨스는 진화의 단위는 유전자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저명한 과학자들은 도킨스가 틀렸고 소수의 의견일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진화의 단위는 종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유전자 단위의 진화가 진화론의 정설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양쪽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인인 제가 보기에는 둘 다 옳은 것 같은데 학자들에게는 민감한 주제인가 봅니다. 

 

 생명은 너무나 신비롭습니다. 우리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등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 원자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자들이 모여서 우리를 존재하게 합니다. 생명을 지니고 의식을 지닌 우리를 존재하게 합니다. 이는 과학자들에게도 신비롭고 경이로운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직 어떻게 물질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는지 명확하게 그 과정을 알지 못합니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뿐입니다. 중간 단계들을 띄염띄염 알고있을 뿐입니다. 언젠가는 과학이 생명의 창발을 밝혀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유전자 단위로 생명을 다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우리 인간이 굉장히 탁월한 장거리 주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유일한 강점은 지능이고 육체적인 능력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굉장히 약하다고 흔히 생각합니다. 인간 중 가장 빠른 우사인 볼트는 1초에 약 10.4 미터를 달립니다. 그 속도로 10초에서 20초를 달릴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개, 염소, 양 등의 대다수 포유동물들은 1초에 20미터의 속도로 약 4분 동안 달릴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침팬지는 인간보다 2~5배 힘이 셉니다. 쉽게 사람의 팔이나 얼굴을 잡아 뜯을 수 있습니다. 침팬지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놀라울 만치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들을 보면 인간의 운동능력, 신체능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지구력에 주목하면 인간은 놀라우리만치 뛰어납니다. 인간은 아주 장거리를 달리면 사실상 대부분의 동물을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마라톤이나 울트라마라톤에서 인간은 간혹 말을 이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과거 그리스 마라톤전투에서 승리를 알리기 위해 사람이 직접 뛰어간 이유는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말보다 인간이 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좁고 험한 산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인간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왜 인간은 장거리 주자로 진화했을까요?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이든 육식동물이든 단거리 주자입니다. 사냥을 하는 입장에서도 전력을 다해 쫓고 사냥을 당하는 입장에서도 전력을 다해서 도망칩니다. 인간은 단거리에서는 대다수의 육식동물들에게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장거리 주자로 진화했을까요? 일단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간은 어쩌면 육식동물에게 쉽게 사냥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혼자서 다니다가 습격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인간은 무리지어 생활을 했고 육식동물은 인간을 쉽사리 덥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나 돌도끼나 창 등의 도구를 들고 오히려 육식동물을 사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인간은 도망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굉장히 먼 거리를 생활반경으로 삼으면서 채집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다른 동물들을 사냥했을 것 같습니다. 먹을 것이 떨어지거나 계절이 바뀌면 장소를 옮겨가면서요. 인간이 어떤 식으로 진화과정을 거쳤는지 자세하게 설명한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인간의 진화에 대해 설명한 책으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가 떠오릅니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어봤는데 아쉽게도 인간의 장거리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다루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이 책은 이외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토론하는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격한 독설입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진화에 대한 프리먼 다이슨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학생같은 대실수"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노벨물리학상 후보로까지 오르고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에게 그토록 과격한 표현을 하다니 리처드 도킨스는 정말 무서운 분입니다. 프리먼 다이슨과 크레이그 벤터, 레이커즈와일, 에드워드 윌슨, 에른스트 마이어 등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생명이나 생명과학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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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진화심리학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5 Vol.4 스켑틱 SKEPTIC 4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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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 방심해도 읽는 책 중 과학책 비중이 확 줄어듭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과학책을 읽지 않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스켑틱> 덕분에 다행히 2월에 과학책 2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월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총 10권을 보았습니다. 책을 많이 못 봐서 아쉽습니다. 책을 보고 싶은데 할 일이 많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나도 컨디션이 안좋으면 집중이 잘 안됩니다. 3월에는 제가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너무 타인에 맞추려고 애쓰지 말아야 겠습니다. 


 <스켑틱>은 과학잡지 입니다. 3개월에 한번씩 1년에 4번 출간됩니다. 현재 8호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이번에 4호를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1호에서 5호까지 읽었습니다. 앞으로 3권 남았습니다. 다음달에 한 권이 추가되니 총 4권 남았습니다. 아직 읽을 책들이 남아있다니 소소한 기쁨입니다.


 각 호마다 다루는 주제가 다릅니다. 3호는 인공지능을 다뤘습니다. 저는 과거에 <스켑틱>이란 과학잡지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져서 3호를 처음으로 <스켑틱>을 접했습니다. 항상 별점 5개 정도의 만족은 아니지만 별 4개 이상의 만족은 주는 잡지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뤄서 좋고, 하나의 큰 주제를 다방면으로 다루는 점도 좋습니다. 


 6, 7, 8호를 살펴보니 6호는 과학과 도덕에 대해다룹니다. 7호와 8호는 마인드, 지능에 대해 다룹니다. 저도 평소 의식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7, 8호가 기대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론은 짧습니다. 4호는 커버스토리로 진화심리학을 다룹니다. 평소에 진화심리학을 좋아하여 관련 책을 몇 권 보았습니다. 진화심리학의 맹점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진화심리학을 무턱대고 부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인간은 보통 모르는 것을 경멸하는 버릇이 있지.' 라고 말한 괴테의 명언이 생각납니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과 비판에 대한 반론을 만나보시면 진화심리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실겁니다. 진화심리학은 아직 진짜 과학이 아닙니다. 발전 중인 원형과학입니다. 모든 과학이 처음에는 원형과학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진화심리학 외에도 아이의 지능에 관한 칼럼은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이들을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라.' 입니다. 하나를 경험한 아이보다 열 개를 경험한 아이가 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수학맹이 수학적 사기에 속지 않는 법' 도 읽어보시면 유익합니다. <틀리지 않는 법>이란 책을 읽다가 말았는데 항상 다시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는 아주 유용하고 영리한 사고입니다. <틀리지 않는 법>을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빌게이츠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2015 올해의 과학책 코너도 좋았습니다. 읽은 책들도 많았고 읽지 않은 책 중에 좋은 책들도 소개받았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젠더에 관한 오해, 임사체험에 대한 비판, 위약효과, 사이비 오디오 과학에 관한 글들이 있었습니다. 비판적 사고를 가로막는 29가지 사고 오류도 읽어보시면 보다 논리적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주니어 스켑틱 코너에서는 텅 빈 지구에 대한 환상에 대해 다룹니다. 여전히 지구 속이 텅비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긴 그 외에도 수많은 미신과 허구가 세상에 산재해 있습니다. 과학적 합리주의와 과학적 회의주의가 세계를 보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켑틱>은 일반 독자 분들도 유용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과학잡지입니다. 과학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사실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하고 친숙한 주제입니다. 요즘에도 뉴스를 보면 전기차, 인공지능, A,I 등 과학 관련 주제들이 즐비합니다. 과학은 알면 알수록 그 어떤 신비보다 신비롭고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과학에 얽힌 이야기들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과학자들도 어느 정도는 괴짜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스켑틱>은 과학을 접하기 좋은 잡지입니다. 저는 이제 <스켑틱>이 굉장히 친숙해졌습니다. <스켑틱> 리뷰를 쓰는 것도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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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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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통해 국내의 과학자, 과학저술가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리하라 이은희씨도 그 중 한 분입니다. 이은희씨가 작가로 데뷔하게 되고 과학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깊습니다. 이은희씨는 평소 자신의 전공 분야인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하다가 책 섭외가 왔고 그로 인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일은 아닙니다. 평소 꾸준히 오랫동안 칼럼을 연재해왔습니다. 정확히 몇 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충분히 수긍이 가는 기간이었습니다. 아무튼 책이 나왔고 과학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작가도 놀랐다고 합니다. '아니 내 책이 베스트셀러라니.' 하지만 웃프게도 과학분야는 독자층이 매우 얇습니다. 나머지 순위 권의 책들이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정재승씨의 <과학콘서트> 였다고 합니다. 과학분야의 나름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책들입니다. 이은희씨는 과학분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그 후로 전업작가로 전환하여 좋은 과학책들을 많이 쓰셨습니다. 이 책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는 이은희씨의 첫 책입니다. 

 저자는 평소 이야기들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신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때문에 첫 책을 쓸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을 써보자 해서 그리스 신화와 생물학을 결합해서 책을 썼습니다. 36가지 신화 속에 생물학 이야기를 잘 녹여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2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책입니다. 

 이은희씨의 장점은 어려운 과학 내용을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서 알기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준다는 점입니다. 자세하게 설명하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은희씨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부러운 능력입니다. 저는 자세히 설명하면 금방 상대방이 지루해하는데... 

 저는 독자가 알기 쉽게 책을 쓰는 것을 쓰는 사람의 의무이자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요. 글을 어렵게 쓰면 멋져 보이고 대단해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글을 이해하진 못합니다. 글의 목적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글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 자신의 의도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잠시 삼천포로 빠져봅시다. 알라딘에서 정희진씨를 비판하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제 생각을 밝혀보겠습니다. 정희진씨의 글은 훌륭하지만 어렵습니다. 정희진씨의 글은 저자의 날카로운 사유와 깊은 내공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렵습니다. 일상어가 아닌 단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한 번 읽어서 해석 안 되는 문장이 많습니다. 전공 논문이나 학술서가 아닌 이상 일반 독자들을 생각했을 때 글이 좀 더 쉽게 읽혀야지 않을까요? 저자와 독자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는 독자의(혹은 아둔한 저의) 푸념일 수 있습니다. 정희진씨는 대중을 독자로 생각해서 책을 낸 것이 아닐 수도 있고요. 

 난해하기로 소문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논고>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학술 논문, 전문가들을 위한 책이었습니다. 칸트의 저서는 어렵기로 소문났지만 대중서는 쉽게 썼다고 합니다. 

 이은희씨는 어려운 생물학 개념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풀어서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듯이요. 저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내용이 쉽다거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의 절대 고전 <코스모스>는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그 책을 읽고 과학에 매료 되고 과학에 빠져들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진화론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파격적으로 설명합니다. 노벨 물리학상의 리처드 파인만은 과학을 언어로 표현하는 천재입니다. 그의 강의는 학생들로 강의실이 가득찼다고 합니다. 파인만은 학생들에게 양자역학의 개념 중에 한 가지를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자 자신이 그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의 논문을 쓰면서 고등학생정도의 수학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썼다고 밝혔습니다.(물론 제가 읽어본 봐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물론 정희진씨의 문체에는 색깔이 뚜렷합니다. 정희진씨의 글을 쉽게 읽는다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저의 바람은 정희진씨의 글에 담긴 사유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희진씨는 약자의 시선을 대변합니다. 폭력과 불평등, 억압에 저항합니다. 이렇게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독자들이 어려워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는게 아쉽습니다. 

 결론을 다시 말씀드리면 이 모든 것은 저의 아둔한 머리 때문에 발생한 사견입니다. 정희진씨의 <페미니즘의 도전> 세일즈포인트는 29508 입니다. 저는 저 책이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어려워하고 어려우니깐 책도 널리 읽히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정반대입니다. 죄송합니다. 나름 반전을 포함한 글이었습니다. 

 정희진씨의 사유과 글은 참 좋습니다. 제겐 어렵지만요. 이은희씨의 책은 쉽고 재밌어서 좋습니다. 최종 결론은 둘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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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7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물학 카페》는 제 중2 때 나온 책입니다. 정재승씨의 《과학 콘서트》 와 함께 청소년 추천 과학 도서로 많이 소개됐습니다. 글이 쉬워서 좋았어요. 사실 최근에 나온 정희진씨의 《아주 친밀한 폭력》을 읽어보면 논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외국 문헌을 많이 인용하고요.

고양이라디오 2017-02-17 21:05   좋아요 0 | URL
정희진씨 책은 어렵지만 좋고, 이은희씨의 책은 쉽고 좋네요ㅎㅎ 저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쉬운 책들만 좋아하나 봅니다ㅠ 언제 어렵고 좋은 책들을 읽게 될까요ㅠ? <아주 친밀한 폭력> 기억해두겠습니다!
 
헤어 - 꼿꼿하고 당당한 털의 역사 사소한 이야기
커트 스텐 지음, 하인해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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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털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털' 이란 단어를 떠올려 보라. 아마도 기껏해야 머리카락 혹은 동물의 털 정도 만이 생각날 것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이런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사고에 갇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평생 털과 모낭을 연구한 과학자로서 털의 전체적인 그림과 털이 인간의 삶에 이제까지 해온 그리고 앞으로 기여할 역할에 대해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의 노고로 이처럼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이 탄생했다. 먼저 저자의 모험은 약 4억 년 전 털이 최초로 포유류에게 나기 시작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류와 포유류를 털을 진화시켰다. 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고마운 도구였다. 조류는 깃털, 포유류는 털로 몸을 감쌌다. 그런데 털북숭이 원시인은 열을 빠르게 배출하여 거대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털을 벗었다. 대신 다른 동물의 털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이 책은 먼저1부에서 생물학적으로 털을 탐색한다. 털의 진화적 관점과 생물학적 관점을 털을 설명한다. 털이 모낭에서 어떤 식으로 자라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2부에서는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서 털을 조명한다. 인류 사회에서 헤어스타일은 삶의 수준을 암시하고 개인의 사회적 위치도 나타냈다. 루이 14세 프랑스 왕의 헤어스타일을 보라. 여기 또 단적으로 헤어스타일이 메시지로서 작용하는 예가 있다.


 "고대뿐 아니라 현대의 군인들도 머리와 수염을 짧게 자른다. 이러한 규제는 알려진 세계는 모두 정복하라고 명령한 알렉산더 대왕이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군인들은 칼과 방패, 주먹으로 싸웠는데 알렉산더 대왕은 머리나 수염이 길면 중무장한 보병이라도 적에게 쉽게 잡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모든 군인에게 머리를 짧게 깎으라고 지시했다. 이 관행은 과거와는 다른 실용적 목적과 병참적 이유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군인의 짧고 단정한 머리는 이제 질서, 규율, 기강을 상징한다." -p93


 군인의 짧은 머리가 알렉산더 대왕에서부터 유래했다니 재미있고 신기했다. 요즘도 짧은 머리는 남성적인 성향을 나타 낸다. 헤어스타일에 얽힌 이발사와 미용사, 가발, 염색 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3부는 털이 인류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역사적 관점을 다룬다. 모피의 역사, 양모의 역사를 통해 흥미로운 역사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레버넌트> 에서 처럼 서부 개척민들과 원주민들은 모피를 거래했다. 양모는 과거 대영제국의 핵심 산업이었다. 


 "양모 무역을 통해 잉글랜드는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면서 운송, 탐사, 농경, 산업, 교육, 종교 등 경제와 사회 모든 부문이 발전하였다." -p176


 모피와 양모를 넘어 털은 시스테인 같은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법정에서 주요한 증거물이 된다. 털에는 DNA 정보가 담겨있다. 털은 죽은 세포 덩어리이다. 


 에필로그에서는 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끝을 맺는다. 과학이 발전하면 털의 성장 메커니즘을 알게 되어 털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미용실은 기계화 되어 기계가 원하는 헤어스타일대로 머리르 잘라 줄 것이다. 


 털에도 이처럼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몰랐다. 사소한 털이라도 집중 조명해보니 털이 그동안 인류의 역사 속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들을 함께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풍성한 털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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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2-16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털 하니까 생각난건데요...
구스다운을 가진 거위가 생짜배기로 털을 뜯긴다는 생각이나서 오싹해집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17 12:20   좋아요 0 | URL
설마요ㅎㅎ...? 생각만해도 오싹합니다ㅠ;;
양모 깍을 때는 가위로 깍거나 요즘은 약물로 저절로 털이 빠지게 한다고 하더군요. 양들은 양호하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