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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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설계>는 21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는 스티븐 호킹의 얇지만 거대한 책이었습니다. 252p에 보통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끔 고전역학부터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이어 최신 궁극의 이론 'M이론' 까지 설명해냅니다. 그리고 궁극의 질문에도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 궁극의 질문은 바로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입니다.


 아마 누구나 한 번 쯤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것입니다. 스스로 어떤 답을 내렸거나 아니면 쓸데없는 의문이라 생각하고 무시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의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137억년의 역사를 가진 거대한 우주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우리는 빅뱅에 의해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 빅뱅 이전에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스티븐 호킹은 무신론자입니다. 그는 우주는 신이 창조했다는 간편한 해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해답은 필연적으로 다른 의문을 품게 합니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그 신은 누가 창조했을까요? 종교인들은 "신은 아무도 창조하지 않았다. 신은 처음부터 존재했다." 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주도 아무도 창조하지 않았고 본래부터 존재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요? 굳이 우주를 창조할 창조주가 필요할까요? 

 

 저는 신앙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신앙이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보고 그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 외에도 제게도 존경하는 훌륭한 신앙인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달라이 라마라던가, 마틴 루터 킹 목사라던가 말콤X... 라던가요. 물론 그 만큼 많은 혹은 그 이상의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신앙인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신앙이 과학적 사고를 억압하거나 부정하는 것만큼은 격렬하게 반대합니다. 신앙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지,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지, 인간을 신이 창조했는지, 진화에 의해 존재하는지, 우주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올바르게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오직 인간 이성과 과학만이 올바른 해답을 줄 수 있습니다. 과학은 누구에게나 같은 해답을 주지만 신앙은 각각의 종교마다 다른 답을 줍니다. 그리고 서로 자신이 맞다고 서로를 죽이기도 합니다. 물론 과학도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게 원래 좀 그렇지 않습니까.


 호킹은 쉽고 명쾌하게 과거부터 최근의 과학적 성취까지 보여줍니다. 그는 대중적인 글을 쓰는 탁월한 작가입니다.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읽고도 느꼈습니다만, 호킹은 최고의 작가입니다. 간결하고 또 우아하게 글을 씁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합니다. 어려운 개념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고 설명합니다. 그의 명료한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의 해답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의 해답은 현재 거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의 해답과 일치합니다. 다중우주론입니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다중우주론을 믿습니다. 우주는 우리 우주 단 하나가 아닙니다. 10의 500승 개의 무수히 많은 우주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생겨나고 소멸합니다. 우리 우주는 인간에게는 특별하지만 10의 500승 개 중에 하나의 우주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주는 거품처럼 무에서 생겨나 팽창하기도 하고, 팽창하다 수축하며 소멸하기도 합니다.(우리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고 있습니다.) 10의 500승 개라니요! 너무나 거대한 숫자입니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10의 500승은 1조 곱하기 1조를 40번 반복하고 거기에 1억을 곱한 숫자입니다!


 M이론에 따르면 다중우주론이 나오고 그리고 우리 우주는 4차원이 아닌 11차원이라고 합니다. 이쯤되면 차라리 신을 믿고 싶어집니다. 우주는 신이 창조했다. 얼마나 직관적이고 상식적이고 간결합니까? 하지만 예전에 버트런드 러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기억에 의존하는 지라 버트런드 러셀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만약 자신이 죽은 후 신이 "왜 나를 믿지 않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거라고 했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고요, 증거가!" 저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신을 믿기에는 제겐 증거가 너무나 부족하고 불충분하고 심지어 없습니다. 물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합리적인 이성에 바탕을 둔 신앙심을 존경하고 또 부러워합니다. 많은 사람이 제인 구달선생님처럼 혹은 현 교황처럼만큼만(혹은 그의 절반에 절반만이라도) 신앙심을 가진다면 세상은 정말 선하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저도 그런 신앙심을 가질 수 있다면 갖고 싶습니다.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불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의 존재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의 가르침, 즉 '사랑'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과학과 전혀 배치되지 않습니다. 과학은 오히려 전폭적으로 '사랑' 을 지지합니다. 과학과 신앙이 서로 화해하고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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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2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킹을 간결하고 대중적인 작가라고 평하시다니,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전 <시간의 역사>에 패배한 역사가 꽤 있었는데요 ㅠㅠ

혹시 `호킹 지수` 라는 말 아시나요.....

고양이라디오 2016-09-28 09:04   좋아요 0 | URL
네 압니다ㅎ 호킹지수로 책이야기 시작하려다가 말았습니다. <시간의 역사>의 악명은 자자하게 들었습니다ㅎ 토마 피케티의 <21세기의 자본>의 호킹지수가 30페이지라고 하던데, 제가 딱 30페이지쯤 읽다 말았습니다ㅎㅎㅎ

<시간의 역사>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와 <위대한 설계>는 대중의 눈높이로 낮춰서 쓴 책이기 때문에 syo님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cyrus 2016-09-27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 철학, 종교. 이 세 가지 사상이 서로 달라도 `사랑`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고, 절대로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7 14:21   좋아요 0 | URL
cyrus님 맞습니다^^ 휴머니즘이 밑바탕이 되지 않는 모든 사상은 갖다 버려야합니다. 과학, 철학, 종교 세가지에 문학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9-27 14:24   좋아요 0 | URL
cyrus님이 이 책에 대해 쓴 리뷰도 잘 읽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