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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35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3.
노래책시렁 417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문학과지성사
2007.7.6.
우리나라를 곰곰이 보면, “시를 쓰자”고 할 적에 주춤하는 분이 수두룩하고, 뭔가 멋을 부려야 한다고 여기기 일쑤입니다. “글을 쓰자”고 할 적에 멈칫하는 분이 많고, 글은 아무나 못 쓴다고 여기곤 합니다. “하루를 쓰자”나 “오늘을 쓰자”고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이 보내는 하루야 늘 똑같은데 쓸거리가 있느냐고 하나같이 발을 빼더군요.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를 돌아봅니다. ‘시집’입니다. ‘시는 이렇게 써야 한다’고 밝히는 글이라고 느낍니다. ‘시집’이라면 책이름도 이렇게 붙여야 한다고 여기고, 우리 오늘도 우리 하루도 우리 삶도 아닌, 머리로 지은 틀에 따라서 갖은 꾸밈길(수사법)을 부려야 한다는 보기로 삼을 만합니다. 그러나 글을 굳이 이렇게 써야 할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왜 ‘삶글’도 ‘살림글’도 ‘사랑글’도 아닌 ‘문학·예술·문화·창작·수사·기교·시작’을 해야 하는지 곱씹을 일입니다. ‘문학잡지 발표’를 해야 하기에 써야 한다면, 이미 모든 문학은 죽었습니다. 아줌마 아저씨가 하루노래를 그리기를 바라요. 가시내 머스마가 오늘노래를 부르기를 바라요. 노래가 흐르는 나라가 아름다워요. 노래가 없는 나라는 메마른 허허벌판이에요.
ㅅㄴㄹ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낙화, 첫사랑/12∼13쪽)
중음(中陰)의 보드라움, 몽유하는 혼들이 숨구멍처럼 열렸네요 오, 예뻐요. 빗방울처럼 제각각 몸을 둥글린 시간들 / 우리가 오직 날개의 무게로만 와도 / 씨앗들 퍼지네요 (뻘에 울다/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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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김선우, 문학과지성사, 2007)
이 시집이 세상에 보내진 이후
→ 이 노래책이 나온 뒤
→ 이 노래책을 낸 다음
3
당분간 시를 떠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 한동안 노래를 떠날지도 모르겠다
→ 살짝 노래를 떠날지도 모르겠다
3
청탁받고 발표하는 관행으로부터 떠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글을 여쭈고 내는 틀을 떠나려고 한다
→ 글을 바라고 싣는 틀거리를 떠날 셈이다
3
흙 속의 누군가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 듯한
→ 흙에 사는 누구한테 무언가 먹이는 듯한
11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 떨어지는 그대를 앞지르겠습니다
→ 곤두박는 그대를 앞지르겠습니다
12
지구의 시간은 계절 밖을 떠돌았을 것이니
→ 푸른별 하루는 철을 벗어나 떠돌 테니
17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는 것이데
→ 그런데 내가 더는 안 떠는데
20
세계의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선택한 아기에게 축복의 말을 주는 듯했네
→ 바깥나라가 아니라 안쪽을 고른 아기를 기리는 듯했네
25
번쩍이는 장대한 콘크리트 유적지
→ 번쩍이고 드넓은 잿더미
→ 번쩍이고 커다란 잿덩어리
33
홀홀한 이슬의 손이 어느 날
→ 뒤숭숭한 이슬손이 어느 날
→ 가벼운 이슬손이 어느 날
38
중음(中陰)의 보드라움, 몽유하는 혼들이 숨구멍처럼 열렸네요
→ 보드라운 쉰날, 꿈에서 노는 넋이 숨구멍처럼 열리네요
40
우리가 오직 날개의 무게로만 와도
→ 우리가 오직 날개 무게로만 와도
40
시들지 않는 신접살림이
→ 시들지 않는 꽃살림이
41
혼례의 밤이 왔지
→ 꽃가마 밤이 왔지
→ 꽃살이 밤이 왔지
50
극점에 도달하면 비워야 하는 것이 지구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 끝에 닿으면 비워야 하는 푸른길이기 때문이다
55
분분한 꽃잎들, 내가 그들의 엄마였다면 눈물로 말렸겠지만
→ 나풀대는 꽃잎, 내가 꽃잎 엄마라면 눈물로 말리겠지만
→ 흩날리는 꽃잎, 내가 꽃잎 엄마라면 눈물로 말리겠지만
62
벼랑 위 홑겹 줄지어 늘어선 집들
→ 벼랑에 홑겹 줄지은 집
→ 벼랑에 홑곁 늘어선 집
75
내가 곡비(哭婢)로 하늘머리 이고 서서 오작교를 내놓아라, 큰 곡을 부르나니
→ 내가 눈물종으로 하늘머리 이고 서서 까막까치길 내놓아라, 크게 부르나니
→ 내가 우는종으로 하늘머리 이고 서서 까막까치다리 내놓아라, 외치나니
78
내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 고단할까 걱정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걱정없어요
→ 고단할까 근심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멀쩡해요
87
돌담 속 너의 꽃잠 만진 적 있지
→ 돌담에서 네 꽃잠 만진 적 있지
→ 돌담 네 꽃잠 만진 적 있지
95
인생은 아직 진행 중이에요
→ 삶은 아직 흘러요
→ 오늘은 아직 나아가요
→ 하루는 아직 번져요
118
나를 보고 있는 중에도 나만 보지 않고
→ 나를 보는데도 나만 보지 않고
121
사골국 은하에 밥 말아
→ 소뼈국 누리에 밥 말아
→ 뼛국 바다에 밥 말아
12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