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343 : 한 명의 돼지
한 명의 돼지. 한 명의 소. 한 명의 닭
→ 돼지 하나. 소 하나. 닭 하나
→ 돼지. 소. 닭
《날씨와 얼굴》(이슬아, 위고, 2023) 43쪽
사람하고 짐승을 셀 적에 다른 말을 씁니다. 짐승을 따돌리거나 낮추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짐승은 짐승이라서, 알아보기 쉽도록 할 뿐입니다. 나무를 ‘그루’로 세고, 풀을 ‘포기’로 세고, 꽃을 ‘송이’로 셉니다. 다 다른 숨결로 제대로 바라보면서 살핀다는 뜻입니다. 능금이며 복숭아이며 살구를 ‘알’로 셉니다. 보리이며 수수이며 낟알이나 씨앗을 ‘톨’로 셉니다. 사람은 ‘머리’를 보면서 셉니다. 짐승과 헤엄이는 ‘머리’를 살짝 돌린 ‘마리’로 셉니다. 때로는 “한 사람 두 사람”처럼 셉니다. 그리고 굳이 하나치를 안 붙이고서 “하나 둘 셋 넷”처럼 세지요. 돼지는 “돼지 한 마리”나 “돼지 하나”로 세면 됩니다. “한 명의 돼지. 한 명의 소. 한 명의 닭”처럼 돼지와 소와 닭한테 ‘명(名)’을 붙이기보다는 “돼지. 소. 닭”처럼 수수하게 바라볼 적에 어깨동무를 하는 마음이 되리라 봅니다. “돼지 하나. 소 하나. 닭 하나”처럼 쓰면 되고요. ㅅㄴㄹ
명(名) : 사람을 세는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