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시집선 16
권유영 외 지음 / 파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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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3.

노래책시렁 472


《파도시집선 16 숲》

 권유영과 50사람

 파도

 2024.6.21.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숲’을 “‘수풀’의 준말”로 풀이할 뿐입니다. 북녘 낱말책도 똑같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푸른 숨결이자 숨빛이지만, 정작 제대로 마음을 못 기울이거나 안 씁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뿐 아니라 우리도 비슷합니다. 엉성하거나 후줄근한 뜻풀이라면 우리 스스로 북돋우고 가꾸고 살찌울 노릇인데, 우리는 나라가 해놓은 대로 따라가기 일쑤입니다. 《파도시집선 16 숲》은 쉰 사람이 저마다 노래한 ‘숲’ 이야기를 담는구나 싶은데, 찬찬히 읽어 보니 막상 ‘숲복판’이나 ‘숲곁’에서 살아가면서 노래를 쓴 분은 없지 싶습니다. 숲에 깃들면서 숲빛을 보고 숲내음을 맡고 숲바람을 마시는 하루라면 ‘먼발치’에서 구경한 숲을 글치레로 적지는 않습니다. 숲에 깃드는 사람은 나무 한 그루하고 풀 한 포기 이름을 또렷하게 밝히면서 다 다른 나무와 풀하고 어우러지는 다 다른 나비와 애벌레와 새 이야기를 적어요. 더욱이 한 갈래 나무라 하더라도 모두 다른 소나무에 잣나무에 참나무인걸요. ‘글감’으로만 숲을 바라보기보다는 삶·살림·사랑으로 숲을 품고 마주하는 자리에서 마음으로 깊고 넓게 스미는 숲을 옮길 수 있기를 바라요. 대단히 커다란 숲을 품어야 하지 않아요. 보금숲과 마을숲이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괴로우나 즐거우나 / 그 앞을 찾아가 쏟아낸다 / 아무도 없지만 / 분명히 모두가 듣고 있다지 (숲/권유영 13쪽)


아니야 // 저기 멀리 / 달아나는 내가 있다 (토도/국다현 25쪽)


우리 이렇게 안은 그대로 나무가 되고 싶다. / 나도, / 우리가 나무가 된다면 무슨 나무가 될까? (우리, 나무가 되자/우초원 60쪽)


+


《파도시집선 16 숲》(권유영과 50사람, 파도, 2024)


세상은 높아지는 게 아니라 넓어지는 거라 믿었던 우리

→ 둘레는 높아가지 않고 넓어간다고 믿던 우리

→ 온누리는 높기보다 넓다고 믿은 우리

14쪽


거긴 이미 무성해져

→ 거긴 이미 우거져

→ 거긴 이미 짙어

16쪽


너도 사실 화분만한 집에 심겨져 있으면서 그렇게 촉박하게 굴지 말어

→ 너도 꽃그릇만 한 집에 있으면서 그렇게 빠듯하게 굴지 말아

→ 너도 그릇만 한 집에 심겼으면서 그렇게 바쁘게 굴지 말아

18쪽


바다가 지구의 보석함이듯 나무가 하늘의 안식처라면

→ 바다가 푸른별 빛집이듯 나무가 하늘 보금터라면

→ 나무가 파란별 반짝집이듯 나무가 하늘 둥지라면

28쪽


여전히 이기적인 우리와 여전히 이타적인 너희가 영원히 이 별에 남아

→ 아직 제멋대로인 우리와 아직 사랑인 너희가 오래오래 이 별에 남아

→ 내내 눈먼 우리와 내내 돌보는 너희가 언제까지나 이 별에 남아

29쪽


심장보다 높은 곳에 두고 피가 돌게 한다

→ 가슴보다 높은 곳에 두고 피를 돌린다

→ 염통보다 높은 곳에 두고 피가 돈다

33쪽


가로수는 초록에 몰두하는 중이다

→ 길나무는 푸르게 물들어간다

→ 거리나무는 풀빛으로 스며간다

50쪽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곳

→ 여름을 알리는 곳

→ 여름이라 알리는 곳

→ 첫여름을 알리는 곳

63쪽


청록의 사슴이 내 어깨를

→ 옅푸른 사슴이 내 어깨를

→ 봄쑥빛 사슴이 어깨를

68쪽


이곳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에덴

→ 이곳은 누구도 듣지 않는 꽃동산

→ 이곳은 도무지 맞지 않는 꿈터

70쪽


아직도 네가 숲에서 샤워를 하는지 궁금해서

→ 아직도 네가 숲에서 씻는지 궁금해서

→ 아직도 네가 숲에서 헹구는지 궁금해서

78쪽


한낮의 매서운 햇빛을 피해 무성한 잎사귀 아래로 숨어든

→ 한낮 매서운 볕을 그으려 우거진 잎사귀 밑으로 숨어든

→ 한낮 매서운 햇볕 탓에 짙푸른 잎사귀 밑으로 숨어든

84쪽


목련의 꽃말은 당신의 이름 고귀하고 고귀한

→ 방긋나무 꽃말은 네 이름 반짝이고 반짝이는

→ 봉긋나무 꽃말은 그대 이름 빛나고 빛나는

9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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