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6.5.

오늘말. 살핌길


나한테 맞는 얼개가 있고, 너한테 어울리는 틀이 있어요. 너랑 나를 맺는 사잇목을 두고, 부드러이 잇는 곬을 냅니다. 둘레를 하나하나 본다면 디딤길을 다스리고 살핌길을 꾸릴 만합니다. 아직 길눈이 안 밝더라도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이 길에서 헛디딜 수 있고,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어요. 한창 살펴보다가 어긋날 때가 있고, 두리번두리번하다가 끝날 수 있어요. 모르는 줄 알아보기에 돌아봅니다. 나라책숲에도 가고, 큰책숲에도 갑니다. 마을책숲에도 가고, 작은책숲에도 드나들어요. 어디에서나 알음길을 가꿉니다. 앞선 어른이 여민 꾸러미를 읽기도 하고, 스스로 풀꽃나무하고 들숲바다를 헤아리기도 합니다. 둘레를 찾으면서 짚어 가노라면 천천히 눈을 뜰 만합니다. 우리 마을에서 찾아봅니다. 이웃 고장에서 둘러봅니다. 모든 곳은 저마다 징검다리이니, 느긋이 생각하면서 길꽃을 펴려고 합니다. 앞뒤를 어우르는 흐름을 읽어요. 이 자리하고 저 마당하고 얽힌 이음길을 곱씹습니다. 일머리를 추슬러서 차근차근 일굽니다. 차곡차곡 밟아 가면 어느덧 깨달을 테고, 환하게 웃고 노래하는 살림길을 걸어가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얼개·얼거리·틀·틀거리·사잇목·샛목·곬·길·길눈·길꽃·앞뒤·자리·판·흐름·밟다·이음길·잇는길·줄·일머리·디딤돌·디딤길·디딤칸·징검다리·징검돌·징검길 ← 행정절차


살피다·살펴보다·알아보다·찾아보다·돌아보다·둘러보다·둘레보기·둘레찾기·마을보기·마을찾기·고을보기·고을찾기·고장보기·고장찾기·짚다·톺다·헤아리다·살핌길·살핌꽃·알음길·알음꽃 ← 현장조사, 현지조사


나라책숲·나라책숲집·열린책숲·열린책숲집·큰책숲·큰책숲집·큰책밭·큰책터 ← 공공도서관, 국립도서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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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대안학교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서 대안학교를 고려한다 → 아이 앞날을 생각해서 다른길을 살핀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려고 준비한다 → 새배움터로 가려고 한다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 열린배움터를 부쩍 눈여겨본다


대안학교 : x

대안(代案) : 어떤 안(案)을 대신하는 안

학교(學校) : [교육]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 ≒ 학원



  다르게 가른 ‘다른길’이 있고, ‘다른배움’이 있습니다. 이대로는 낡은 틀이나 굴레일 테니, ‘새길·새곳’을 찾고, ‘새배움’을 펴려고 합니다. 누구나 날갯짓을 펴는 배움길을 바라기에 ‘열린배움터’를 살핍니다. ㅅㄴㄹ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대안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배움터

→ 다른배움은 말 그대로 ‘다르게’ 펴는 배움터

→ 새배움터는 말 그대로 ‘새로’ 일구는 배움터

→ 다른길은 말 그대로 ‘다르게’ 나누는 배움터

→ 새길은 말 그대로 ‘새’길을 가르치고 배우는 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윤성근, 이매진, 2009) 78쪽


농사일을 하며 근처에 있는 대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 논밭일을 하며 둘레 새배움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 흙을 일구며 가까운 새길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책이 좀 많습니다》(윤성근, 이매진, 2015) 280쪽


곳곳에서 대안학교가 등장하고, 가정학교가 늘어나고, 교육이 한 발씩 달라지고 있었지만

→ 곳곳에서 다른길이 나오고, 집배움이 늘어나고, 배움길이 한 발씩 달라지지만

→ 곳곳에서 새길이 나오고, 스스로길이 늘어나고, 배움판이 한 발씩 달라지지만

《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한울림, 20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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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피사체 被寫體


 원치 않는 피사체가 찍혔다 → 바라지 않는 모습이 찍혔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시에는 → 움직이는 숨결을 찍을 때에는


  ‘피사체(被寫體)’는 “사진을 찍는 대상이 되는 물체”를 가리킨다고 합니다만, 일본 한자말입니다. 우리말로는 ‘사람·사람꽃·이웃’이나 ‘숨결·숨빛·삶·살림’이나 ‘모습·빛·결·길·길눈·길꽃’으로 옮깁니다. ‘멋·멋있다·맛보기·맛선·맵시보기’나 ‘꽃사람·꽃보기·아름보기’로 옮기고, ‘보기·보는꽃·보는빛·보임꽃·봄꽃·보임빛’이나 ‘짜임새·틀·틀거리·판’으로 옮겨요. ‘밑·밑동·밑밭·밑절미·밑꽃·밑틀·밑판’이나 ‘바탕·바탕길·바탕꽃·밑바탕·밑싹·밑자락’으로도 옮기고, ‘그·그쪽·그사람·저·저쪽·저사람’으로도 옮기지요. ‘찍다·찍히다·담다·담기다·그림·그리다’로 옮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피사체는 한국의 체제 쪽에서는 비판적인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것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 내가 찍고 싶은 모습은 한나라 쪽에서는 거의 따갑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내가 담으려는 삶은 한나라 쪽에서는 으레 까탈스럽다고 볼 수밖에 없다

《촬영금지》(구와바라 시세이/김승곤 옮김, 눈빛, 1990) 15쪽


사진을 볼 때 우리는 그 표면을 넘어서 원래의 피사체를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 우리는 빛꽃을 볼 때 겉모습보다는 찍힌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려고 한다

→ 우리는 빛꽃에서 겉모습보다는 참모습이 무엇인가를 보려고 하기 마련이다

→ 우리는 빛꽃에서 겉모습 아닌 제모습이 무엇인가를 보려고 한다

《사진의 유혹》(데이브 요라스/정주연 옮김, 예담, 2003) 9쪽


무엇보다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단순 피사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 무엇보다도, 내가 만나는 사람은 그저 보임꽃이지 않다

→ 무엇보다도, 내가 만나는 사람은 한낱 꽃보기이지 않다

→ 무엇보다도, 나는 그냥 찍힐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내 멋대로 사진찍기》(김윤기, 들녘, 2004) 19쪽


다양한 빛의 방향을 이용하면 피사체의 구체적인 모습을 부각시킬 수 있다

→ 여러 빛길을 살피면 하나하나 돋보이도록 찍을 수 있다

→ 여러 빛줄기를 가누면 낱낱이 도드라지도록 찍을 수 있다

《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조나단 콕스/김문호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8) 66쪽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훌륭한 피사체가 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만나는 모두를 훌륭히 찍을 수 있습니다

→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만나는 모두를 훌륭히 그릴 수 있습니다

→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만나는 모두를 훌륭히 담을 수 있습니다

《레아의 감성사진 두 번째 이야기》(레아, 한빛미디어, 2010) 167쪽


사진을 찍는 기쁨, 피사체와 마주쳤을 때의 기쁨,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었을 때의 기쁨

→ 찰칵하는 기쁨, 이웃과 마주치는 기쁨, 마음에 들도록 찍는 기쁨

→ 빛을 찍는 기쁨, 삶을 마주치는 기쁨, 마음에 들도록 찍는 기쁨

《카메라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사토 토미오/임향자 옮김, 포토스페이스, 2010) 23쪽


자신이 몸을 숙이거나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하는 것이지요

→ 내가 몸을 숙이거나 이웃한테 다가가거나 하지요

《천재 아라키의 괴짜 사진론》(아라키 노부요시/백창흠 옮김, 포토넷, 2012) 69쪽


촬영하고 싶은 피사체를 만나면 난 눈을 깜빡이듯 셔터를 누른다

→ 찍고 싶은 모습을 만나면 난 눈을 깜빡이듯 단추를 누른다

→ 찍고 싶은 모습을 만나면 난 눈을 깜빡이듯 찰칵 하고 누른다

《도쿄 셔터 걸 2》(켄이치 키리키/주원일 옮김, 미우, 2015) 54쪽


사진의 피사체로서야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만큼 훌륭한 것이 없다

→ 담는 빛으로는 삶자국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야말로 훌륭하다

→ 살아온 자국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야말로 훌륭한 빛이다

→ 살아온 나날이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을 담으면 그야말로 훌륭하다

《일인용 책》(신해욱, 봄날의책, 2015) 172쪽


오솔길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하나의 솔방울도 나에게는 중요한 피사체입니다

→ 오솔길에 아무렇게나 있는 솔방울도 나한테는 뜻깊습니다

→ 나는 오솔길에 뒹구는 솔방울도 반갑게 찍습니다

→ 나는 오솔길에 있는 솔방울도 고맙게 담습니다

《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양해남, 눈빛, 2016) 43쪽


네게 있어 좋은 피사체는 어떤 거야?

→ 너는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어?

→ 너는 누구를 찍고 싶어?

→ 너는 어떤 보임꽃을 찍고 싶어?

《꿈에서도 보고픈 1》(아케가타 유우/반기모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1)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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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일본말] 와이셔츠ワイシャツ·Yシャツ



와이셔츠(← white shirt) : 양복 바로 안에 입는 서양식 윗옷. 칼라와 소매가 달려 있고 목에 넥타이를 매게 되어 있다 ≒ 와이샤쓰

white shirt : (英속어) 상급 교도관

dress shirt : 1. 드레스 셔츠(정장을 입고 나비넥타이를 맬 때 입는 흰색 셔츠) 2. (양복 안에 입는) 와이셔츠

ワイシャツ(Yシャツ white + shirt) : 와이셔츠


 오늘은 와이셔츠를 안 입었다 → 오늘은 적삼을 안 입었다

 와이셔츠가 필수는 아니다 → 흰웃옷이 아니어도 된다



  ‘와이셔츠·와이샤쓰’로 적지만, ‘ワイシャツ·Yシャツ’라는 일본말입니다. ‘white shirt’를 일본사람이 잘못 알아듣고서 퍼진 말씨라지만, 정작 영어로는 ‘dress shirt’라 해야 올바르다지요. 우리말로는 ‘윗옷·윗도리’라 하면 되고, ‘위·웃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옷살림을 돌아본다면 ‘저고리·적삼’이라 할 만하고, 수수하게 ‘옷·옷가지·옷자락’이라 할 수 있어요. 따로 흰빛인 적삼을 가리킬 적에는 ‘흰옷’이나 ‘흰웃옷·흰윗도리·흰적삼·흰저고리’라 해도 어울립니다. ‘하얀웃옷·하얀윗도리·하얀적삼·하얀저고리’라 해도 되어요. ㅅㄴㄹ



미제국주의의 통치하에서는 와이셔츠 하나 만족스럽게 살 수 없었다

→ 미국이 억누르면서 적삼 하나 제대로 살 수 없었다

→ 미국이 짓누르면서 저고리 하나 넉넉히 살 수 없었다

《겨레의 꿈 과학에 실어》이승기, 대동, 1990) 81쪽


와이셔츠를 차려입은 남자 혼자

→ 흰웃옷을 차려입은 사내 혼자

→ 흰웃도리 차려입은 돌이 혼자

《책이 좀 많습니다》(윤성근, 이매진, 2015) 6쪽


환한 조명 아래에서 다채로운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들이

→ 불빛은 환하고 가지가지 윗옷 차림인 사내들이

→ 불은 환하고 알록달록한 윗도리 차림 사내들이

《원전 집시, 피폭 하청 노동자의 기록》(호리오 구니에/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7)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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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17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최종규 글·사진

 숲속여우비

 2014.7.4.



  오늘이라는 나는 여태까지 걸어온 어제로 이룹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이제부터 새로 태어날 모레로 나아갑니다. 얼핏 보면 어제·오늘·모레는 모두 다른 듯싶어도 늘 하나로 잇습니다. 글로 안 남기고, 찰칵 안 찍어도, 우리 마음에는 모든 하루를 새깁니다. 2014년에 태어난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1992년부터 스물세 해를 드나든 인천 배다리책골목 〈아벨서점〉 한 곳을 아로새긴 자취를 담았습니다. 그 뒤 열 해가 지났으니 서른세 해째 헌책집 한 곳으로 책마실을 다니는 셈인데, 1992년 7월에 이곳에서 문득 “아! 책이란 이렇구나! 책집이란 이렇네! 책을 만지고 다루고 읽고 짓는 사람은 이런 빛이네!” 하고 느낄 적에 속으로 “앞으로 서른 해 뒤에도 이곳을 드나들며 ‘단골’이란 이름을 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요새는 ‘단골’을 다르게 여기지만, 1992년 언저리만 해도 ‘책집단골’이라는 이름을 들으려면 ‘20해 + 3000자락’이 밑동이어야 한다고 쳤습니다. ‘30해 + 5000자락’을 넘으면 책집지기하고 책손이 서로 ‘마음지기’로 피어난다고 했어요. 줄거리만 담을 적에는 아직 책이 아닙니다. 이야기로 거듭나야 살짝 책입니다. 첫 손길이 닿을 적에도 아직 책하고 멉니다. 두 손길에 서너 손길이 잇달아 스미기에 비로소 책입니다. 헌책이란, 손길이 거듭 닿은 책입니다. 널리 읽혔거나 미처 안 읽혔거나, 우리 손길이 새롭게 닿은 ‘새로 읽히는 빛’이 흘러나오기에 헌책입니다. 그래서 ‘책·빛·숲’ 세 낱말은 다르면서 나란하지 싶습니다. 책으로 눈을 빛내고 마음과 몸을 숲에 두어 사랑을 짓는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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