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무엇을 배우는가

 


  아이는 언제나 스스로 살아갈 길을 배운다. 아이는 씩씩하게 살아갈 길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 싶다. 아이는 즐겁게 노래하는 길을 배운다. 아이는 사랑스럽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어버이한테서 나누어 받고 싶다.


  호미질을 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호미순이’나 ‘호미돌이’ 된다. 자가용 으레 모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자동차순이’나 ‘자동차돌이’ 된다. 책을 즐겨읽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책순이’나 ‘책돌이’ 된다. 자전거 나들이 좋아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자전거순이’나 ‘자전거돌이’ 된다.


  어버이는 이녁 삶을 노상 아이한테 물려주거나 가르친다. 어버이는 이녁 생각을 노상 아이한테 보여주면서 알려준다. 어버이는 이녁 사랑을 노상 아이와 함께 가꾸거나 일군다. 어버이는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삶을 이루고, 아이는 어버이 곁에서 앞으로 살아갈 꿈을 천천히 헤아린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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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살아가는 하루


 
  아이들은 하루 내내 어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이러다가도 저희한테 아주 재미나다 싶은 무언가 있으면 어버이 뒤는 그만 따라다니고는, 재미나다 싶은 것에 폭 사로잡힌다. 이를테면 나뭇가지가, 흙이, 풀꽃이, 멧새가 아이들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빗물이나 눈송이도 아이들한테 재미난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한참 어버이 꽁무니 좇던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눈빛 밝혀 새롭게 배우거나 즐기거나 누릴 것이 있으면 곧바로 따라간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 느끼고 겪으면서 무럭무럭 크고 싶으니까.


  어버이는 하루 내내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이것저것 돌보고 이래저래 먹이며 이렁저렁 씻기고 입히느라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본다. 아이들이 뒹구는 자리를 제대로 쓸고닦았는지 살핀다. 아이들 코는 막히지 않았나 들여다보기도 하고, 한동안 물을 안 마셨으면 물을 마시라고 부른다.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버이는 새삼스레 아이 눈높이가 되어 보금자리와 마을과 온누리를 사뭇 다르게 바라보며 느낀다.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눈높이로 멈추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까지 거친 아이와 푸름이 눈높이를 가만히 되새기면서 이 땅과 이 나라와 이 지구별에 어떤 사랑과 꿈이 흐를 때에 아름다운가 하고 헤아린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며 삶을 배운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사랑을 배운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는 동안 생각을 넓힌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마음을 살찌운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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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느티잎 가을빛 (2013.10.30.)

 


  계룡에서 살아가는 이웃한테 찾아간다. 이 집에 아이 둘 있고, 이 집으로 마실온 다른 이웃 아이 둘이 있다. 아파트에서 네 아이는 어떻게 놀까? 어린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마음껏 뛰지 못하면서 놀아야 하는데, 저마다 얼마나 후련하게 놀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문방구에 들러 그림종이 다섯 장을 장만한다. 아이 있는 집이라면 으레 크레파스 있으리라 여겼고, 크레파스를 마루에 펼친 뒤 내가 먼저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은 서로 종이를 하나씩 얻어 꼬물꼬물 스스로 나타내고픈 이야기를 종이에 담는다. 아파트 이웃집이지만, 이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느티잎이 길가에 수북하게 떨어졌다. 가을빛 곱게 입은 느티잎을 떠올리며 조그마한 잎사귀 하나에 얼마나 너른 우주와 넋이 깃들었을까 돌아본다. 가을 느티잎이 별비를 맞는 그림은 다른 이웃집에 선물로 주고, 둥그런 가을잎이 햇살처럼 환하게 가을빛 퍼뜨리는 그림은 계룡 이웃집에 선물로 남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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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나뭇잎과 글줄 (2013.10.27.)

 


  로봇을 그리는 큰아이 곁에 엎드려서 풀잎을 그리고 꽃잎을 그린다. 흰종이에 부러 흰꽃을 그려 본다. 흰종이에 그린 흰꽃을 알아볼 사람은 알아볼 테지. 오늘은 좀 다르게 그리고 싶어, 마당에 있는 후박나무 말고 시골길 한참 거닐며 만난 가을날 붉나무를 그린다. 붉나무 잎이 모두 다른 붉은 빛깔이기에 가지도 잎도 다른 빛으로 그려 본다. 제비꽃을 그리는데 풀잎을 잘못 그렸다. 다음에 다시 잘 그리자고 생각하며 커다랗게 나뭇잎 테두리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그릴까 하다가, 글로 줄을 이어 본다. 글줄이랄까 글띠랄까. 빙글빙글 돌며 글을 하나씩 쓴다. 큰아이가 한글 즐겁게 익혀 나중에 하나씩 읽어 보기를 바라며 글띠를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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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30 07:12   좋아요 0 | URL
이 그림도 새롭고 또 참 좋네요!
붉나무도 흰꽃도 보라제비꽃도 까마중(?)도
색색으로 쓰신 글띠도 다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0-31 09:54   좋아요 0 | URL
아, 까마중과 까마중꽃도 있어요~~
appletreeje 님도 그림놀이 함께 즐겨요~

oren 2013-10-31 10:34   좋아요 0 | URL
이맘때 산자락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가 '붉나무'더라구요.

'가을색'으로 칠한 붉나무 그림도 아름답고, 알록달록하게 뿌려놓은 글씨들도 여러 색깔로 물든 풀포기처럼 느껴지네요.

숲노래 2013-11-01 05:55   좋아요 0 | URL
붉나무한테서는 어떤 열매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열매나 꽃이 어떠하든
붉나무는 그 붉은 잎사귀만으로도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시골살이 일기 29] 철 따라 다르다
― 가을길 걷기

 


  시골마을은 철 따라 다릅니다. 도시도 철 따라 다르다 여길 수 있지만, 도시에서는 온도만 다르지, 철 따라 다른 모습은 하나도 없습니다. 풀과 나무가 자랄 빈틈 거의 모두 없애고 높직하게 시멘트집 짓는 도시에서는 봄과 가을이 어떻게 다르고 여름과 겨울이 얼마나 다른가를 눈과 귀와 살갗과 마음으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시골마을은 온통 시멘트밭입니다. 논둑과 밭둑도 시멘트요, 마당과 고샅도 시멘트입니다. 논도랑마저 시멘트예요. 시멘트로 닦는 시골길은 경운기와 짐차가 다니기에 좋습니다. 시멘트로 닦은 시골길은 아이들이 놀기에 나쁘고, 어른들이 걸어 마실 다니기에 나쁩니다.


  너무 마땅한데, 시멘트바닥과 아스팔트바닥에는 씨앗을 못 심습니다. 나무와 풀은 시멘트땅과 아스팔트땅에서 못 자랍니다. 자동차와 기계 다루기에는 좋다지만, 시골이라는 곳은 흙땅에 씨앗 심어 일구는 곳인 만큼, 자동차와 기계한테만 땅을 내주면 시골이 시골다움을 잃습니다.


  도화면 동백마을에서 두원면 두곡마을 이웃집으로 마실을 가는 길에, 읍내에서 군내버스를 내려 걷습니다. 사오십 분이면 넉넉히 걸어갈 길이지만 더 천천히 걸어 한 시간 삼십 분 들여 걷습니다. 걷다가 일부러 걸음을 멈춥니다. 걷다가 한참 기지개를 켜며 숲바람 마십니다. 수덕마을 지나 두곡마을로 접어드는 갈래길부터 자동차가 거의 없습니다. 이 길자락을 삼십 분 걷는 동안 군내버스 두 차례 지나가고 다른 자동차 넉 대 지나갑니다. 자동차 오가지 않는 동안 오롯이 풀내음 맡고 풀노래 듣습니다. 가을빛 내려앉은 들길을 누립니다.


  가을빛은 풀과 나무가 알려줍니다. 가을내음은 풀과 나무에서 흐릅니다. 숲이 있을 때에 철을 느낍니다. 숲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달라지는 빛과 내음을 나누어 줍니다. 가을에 곡식과 열매를 거두어 배부르게 나누지요. 봄에 씨앗을 심으며 부푼 꿈을 꾸지요. 도시사람도 시골사람도 가을길 함께 천천히 거닐며 흙과 숲과 하늘과 바람을 마음 깊이 받아안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0.2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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