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살아가는 하루


 
  아이들은 하루 내내 어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이러다가도 저희한테 아주 재미나다 싶은 무언가 있으면 어버이 뒤는 그만 따라다니고는, 재미나다 싶은 것에 폭 사로잡힌다. 이를테면 나뭇가지가, 흙이, 풀꽃이, 멧새가 아이들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빗물이나 눈송이도 아이들한테 재미난 놀잇감이나 놀이동무가 된다. 한참 어버이 꽁무니 좇던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눈빛 밝혀 새롭게 배우거나 즐기거나 누릴 것이 있으면 곧바로 따라간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 느끼고 겪으면서 무럭무럭 크고 싶으니까.


  어버이는 하루 내내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이것저것 돌보고 이래저래 먹이며 이렁저렁 씻기고 입히느라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붙는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본다. 아이들이 뒹구는 자리를 제대로 쓸고닦았는지 살핀다. 아이들 코는 막히지 않았나 들여다보기도 하고, 한동안 물을 안 마셨으면 물을 마시라고 부른다.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버이는 새삼스레 아이 눈높이가 되어 보금자리와 마을과 온누리를 사뭇 다르게 바라보며 느낀다.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눈높이로 멈추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까지 거친 아이와 푸름이 눈높이를 가만히 되새기면서 이 땅과 이 나라와 이 지구별에 어떤 사랑과 꿈이 흐를 때에 아름다운가 하고 헤아린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며 삶을 배운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사랑을 배운다. 아이들은 어버이 뒤를 따라다니는 동안 생각을 넓힌다. 어버이는 아이들 뒤를 따라붙으며 마음을 살찌운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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