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새길 (2021.12.20.)

― 순천 〈형설서점〉



  어떤 분은 “나방(나비)한테는 의지도 의도도 없다”고 말을 합니다. 오직 사람한테만 ‘뜻(의지·의도)’이 있다고 여기는 분이 뜻밖에 참 많습니다. 풀벌레나 모기한테 뜻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모든 숨결한테는 뜻이 있되, 오히려 사람이 스스로 자꾸 뜻을 잃고 길을 헤맵니다. 뜻이 있기에 허울에 속지 않고, 치레를 안 합니다. 뜻이 없기에 허울을 씌우고 치레를 하고 말아요.


  아직 철들지 않아 삶을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나비(나방)는 어떻게 스스로 뜻을 품으면서 깨어났는가?’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비로소 철들어 삶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나비(나방)는 눈코귀 없이 잎갉이만 할 수 있는 토실토실한 애벌레 몸을 스스로 끝내기로 하면서, 제 몸에서 실을 뽑아내어 고치를 틀어, 보름에 걸쳐 깊이 잠드는 꿈나라로 나아가고, 이동안 오롯이 꿈·뜻을 하나로 품고 짓고 그려서 바라보기에, 마침내 애벌레란 몸을 사랑으로 따뜻하게 녹여서, 이제부터 눈코귀 있고 더듬이에 날개까지 있는, 새길로 나아가는 새빛을 스스로 일군 삶뜻(의지·의도)이 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쪽에 서건 저쪽에 서건 그쪽에 서건, ‘주의자(이즘·사상)’가 되면 ‘나만 옳고 맞으니, 너는 틀리고 나빠서, 넌 손가락질(욕설·비난)을 받아야 하고, 나한테는 손가락질을 하면 안 돼!’ 같은 마음에 사로잡힙니다. 오늘날 ‘뉴스’란 이름이 붙어서 나오는 모든 부스러기(정보)는 ‘새것(news)’이 아닌 ‘사람들을 낡은틀에 가두어 길들이는 허깨비’라고 느껴요. ‘뉴스를 보면 볼수록 속으로 불길(화)을 쌓도록 북돋아서, 사람들 스스로 삶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도록 넌지시 꾀어낸다’고 할까요? 우리는 ‘새것이 아니면서 새것인 척하는 뉴스’는 몽땅 걷어치우고서, 스스로 우리 삶을 사랑으로 짓는 길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그들이건 저들이건 ‘하는 짓만 다를 뿐’ 다 한통속이에요. 우리 뜻과 길을 봐야지요.


  순천 〈형설서점〉으로 찾아갑니다. 작은아이하고 책집마실을 합니다. 저는 골마루를 거닐며 책을 살피고, 작은아이는 너른터를 달리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새로 들어오고 나가는 책이 끝없기에 어느 책집이건 책시렁을 찬찬히 다스리기란 만만찮습니다. 모든 책집은 쉬잖고 빛나고 물결치는 바다라 할 만합니다. 책손은 이따금 책바다에 마실을 하면서 가볍게 바람빛에 바다빛을 머금고서 숨을 돌려요.


  오늘 보는 책은 오늘 배우는 새길입니다. 오늘 만지는 책은 오늘부터 틈틈이 새삼스레 들추면서 삶을 되새기는 길동무입니다. 오늘 장만한 책은 오늘까지 걸어온 길을 살포시 내려놓고서 꿈으로 나아가려는 디딤돌입니다.


ㅅㄴㄹ


《周時經傳》(김세한, 정음사, 1974.9.30.)

《의문·해설 한글강좌》(정인승, 신구문화사, 1960.7.1.고침)

《우편번호부》(체성회 엮음, 체신부, 1971.3.1.)

《솔직히 말하자》(김남주, 풀빛, 1989.1.25.)

《마음의 양식 제1·2·3집》(전윤수 엮음, 국방부, 1983.7.)

《情熱의 詩人과 貴婦人》(빠이론/김소영 옮김, 성화문화사, 1958.12.20.)

《무릎 의자》(김동억 글·김천정 그림, 아침마중, 2017.7.1.)

《아 白頭山》(진태하, 교보문고, 1986.2.15.)

《고흥 주교 2호》(임영천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86.7.14.)

《고흥 주교 4호》(김봉배·박형래·임규상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0.7.7.)

《고흥 주교 5호》(김봉배·임규상·정종철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1.7.7.)

《고흥 주교 6호》(임규상·박형래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2.7.13.)

《기독교 교리 예화강해》(W.헛셀포드/박천일 옮김, 크리스찬비젼하우스, 1980.10.15.)

《교회일군 훈련특강》(W.헛셀포드/박천일 옮김, 크리스찬비젼하우스, 1980.10.15.)

《4月革命紀念詩全集》(신경림 엮음, 학민사, 1983.5.15.)

《글쓰기, 이 좋은 공부》(이오덕, 지식산업사, 1986./1990.5.25.3벌)

《강강술래》(최덕원, 전남매일출판국, 1978.5.25.)

《미니건강문고 134 충치예방과 불소》(최유진, 종근당, 1987.5.30.)

《미니건강문고 170 여드름의 예방과 치료》(김중환, 종근당, 1991.6.25.)

《국정 교과서를 따른 漢字한글 펜글씨 공부, 중Ⅲ학년》(김중각, 성문사, 1965.2.20.)

《한국의 하늘》(조지훈, 자유문학사, 1987.10.5.)

《어둠散考》(전재수, 신라출판사, 1976.3.20.)

《빠알간 피이터》(추송웅, 기린원, 1981.4.25.두벌)

《주일학교 교사의 벗 167호》(임승원 엮음, 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80.5.1.)

《주일학교 교사의 벗 191호》(임승원 엮음, 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82.7.1.)

《ヒルテイ叢書 第一篇 我ら何をなすべきか》(ヒルテイ/山田幸三郞 옮김, 向山堂書房, 1936.10.30.)

《빛깔있는 책들 16 전통 상례》(임재해 글, 김수남 사진, 대원사, 1990.8.30.)

《빛깔있는 책들 59 미륵불》(김삼룡 글, 송봉화 사진, 대원사, 1991.2.25.)

《빛깔있는 책들 136 만다라》(홍윤식 글, 홍윤식·윤열수 사진, 대원사, 1992.12.15.)

《빛깔있는 책들 136 석등》(정명호 글, 정명호·안장헌 사진, 대원사, 1992.12.15.)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숲노래 밑틀, 최종규 글, 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2017.7.12.)

《인도의 옛이야기》(촤우다리 엮음/하숙희 옮김, 범우사,1988.9.20.)

《베트남 설날 장대 이야기》(쩐 꾸옥 글·응웬 빅 그림/이구용 옮김, 정인출판사,

《빌라도의 報告書》(도날드 N.리드만/구영재 옮김, 미래문화사, 1977.10.15.2벌)

《문법》(삐에르 기로/송정희·한장수 옮김, 탐구당, 1988.7.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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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누가 가난한가 (2023.4.23.)

― 서울 〈옛따책방〉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가멸찬 사람이 있습니다. 때리는 사람이 있다면, 맞는 사람이 있어요. 높다란 자리가 있다면, 나즈막한 자리가 있지요.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나쁜 일자리가 있겠지요. 서울이 있으면 시골이 있을 텐데, ‘숲’이 있으면 곁에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새’가 있으면 둘레에 무엇이 있나요? ‘나비’가 있으면 가까이 무엇이 있는가요?


  저는 열아홉 살에 제금을 난 뒤부터 바람이(선풍기)가 없는 살림을 보냈습니다. 바람이는 없되 부채는 건사했고, 미닫이나 가로닫이를 열고서 햇빛·별빛을 머금은 바람을 쐬는 보금자리를 누렸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 돌볼 적에 여름밤에 아이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으면 밤새 쉬잖고 가벼이 부채질을 했습니다.


  아이를 안고 등짐을 짊어지고서 걸을 적에도 한 손에는 부채를 쥐고서 아이한테 부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이건 서울이건 나무 곁을 걷거나, 나무 둘레에서 지낸다면, 부채가 없어도 시원해요. 나무랑 부채는 짙푸른 살림길입니다.


  찬바람이 서늘한 쇳더미(지하철)를 갈아타고서 〈옛따책방〉으로 갑니다. 우리는 왜 바람이(에어컨)를 써야 할까요? 부채를 쓰면 될 뿐 아니라, 들바람이며 숲바람을 맞아들이는 곳에서 일하거나 살아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최종규 씨네가 가난하니까 에어컨을 안 쓰겠지. 왜 다른 사람들더러 에어컨을 쓰지 말라고 하시오?” 하고 따집니다. 빙그레 웃고서 “바람이를 쓰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왜 나무를 집과 마을에 그득 두르면서 숲바람을 쐬려는 마음을 쓰지 않느냐고 여쭐 뿐이에요.” 하고 대꾸합니다.


  부채를 쥐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다릅니다. 이 쇳덩이(지하철·버스)도 저 쇳더미(자가용)도 거느리지 않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다릅니다. 아기를 수레에 안 앉히고서 등에 업거나 가슴에 안고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달라요. 나무 곁에 서는 사람이 읽는 책이 다르고, 멧새노래랑 밤별을 누리는 사람이 읽는 책도 언제나 다르게 마련입니다.


  작게 보면 더없이 작고, 크게 보면 언제나 큽니다. 사랑을 보면 늘 사랑을 심어서 일구고, 사랑을 안 보면 으레 ‘시늉’을 심거나 퍼뜨리더군요.


  언제 보아도 이슬방울 같은 빗방울을 마시면 온몸에 기운이 짜르르 오릅니다. 언제 보아도 눈물방울 같은 빗방울로 온몸을 씻으면 온마음에 새숨이 훅 올라요. 바다방울인 물방울입니다. 눈망울을 담은 꽃망울입니다. 주머니가 가벼워 가난한 사람도 있을 테고, 마음에 숲빛이 없어서 허둥대는 가난벗도 있습니다.


ㅅㄴㄹ


《체벌 거부 선언》(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5.5.)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스마/박형준 옮김, 마농지, 2020.4.30.첫/2020.7.15.2벌)

《나비》(띳싸니/소대여 옮김, 안녕, 2021.11.15.)

《19672003 구본주를 기억함》(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안녕, 2022.11.1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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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마실꽃

2023.6.18.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고흥 가는 버스는

텅텅 비어 누워 다녀야 하는데

요 몇 달 사이는

빈자리가 없다.


열 몇 해 텅빈버스를 탔으나

요새는 나그네(여행객)가

허벌나게 늘었다.


고흥에까지 놀러가는 발길이

늘었으니... 오래 살고 볼 일일까.


#내가안쓰는말 #여자 #남자


지난 4월에 쓴 #노래꽃 을

크게 고쳐쓰고서

#돌이순이 짝을 맞추어 본다.

돌이는 바보스러움을

바탕으로 품은 몸이 맞더라도

다르게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보란 아직 알지 않는 사람이되

눈뜨메 알아갈 길을

곁(순이)에서 부드러이 일까우면

차돌처럼 야무지게 깨어나서

사랑을 짓는 몸인 사람이다.


바보라는 이름은 안 나쁘다.

얽힌 다른 우리말이

바람 바다 바탕 밭 밖 ..인걸.


#우리말어원 을 제대로 읽으면

#나쁜말 #좋은말 이란 없이

#삶을그리는말 만 있는 줄

알아보고서 눈을 번쩍 뜨게 마련이다.


이제 #고속버스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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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마실꽃

2023.6.11.


#고흥으로 돌아가는 날.


조금 일찍 가려고 했는데

전철 하나 놓치고

나들목에서 가볍게 헤매며

12시 버스는 놓치고

13시 30분 버스 기다린다.


#사전지음이 는 노상 기다린다.

뜻풀이도 새말도 말밑도 보기글도

다 기다린다.

스스로 여미도록 눈뜨는 날을

가만히 그리며 기다린다.


#유럽최후의대국 #우크라이나의역사

#아이들은나무처럼자란다 #비온후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다가

하품을 하다가

졸다가

손낯을 씻다가

노래를 듣다가

글을 쓰다가

세모김밥을 사다가

#길꽃 한 송이 없이 사람밭인 부산은

어떤 곳인지 돌아본다.


집에 가서 들을

개구리노래 멧새노래를

눈감고서 그린다.


다음달 7.16.일요일

이날에 "부산책마실 함께하기" 모임을

할까 하고 생각한다.

토요일이나 월요일에는

"우리말 어원 수다" 모임을

슬쩍 할 수 있겠지.


버스에 타면

바로 꿈나라로 가야겠다.

#사람노래 #유미리

#내가안쓰는말 #판단


#두다리로쓰는글

"두 다리로 쓰는 글을

새로 쓸 책이름으로 삼으면

어울리려나 헤아려 본다.

#숲노래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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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마실꽃
2023.6.16.

이튿날 나서려던 길을
오늘 갑자기 바꾼다.
읍내 가서 표를 물리는데
수수료가 있다고 하네.
왜?

시골표는 비싸니 수수료도 비싸다.
손전화로 끊고 바꾸면 수수료 없는데.

아무튼
금요일 서울 가는 고흥은
빈자리 없어서
광주로 나와서 갈아탄다.

서울 가는 광주길도 빼곡하다.
서울을 벗어나려는 나그네 못잖게
서울로 일하러 가는 사람도
또는 놀러가는 사람도
많다는 뜻일 테지.

돌림앓이라며 버스길이 확 줄며
여러모로 벅찬데
그동안 줄거나 사라진 버스길이
다시 늘지 않으니
요새 버스표 끊기는 쉽지 않다.

#숲노래 #우리말꽃
#숲노래우리말꽃

6.16. 19시. 인천 배다리 아벨시다락방
6.17. 15시 서울 강서 악어책방
이틀 이야기꽃을 펴는 사이에
어느 #마을책집 에 들를 수 있을까.

용인 다녀오기는 힘들 테고,
아무튼 잘 걸어 보자.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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