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2.9. 특산품
시골에서 버스를 타든 서울에서 버스에 전철을 타든, 할배할매는 으레 밀치면서 앞으로 끼어든다. 이때에 할배할매한테 “줄서서 탑시다” 하고 말하는 사람을 아직 못 본다. 할배할매는 어떻게 타고내려야 하는가를 듣지도 배우지도 못 하는 얼거리이다.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는 말을 듣거나 배울까? 한때는 말을 듣거나 배웠되, 갈수록 말을 들어볼 일이 줄고 가르치는 어른도 사라지지 싶다. 목소리를 내는 길은 배우기도 하고 늘기도 하는데, 삼가거나 고쳐야 할 대목은 누가 들려주거나 어디에서 어떻게 배우는 나라일까?
틀(법)에 어긋나지 않기에 옳거나 바르지 않다. 틀을 맞추니까 바르거나 옳지 않다. 착하고 참하며 곱게 사랑일 적에 비로소 빛나는 사람다이 철든 밝은 삶이다.
오늘도 또 끼어드는 할배한테 “줄 좀 서서 탑시다. 어르신.” 하고 말한다. “공공장소에서는 소리 끄고 이어폰 씁시다.” 하고 따박따박 말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드문데, 귀찮기도 하고 앙갚음을 할 수도 있기에 모르는 척하기 일쑤이다. 더욱이 사납빼기나 힘깨나 쓴다고 여기는 이와 무리가 마구 군다. 옛말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했다. 끌려내려올 놈팡이가 성내거나 거들먹대는 판이다. 그들은 여태 꾸지람을 못 듣기도 했을 테지만, 꾸짖을 만한 어른이나 스승이나 길잡이를 일찌감치 쳐내거나 없애면서 돈과 이름과 힘과 벼슬에 입(언론)까지 틀어쥐며 콧대가 높다.
안 웃기는 말인데, “시골 특산품은 텃힘”이지 않을까? 여기에 “돌라먹기”이지 싶다. “서울 특산품은 뻔뻔”에다가 “모르쇠+모지리”일 수 있다. 시골 할배할매는 텃힘을 부리며 새치기가 그들 삶이다. 서울내기는 들숲바다를 잊고 안 배우느라 살림을 모르기에 뻔뻔징어라 할 만하다. 둘 사이에서 아이들은 무얼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철들며 늘 스스로 새로 배우는 하루를 지으려는 사람으로 거듭나면서 시골서울 온곳에 사랑씨를 심는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