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태도 2023.6.16.



내 차림새가 나쁘다지만

차림새가 좋아도 싫잖아?

내 매무새가 거북하다면

매무새가 고우면 반갑니?


옷을 가리는 눈길이라면

속을 들여다보지 않더라

겉을 따지는 몸짓이라면

마음을 바라보지 않더군


허울좋은 글씨 말씨에

홀랑 사로잡히네

겉발림 솜씨 마음씨에

쉽게 홀려버리고


졸리면 하품을 해

힘들면 일찍 쉬자

꾸미거나 감추지 말고

하루를 사랑으로 살자


ㅅㄴㄹ


마음을 곱게 다스리기에 ‘마음씨’라 하고, 몸을 곱게 다스리기에 ‘몸씨’라 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는 ‘마음새’라 하니, 몸을 어떻게 쓰느냐는 ‘몸새’라 할 만한데, 이보다는 ‘몸놀림·몸빛·몸차림’으로 나타냅니다. 한자말 ‘태도(態度)’는 “1. 몸의 동작이나 몸을 거두는 모양새 2. 어떤 사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자세”를 가리킨다고 해요. ‘모양새(模樣-)’는 “겉으로 보이는 모양의 상태”를 가리키고, ‘자세(姿勢)’는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을 가리킵니다. 뜻을 곰곰이 살피면 ‘태도’나 ‘자세’는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가리켜요. 이는 ‘몸짓’입니다. ‘몸놀림·몸그림·매무새’로 손보거나 ‘모습·몰골·꼴·꼬라지’라는 낱말로 손질할 만합니다. ‘버릇·-살이·삶·결·빛’이나 ‘손짓·아웅·움직이다·일삼다’나 ‘짓·-질·척·체’로 손질하고, ‘틈·품·티’나 ‘숨·숨결·숨길·씨’로도 손질합니다. 몸을 쓸 적에는 ‘보이’지요. 몸으로 ‘하(하다)’고, 이리저리 ‘굴(굴다)’어요. 몸을 쓰기에 여러모로 ‘나타나’거나 ‘나타내’는데, 가만히 ‘드러나’거나 ‘드러내’기도 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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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친일 2023.6.26.



나를 나로 바라보면

나무를 품고 살피며

나비처럼 날고 놀며

나부터 빛나는 사랑


나를 등지고 잊으면

나무도 풀꽃도 밟고

풀벌레 새 멀리하고

빛잃고 빚지는 굴레


나도 너도 오롯이 사람

사람도 새도 함께 숨결

돌과 바람도 빛 흐르니

다 다른 삶으로 만나지


마음을 가꿔 어깨동무에

생각을 밝혀 스스로서기

벼슬을 벼르니 넋나가고

감투에 갇히니 허수아비


ㅅㄴㄹ


가까이 지낸다고 할 적에 한자 ‘친(親)-’을 붙이곤 합니다. ‘친구·친척·친밀’처럼 써요. 그러나 나라이름을 딴 ‘친북·친미·친중·친러’처럼 쓸 적에는 그리 반갑거나 올바르다고 안 여기는 마음이 흐릅니다. 무엇보다 ‘친일’이라 하면 사납거나 나쁘다는 뜻까지 흘러요. 낱말뜻을 보면, ‘친일(親日)’은 “1. 일본과 친하게 지냄 2. 일제 강점기에, 일제와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약탈 정책을 지지·옹호하여 추종함”을 가리킵니다.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나 새를 바라보는 ‘새바라기’는 해하고 새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이웃나라를 사랑한다면 ‘일본바라기’나 ‘일본사랑’이라 할 만합니다. 이와 달리, 총칼이나 돈이나 이름을 앞세운 힘바치한테 들러붙어서 숱한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짓밟거나 죽이는 끔찍한 짓에 나설 적에는 따로 “일본에 붙다”로 갈라서 나타내야 할 테지요. 이때에는 ‘일본따라지·일본허수아비’요, ‘일본노리개·일본앞잡이’입니다. 수수하고 착한 이웃나라를 도울 적에는 “일본을 돕다·일본을 거들다”예요. 오직 사랑일 적에 어깨동무하면서 돕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 노리개짓이나 허수아비로 굴면 사랑이 없어요. 앞잡이로 나서면 스스로 갉고 깎는 수렁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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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창조 2023.6.26.



솜씨로만 뚝딱거리면

함께 즐거운 길이 아냐

재주로만 밀어붙이면

같이 웃는 살림이 아냐


히죽대는 몸짓으로는

이웃을 괴롭히고 너부터 갉아

우쭐대는 어깻짓이니

동무를 따돌리고 나부터 낡아


파란바람 품는 손으로

파란바다 안는 몸으로

파란마음 그린 눈으로

밝게 열기에 새로짓지


새랑 노래하니 새롭다

풀을 돌보기에 푸르다

생각이란 새로 가는 길

이룸이란 사랑 펴는 삶


ㅅㄴㄹ


이제까지 없었기에 처음으로 선보입습니다. 아직 없기에 비로소 일구어요. 누구도 보거나 듣거나 알지 않던 길을 새롭게 열고 펴고 나아갑니다. 한자말 ‘창조(創造)’는 “1.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 2. 신(神)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듦 3. 새로운 성과나 업적, 가치 따위를 이룩함”을 뜻한다지요. 그런데 ‘만들다’는 똑같이 찍어내듯 이루는 몸짓을 나타내요. 틀로 찍는 결이 아닌, 사람마다 다 다른 손길과 솜씨와 마음으로 선보이거나 일굴 적에는 ‘짓다’나 ‘빚다’ 같은 낱말로 나타내야 알맞습니다. 온누리를 짓고, 새나라를 짓습니다. 이야기를 짓고, 노래를 지어요. 살림을 짓고,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사랑을 짓고, 생각을 짓지요. ‘움직’인다고 할 적에 ‘움’은 ‘움트다·싹트다’하고 맞물리고, ‘직’은 ‘지·짓’하고 얽혀요. 슬프면 눈물을 짓고, 기쁘면 웃음을 지어요. 흙하고 물이 만나도록 손으로 만지기에 새롭게 나타나도록 ‘빚’어요. ‘빈’ 곳에서 ‘빛’이 나도록 이루는 ‘빚다’입니다. 무엇을 해볼까요? 어떤 길을 틔우면서 어떤 싹이 자라도록 북돋울까요? 말을 짓고 이름을 짓습니다. 옷과 밥과 집을 짓습니다. 그릇을 빚고 이야기를 빚으며, 즐거이 어울릴 오늘 하루를 빚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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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4 애정 2023.6.30.



땅바닥에 손을 얹으니

따뜻이 올라오는 흙기운

풀밭을 맨발로 걸으니

푸근히 퍼져가는 푸른빛


차분히 바라보는 동안에

환하게 차오르는 눈망울

차곡차곡 해보는 사이에

반짝이며 드리우는 별빛


들꽃을 살리는 해바람

나무를 살찌우는 빗물

숲에서 살아나는 숨결

새랑 노래하는 사람들


사랑은

새롭게 살리는 꽃씨이고

서로 생각하는 마음씨에

소근소근 샘솟는 말씨앗


ㅅㄴㄹ


한자말 ‘애정(愛情)’은 “1. 사랑하는 마음 2. 이성(異性)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고 하는데, 누가 그리울 적에는 ‘그립다·그리움’이라 하면 되어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을 말할 적에는 ‘사랑’이라 하면 됩니다. 따사롭거나 포근하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아름답게 사는(삶을 이루거나 짓거나 누리는) 숨결로 나아갈 적에 누구나 스스로 빛나기에 ‘사랑’입니다. 그래서 “1. 어떤 사람·넋·숨결·마음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다. 2. 어떤 것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거나 다루면서 즐기다. 3. 서로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마음을 쓰면서 지내다. 4. 다른 사람을 돕거나 따뜻하게 마주하다. 5. 고우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아기·짐승·숨결을 일컫는 말.”을 뜻합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서로서로 ‘사이’를 곱고 포근하게 돌보면서 ‘살림’을 짓고 ‘사는(살아가는)’ 사이에 ‘사랑’을 합니다. 사근사근 말할 줄 알고, 살며시 다가올 줄 알고, 상냥하게 마주할 줄 알고, 새롭게 노래할 줄 아는 마음이 하나로 피어나기에 ‘사랑’이에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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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1 만렙(만랩) 2023.6.24.



걷기 힘들다면 멈추자

다릿심 없으니 쉬면서

해보기 별보기 비보기

처천히 마음을 채운다


하기 어렵다면 마치자

솜씨나 재주 없어도 돼

느긋이 가만히 하나씩

오늘을 누리면서 산다


가득해도 좋을 테지만

반드시 해내려면 벅차

끝까지 안 달려도 좋아

우리가 함께이니 기뻐


높이 솟아도 봉우리에

낮게 퍼져도 오름이야

크게 피어도 봉오리에

작게 맺어도 꽃송이야


ㅅㄴㄹ


‘만랩’으로 적기도 하는 ‘만렙(滿level)’은 “누리놀이(온라인게임)에서 다루는 살림(캐릭터)이 가장 높이 차지하는 자리”를 나타낸다지요. ‘첫째’이거나 ‘으뜸’이라는 뜻입니다. ‘높다’거나 ‘크다’고 할 테고, ‘우두머리’이거나 ‘꼭두·꼭두머리’라는 뜻이에요. ‘맨앞’이나 ‘앞자리’라고도 할 텐데, 오랜 우리말로 ‘꽃등’이나 ‘머드러기’라고 여길 만합니다. 가만히 보면, 누구보다 앞서거나 우뚝우뚝하다면, 둘레에 있는 사람들은 저만큼 낮거나 작거나 못나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잘 하는 솜씨는 안 나쁩니다. 때로는 잘 해낼 수 있고, 때로는 못 해내거나 넘어질 수 있어요. 즐겁게 해보면서 겨루되, 높낮이로 섣불리 가른다거나 반드시 남을 딛거나 밟고 혼자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은 살살 달래거나 녹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이란, 너나없이 함께하기에 즐거우면서 빛나요. 사랑이란, 뽐내거나 자랑하려는 마음이 아닌,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발짝씩 웃고 노래하면서 나아가는 길에서 싹틉니다. 다그치면서 해내려고 하면 서로 다쳐요. 다독이고 토닥이는 손길과 숨결로 새롭게 마주해 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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