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90 자연 2023.7.14.



낳은 어버이는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려

태어난 아이는

천천히 일어나며 뛰놀아


나무마다 새가 깃들고

풀줄기마다 애벌레 살고

흙을 품은 뿌리 곁에

굼벵이 개미 지렁이 살아


비는 촉촉히 적시고 씻지

바람은 시원히 불고 덮어

해는 따뜻이 드리워 감싸

별은 새롭게 보듬어 재워


사람은

뭇숨결 사이에서 생각해

서로 살리는 사랑은 뭘까?

오늘은 무엇을 노래할까?


ㅅㄴㄹ


‘자연(自然)’은 “1.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2.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따위의 존재. 또는 그것들이 이루는 지리적·지질적 환경 3.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을 가리킨다지요. 사람 손길이 닿지 않고서 스스로 빛나는 숨결이란, ‘들’이고 ‘숲’입니다. ‘바람’이고 ‘바다’입니다. ‘푸르다’라는 낱말로도 이러한 숨결을 그릴 만합니다. ‘날·날씨’나 ‘들빛·숲빛·바람빛·푸른빛’이라는 낱말로도, 사람을 둘러싼 너른 숨결을 나타낼 만해요. 푸르고 맑고 곱게 피어나는 숨결이기에 스스로 자라나면서 빛나요. 둘레를 봐요. 스스로 푸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살림하면서 하루를 그리면, 누구나 들빛이고 숲빛입니다. 스스로 맑게 헤아리고 만나고 나누면서 삶을 펴면, 언제나 바람빛이고 바다빛이자 푸른길입니다. 씨앗 한 톨도 숲입니다. 들꽃 한 송이도 숲입니다. 빗방울도 이슬도 숲입니다. 저마다 푸르게 어우러지면서 말갛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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