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괜찮다(공연찮다) 2023.7.24.



‘나쁘지 않다’면

‘좋다’기보다는 ‘좀 나쁘다’야

‘좋지 않다’면

‘나쁘다’기보다는 ‘조금만 좋다’야


걱정하지 않기보다는

오늘 걸을 길을 본다

근심씻기 안 나쁘지만

같이 지을 꿈을 본다


그럭저럭 해도 안 나쁘겠지

썩 볼 만할 수 있겠지

그런데

네 마음은 어디에 있니?


내가 하려는 뜻을 돌아본다

네가 가는 까닭을 곱씹는다

서로 만나는 일을 생각한다

즐겁게 빚을 이야기 그린다


ㅅㄴㄹ


흔히 쓰는 ‘괜찮다’는 ‘공연하지 않다’를 줄인 말씨입니다. ‘공연하다(空然-)’는 “아무 까닭이나 실속이 없다”를 뜻합니다. ‘괜찮다·공연찮다·공연하지 않다’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나 “그럭저럭 걱정할 일이 없다”를 가리킨다고 하겠습니다. 곰곰이 보면, 나쁘지 않으니 “나쁘지 않다”일 테고, 이는 “썩 좋다고 하기 어렵다”를 나타내는 셈입니다. 마음을 담는 말인데, ‘괜찮다’는 여러모로 돌리는 결입니다. 마음에 안 들지만, 마음에 안 든다는 티를 덜 내면서 “나쁘지는 않아” 하고 가볍게 손사래를 치고 싶은 결입니다. 그럭저럭 할 만한 일이란, 그다지 안 하고 싶지만, 해도 아주 나쁘지는 않으니까, 좀 참거나 견디면서 한다는 뜻입니다. 썩 할 만하지 않을 적에 억지로 참으면 오히려 덧나기 쉽습니다. “썩 할 만한” 일이 아닌, “할 만한” 일을 찾아야겠지요. 바로바로 드러내기가 수월하지 않은 자리라서 자꾸자꾸 참다 보면 차츰차츰 고단하고 지칩니다. 마음을 느긋이 두면서 즐겁게 나아갈 길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마음을 환하게 밝히면서 기쁘게 할 일을 품어야지 싶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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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159 향기 2023.9.28.



들깨밭에는 들깨내음

딸기밭에는 딸기내음

능금밭에는 능금내음

시금치밭은 시금치내


가을들을 가로질러 가면

갓 지은 가마솥밥 냄새

달개비꽃 곁에 앉으면

파랗게 하늘내 바람내


아기는 부드러이 젖내

어린이는 노느라 땀내

어른은 일하며 웃음내

우리는 함께 향긋하게


여름은 잎내음으로 푸르다

겨울은 눈냄새로 새하얗다

봄은 꽃내 물씬 말갛다

가을은 들빛으로 푸근하다


ㅅㄴㄹ


맡기에 부드러우면서 즐겁게 퍼지는 기운을 우리말로 ‘향긋하다’라 하고, 한자말로는 ‘향(香)·향기(香氣)’라 합니다. 코로 맡으면서 느끼는 기운은 ‘내·내음·냄새’라 하고요. 꽃은 ‘꽃내·꽃내음·꽃냄새’요, 잎은 ‘잎내·잎내음·잎냄새’입니다. 모든 것과 곳에는 저마다 그곳에서 스스로 살아온 나날이 있어요. 이러한 기운을 코로 맡는데, 다 다르기에 다 다르게 나는(나오는) 빛인 ‘내·내음·냄새’예요. 그런데 사람은 모두 다르니, 누구는 이 냄새가 마음에 들고, 누구는 이 내음을 마음에 안 들어하지요. 마음에 들면 ‘좋은내’일 테고, 마음에 안 들면 ‘나쁜내’라 여기는데, 내가 반기더라도 둘레에서 꺼릴 수 있어요. 둘레에서 즐기더라도 나는 싫거나 괴로울 수 있어요. 바람을 품어 바람내음이 일어납니다. 해를 받아들여 햇내가 일어납니다. 비오는 날에는 비냄새가 퍼져요. 풀꽃나무를 비롯해서, 흙에도 모래에도 돌에도 다 다르게 내음이 퍼집니다. 들에는 들내음이, 숲에는 숲내음이, 바다에는 바다내음이 있어요. 우리는 서로 어떤 마음빛과 몸빛으로 마주할 적에 아름다울는지 생각해 봅니다. 참하고 곱고 착한 사람내는 무엇일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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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어색 2023.7.21.



처음이라 낯설구나

여태 본 적 없으니

서두르지 않으면서

이제 하나씩 본다


첫걸음은 새롭구나

아직 간 적 없으니

다그치지 않으면서

오늘 한 발 뗀다


첫선이라 쑥스럽지

그동안 기다렸으니

낯이 간지럽지만

살짝 말을 건넨다


첫술에 배가 부를까

띄엄띄엄 더듬더듬

서툰 솜씨라 해도

천천히 다가간다


ㅅㄴㄹ


반갑거나 어울릴 수 있지만, 안 반갑거나 안 어울릴 수 있어요. 어느 곳에 꼭 들어가는구나 싶으니 ‘맞다’라 하고, 꼭 들어가는구나 싶지 않으니 “안 맞다”라고 합니다. 한자말 ‘어색하다(語塞-)’는 반갑지 않거나 안 맞는구나 싶을 적에 써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이니, ‘엉뚱하다’거나 ‘낯설다’고 여기는 결입니다. 뭔가 ‘부끄럽다’거나 ‘벌겋다’고 느끼는 결이에요. 아직 잘 하기가 어렵다면 좀 쑥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 대단하지 않은데 둘레에서 추킨다면, 여러모로 낯간지러울 수 있어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도 있지만, 첫걸음이라 서툰 사람이 있어요. 첫술에 배부르겠느냐는 옛말을 되새겨 봅니다. 더듬더듬 서툴거나 어설픈 손길이지만, 더욱 천천히 다가가면서 한 발 두 발 떼어 봐요. 이제부터 하나씩 마주하면서 눈과 손에 익혀요. 오늘부터 차근차근 맞아들이면서 온마음으로 품어요. 좀 모를 수 있고, 틀리는 날도 있어요. 멋쩍지만 살그마니 부는 가벼운 바람처럼 살살 바라보고 찾아가고 다독이면서 잎망울이 부풉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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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위기



아슬아슬하니 걱정스럽니?

아찔아찔해서 근심스러워?

한숨이 나올 만하고

땀방울 맺힐 만한데


하늘을 구르는 구름을 봐

하늘빛 펼치는 바람을 봐

하얗게 노래해 볼까

파랗게 어울려 놀자


넘어야 할 고개 많으면

기꺼이 마주하며 풀어

거쳐야 할 고비 이으면

기쁘게 달래고 여미지


끙끙거리면 앓다가 끓어

억지로 밀면 힘에 부치네

그저 슬슬 쉬면서 해

함께 살살 놀면서 가


ㅅㄴㄹ


애써 하지만 높다란 담벼락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온힘을 다하지만 고개가 높아 벅찰 때가 있어요. 고비가 찾아와서 그만 주저앉을 때가 있고, 막다른 곳에 놓여 갈팡질팡을 하며 어쩔 줄을 모를 때가 있어요. 한자말 ‘위기(危機)’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아슬’하거나 ‘아찔’이라고 풀어낼 만합니다. ‘살얼음’이거나 ‘가시밭’일 수 있고, 손발이나 살이 떨린다고 여길 만하지요. ‘벼랑’에 내몰릴 적에는 걱정이 넘칠 수 있어요. 불구덩으로 굴러떨어질까 근심이 쌓일 수 있고요. 그야말로 “사느냐 죽느냐” 하는 벼락이 떨어지고, 크게 물결치면서 흔들리기도 합니다. 이럴 적마다 가만히 숨을 돌리고서 마음을 추슬러 봐요. 고개야 넘으면 그만이에요. 고비도 기꺼이 맞아들여서 더 천천히 나아가요. 쉽게 풀려도 좋고, 어렵게 하나씩 풀어도 좋습니다. 다 다른 길에서 늘 새롭게 바라보면서 이 삶을 배우는 나날이에요. 비를 뿌려서 온누리를 씻는 구름이 부드러이 하늘을 구르듯 지나가는 모습을 올려다봐요. 하늘빛을 머금으면 조금씩 기운이 솟을 만합니다. 살살 놀면서 느긋이 나아가 봐요. 202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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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 농사 2023.7.21.



봄에 베는 보리이고

여름에 여는 열매에

가을에 갈무리 마쳐

겨울에 겹겹 꿈꾸지


봄이면 봄새랑 일하고

여름이면 바람에 식히고

가을이면 해님을 머금어

겨울이면 눈보라로 재워


새하늬마높에 하늘 읽고

풀꽃나무에 숲을 잇고

논밭살림 조촐히 일구고

해바람비 그득히 있어


말이 씨가 되고

씨앗이 싹이 트고

새싹에 줄기 올라

흙을 짓고 살림 빚지


ㅅㄴㄹ


땅을 갈아서 씨앗을 심는 곳을 논하고 밭이라 이릅니다. 새나 벌레는 땅갈이를 따로 안 하고서 씨앗을 땅에 톡 떨구어요. 사람이 따로 낟알이나 열매를 얻으려고 논밭을 갈고 가꾸고 일구고 짓습니다. 이러한 살림을 ‘논일·밭일’이라 하고, ‘논밭일’이라 하며, ‘흙일’이면서 ‘땅짓기·흙짓기’이고, ‘땅살림·흙살림’에 ‘들살림·들일’이라 합니다. 한자말로는 ‘농사(農事)’로 옮겨요. 수수하게 ‘짓다·짓기’나 ‘가꾸다’라 하고, ‘흙일’이라고도 합니다. 논을 갈거나 가꾸어서 벼를 심고 베어 볍씨를 얻는 길이라면 ‘벼짓기·벼살림’이라 할 만합니다. 철을 헤아려 땅을 돌보는 길입니다. 날하고 때를 살피고, 해랑 바람이랑 비를 고스란히 품으면서 푸른별을 돌아보는 길이에요. 사람도 살고 뭇목숨도 어우러지는 흙빛에 들빛을 사랑하는 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씨앗 한 톨로 밥살림을 북돋우는 길을 빗대어, 우리가 주고받는 말도 ‘말씨(말씨앗)’이라 합니다. 말을 가꾸듯 마음을 가꾸기에 ‘마음씨’라 하지요. 말하고 마음을 가꾸듯 글살림을 보듬는 ‘글씨’예요. 우리는 어떤 씨를 심는 하루인가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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