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81 만렙(만랩) 2023.6.24.
걷기 힘들다면 멈추자
다릿심 없으니 쉬면서
해보기 별보기 비보기
처천히 마음을 채운다
하기 어렵다면 마치자
솜씨나 재주 없어도 돼
느긋이 가만히 하나씩
오늘을 누리면서 산다
가득해도 좋을 테지만
반드시 해내려면 벅차
끝까지 안 달려도 좋아
우리가 함께이니 기뻐
높이 솟아도 봉우리에
낮게 퍼져도 오름이야
크게 피어도 봉오리에
작게 맺어도 꽃송이야
ㅅㄴㄹ
‘만랩’으로 적기도 하는 ‘만렙(滿level)’은 “누리놀이(온라인게임)에서 다루는 살림(캐릭터)이 가장 높이 차지하는 자리”를 나타낸다지요. ‘첫째’이거나 ‘으뜸’이라는 뜻입니다. ‘높다’거나 ‘크다’고 할 테고, ‘우두머리’이거나 ‘꼭두·꼭두머리’라는 뜻이에요. ‘맨앞’이나 ‘앞자리’라고도 할 텐데, 오랜 우리말로 ‘꽃등’이나 ‘머드러기’라고 여길 만합니다. 가만히 보면, 누구보다 앞서거나 우뚝우뚝하다면, 둘레에 있는 사람들은 저만큼 낮거나 작거나 못나다고 여기는 셈입니다. 잘 하는 솜씨는 안 나쁩니다. 때로는 잘 해낼 수 있고, 때로는 못 해내거나 넘어질 수 있어요. 즐겁게 해보면서 겨루되, 높낮이로 섣불리 가른다거나 반드시 남을 딛거나 밟고 혼자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은 살살 달래거나 녹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이란, 너나없이 함께하기에 즐거우면서 빛나요. 사랑이란, 뽐내거나 자랑하려는 마음이 아닌, 손을 맞잡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한 발짝씩 웃고 노래하면서 나아가는 길에서 싹틉니다. 다그치면서 해내려고 하면 서로 다쳐요. 다독이고 토닥이는 손길과 숨결로 새롭게 마주해 봐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