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창조 2023.6.26.
솜씨로만 뚝딱거리면
함께 즐거운 길이 아냐
재주로만 밀어붙이면
같이 웃는 살림이 아냐
히죽대는 몸짓으로는
이웃을 괴롭히고 너부터 갉아
우쭐대는 어깻짓이니
동무를 따돌리고 나부터 낡아
파란바람 품는 손으로
파란바다 안는 몸으로
파란마음 그린 눈으로
밝게 열기에 새로짓지
새랑 노래하니 새롭다
풀을 돌보기에 푸르다
생각이란 새로 가는 길
이룸이란 사랑 펴는 삶
ㅅㄴㄹ
이제까지 없었기에 처음으로 선보입습니다. 아직 없기에 비로소 일구어요. 누구도 보거나 듣거나 알지 않던 길을 새롭게 열고 펴고 나아갑니다. 한자말 ‘창조(創造)’는 “1.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 2. 신(神)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듦 3. 새로운 성과나 업적, 가치 따위를 이룩함”을 뜻한다지요. 그런데 ‘만들다’는 똑같이 찍어내듯 이루는 몸짓을 나타내요. 틀로 찍는 결이 아닌, 사람마다 다 다른 손길과 솜씨와 마음으로 선보이거나 일굴 적에는 ‘짓다’나 ‘빚다’ 같은 낱말로 나타내야 알맞습니다. 온누리를 짓고, 새나라를 짓습니다. 이야기를 짓고, 노래를 지어요. 살림을 짓고,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사랑을 짓고, 생각을 짓지요. ‘움직’인다고 할 적에 ‘움’은 ‘움트다·싹트다’하고 맞물리고, ‘직’은 ‘지·짓’하고 얽혀요. 슬프면 눈물을 짓고, 기쁘면 웃음을 지어요. 흙하고 물이 만나도록 손으로 만지기에 새롭게 나타나도록 ‘빚’어요. ‘빈’ 곳에서 ‘빛’이 나도록 이루는 ‘빚다’입니다. 무엇을 해볼까요? 어떤 길을 틔우면서 어떤 싹이 자라도록 북돋울까요? 말을 짓고 이름을 짓습니다. 옷과 밥과 집을 짓습니다. 그릇을 빚고 이야기를 빚으며, 즐거이 어울릴 오늘 하루를 빚어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