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친일 2023.6.26.
나를 나로 바라보면
나무를 품고 살피며
나비처럼 날고 놀며
나부터 빛나는 사랑
나를 등지고 잊으면
나무도 풀꽃도 밟고
풀벌레 새 멀리하고
빛잃고 빚지는 굴레
나도 너도 오롯이 사람
사람도 새도 함께 숨결
돌과 바람도 빛 흐르니
다 다른 삶으로 만나지
마음을 가꿔 어깨동무에
생각을 밝혀 스스로서기
벼슬을 벼르니 넋나가고
감투에 갇히니 허수아비
ㅅㄴㄹ
가까이 지낸다고 할 적에 한자 ‘친(親)-’을 붙이곤 합니다. ‘친구·친척·친밀’처럼 써요. 그러나 나라이름을 딴 ‘친북·친미·친중·친러’처럼 쓸 적에는 그리 반갑거나 올바르다고 안 여기는 마음이 흐릅니다. 무엇보다 ‘친일’이라 하면 사납거나 나쁘다는 뜻까지 흘러요. 낱말뜻을 보면, ‘친일(親日)’은 “1. 일본과 친하게 지냄 2. 일제 강점기에, 일제와 야합하여 그들의 침략·약탈 정책을 지지·옹호하여 추종함”을 가리킵니다.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나 새를 바라보는 ‘새바라기’는 해하고 새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이웃나라를 사랑한다면 ‘일본바라기’나 ‘일본사랑’이라 할 만합니다. 이와 달리, 총칼이나 돈이나 이름을 앞세운 힘바치한테 들러붙어서 숱한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짓밟거나 죽이는 끔찍한 짓에 나설 적에는 따로 “일본에 붙다”로 갈라서 나타내야 할 테지요. 이때에는 ‘일본따라지·일본허수아비’요, ‘일본노리개·일본앞잡이’입니다. 수수하고 착한 이웃나라를 도울 적에는 “일본을 돕다·일본을 거들다”예요. 오직 사랑일 적에 어깨동무하면서 돕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 노리개짓이나 허수아비로 굴면 사랑이 없어요. 앞잡이로 나서면 스스로 갉고 깎는 수렁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