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 마을길
감나무에 조롱조롱 달린 꽃
살며시 바라보고
닥나무 매끈한 가지를
가만히 쓰다듬고
느티나무 너른 그늘에서
느긋하게 쉬며
무화과나무 가지를 타면서
아이 여럿이 놀며
후박나무 동백나무 꽃내음에
물끈히 젖어들다가
능금 배 복숭아 앵두 군침 도는
숱한 나무가 둘러싸는
이 고운 마을길
2017.4.30.해.ㅅㄴㄹ
한글노래 삶노래 . 마을
손수 지을 줄 알아
살림 가꾸는
보금자리 이루지
손수 아낄 줄 알아
짚을 엮어
세간 늘리지
손수 어루만지고
손수 보듬고
손수 갈무리하는
오늘 하루
우리가 나누는 말
함께 사는 마을
2017.4.29.흙.ㅅㄴㄹ
한글노래 삶노래 . 뜨개마을
다섯 살 아이는
양말을 뜨고
여섯 살 아이는
장갑을 뜨고
일곱 살 아이는
모자를 뜨고
여덟 살 아이는
치마를 뜨고
아홉 살 아이는
바지를 뜨고
열 살 아이는
저고리를 뜨고
어머니 아버지는
목화 심고 실 자아
이불을 뜨는
도란도란 뜨개마을
한글노래 삶노래 . 낫
“난 언제 낫질
배울 수 있어?”
― 곧
“곧 언제?”
― 능금 썰 적에
칼 잘 다룰 즈음?
“나 이제 능금 썰 줄 알아.”
― 그래, 그런데 말이야
썰 수 있는 손하고
썰 줄 아는 손은
좀 달라.
“어떻게?”
― 아버지는 낫에 손가락 베며
낫질을 익혔는데
어른들 말을 잘 안 들었어.
“왜?”
― 그냥 할 줄 안다고 여겨
빨리 어른들하고 베려 했어.
낫질은 찬찬히 하고
힘들면 바로 쉬어야 해.
풀포기 밑동 위를 넉넉히 잡고
낫은 바닥에 대듯 눕혀서
낫날을 믿고 살짝 당기지.
“나도 할 수 있겠는걸?”
― 응, 그래.
더 지켜보자.
부엌칼부터 잘 다룬 뒤에.
2017.3.15.물.ㅅㄴㄹ
한글노래 삶노래 . 길
아무리 수많은 개미나 풀벌레가
밟고 지나가더라도
그 자리는 그대로예요.
새 열 마리가
가느다란 가지에 앉아도
나무는 말짱해요.
토끼가 너구리가 노루가 지나가도
오솔길조차 안 나지요.
한 사람이 조용히 거닐어도
따로 길이 없어요.
2017.4.10.달.ㅅㄴㄹ